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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ddy Jun 01. 2019

S3#23 이란 비자 신청하기

19.05.28 트라브존에서 이란 비자받기

 어제 오랜만에 2만 보를 넘게 걷고 참 많을 일을 한 후, 밤에 눈에 다래끼가 올라올 정도로 피곤했기 때문에 푹 늘어져 자기로 했다. 아침에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출근하는 호스트를 배웅하고 다시 잠에 들었다. 실컷 자고 일어나서 오후에 어제 문은 닫았지만 적어온 이란 대사관으로 전화를 걸었다. 046-2322-2190. 어느 블로그에도 나와있었지만 정말 국기와 앞에 경비초소만 없으면 일반 가정집과 진배없는 모습인데 전화를 거니 어떤 여자 아기가 받는다. 통하지 않는 말을 서너 합을 주고받고 이내 전화가 끊어진다. 이란 비자를 실패했다는 글이 많이 있었기에 혹시 뭔가 밉보여 일을 그르칠까 하는 염려가 되어 고민이 되었지만 이윽고 다시 전화를 건다. 이번에는 아주머니 같은 분이지만 역시나 헬로라는 말에 외계어로 받아치시고 다시 전화가 끊어졌다. 다시 걸었더니 남자분이 받는데 능숙한 영어로 이란 대사관인데 메이 아이 헬프 유 라고 하신다. 나는 남한인이고 비자를 원해서 어제 갔는데 닫혀있었으니 차비와 내 수고비를 돌려달라고 말하고 싶은 걸 꾹 참고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는지 물었다. 사실 영어를 정확하게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  한국인은 도착비자가 가능하다. 하지만 테헤란 공항으로 왔을 때 가능하다 라고 이해를 했고, 바자르간(Bazargan) 국경 입국심사장에서는 불가능하다고 대답을 들었다. 그래서 이비자 E-visa를 신청하고 은행에 돈을 내고 나면 비자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을 들었고, 사이트 주소까지 상세하게 알려줬다. 실수하고 싶지 않아서 몇 차례 다시 안내를 받고 전화를 끊고 구글링을 통해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었다. 

 어려운 건 없었으나, 호텔 이름과 전화번호를 쓰는 곳에서 막혔다. 실제로 전화로 예약 여부를 확인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봤는데 결과적으로 전혀 그런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이란 친구와도 궁리를 했지만 카우치서핑 호스트도 구한 데다 미리 예약을 하고도 거절되면 수수료도 아깝고 기분이 나빠질 것 같았다. 그래서 혹시 전화로 확인하면 비자 안 받고 나 그냥 안 갈게 잘 먹고 잘살라고 대사관을 당차게 박차고 나올 작정으로 실존하지만 예약은 하지 않을 채로 적어서 제출했다.

 그리고 여권 사본과 사진을 스캔 형식으로 사이즈 맞춰 제출해야 하는데, 어플 중에 Office Lens라는 것을 이용하면 쉽게 만들 수 있고 여권은 보통 한 페이지를 다 하는데 이름하고 인적사항이 적힌 면만 있으면 되는 것을 주의하면 된다. 사진은 준비한 증명사진을 찍어도 되고 정 안되면 여권에 있는 사진을 그냥 찍어다가 잘 잘라 편집하면 될 것이다.

 그리하여 이것저것 고민하며 작성하고 나니 2시간이 넘게 걸렸다. 중간에 한 번은 고민을 오래 한 탓에 페이지가 만료돼서 처음으로 돌아가기도 했고, 여하튼 어려울 것은 없다.

 다 하고 나니, 배가 고파졌는데 어제 처음으로 호스트의 집을 걸어 올라와보니 운동삼아 할만하다는 생각이 들어 마트를 다녀오기로 했다. 마침 음식도 떨어지고 물도 없어서 수돗물을 끓여서 먹고 있던 차에 가방을 장바구니 삼아 나섰다. 리제와 트라브존 지역은 물이 깨끗해서 수돗물을 마신다고 한다. 길을 가다 보니 이런 정겨운 텃밭의 모습이 보였다. 90년대 서울 골목에 살던 나는 동네 뒷산에 저런 텃밭을 자주 봐서 그냥 터키가 서울 같기도 하고 친숙한 느낌이 들어 좋았다.

 집에 오니 호스트와 같이 사는 친구이자 실제 이 집의 주인인 친구가 와있었다. 퇴근하고 와있었는데 전혀 영어를 하지 못해서 소통이 어렵다. 암 레와는 다르게 굉장히 남성적이어서 안 통한다 싶을 때 약간은 고압적으로 더 소리를 높이면서 뭔가를 막 얘기하는데 솔직히 썩 기분 좋은 대화를 이어본 적은 없다. 결국 나올 때까지 이름도 알지 못했다. 어찌 됐든 나는 얹혀있는 게스트, 주제 파악 후 눈치껏 주방에서 요리를 하는 그를 도우려 했다. 그러나 내가 쉬기를 원했고 라마단을 위해 요리를 해서 곧 먹을 건데 같이 먹을 거냐고 묻는 것 같았다. 친해질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해서 내가 사 온 고기와 나름의 요리법이 머리에 있었지만, 같이 먹겠다고 했다. 그리고선 거실에서 볼 일을 보고 있는데 그의 다른 친구가 왔다. 역시나 영어를 못해서 어색하게 악수를 하고 앉아있었다. 그들은 먼저 밥을 먹기 시작했고, 뒤늦게 불러 가서 식사가 끝난 테이블에서 식사를 시작했다. 라마단 때는 시작을 렌틸 수프로 한다. 콩 수프를 먹고 밥과 소고기를 먹었다. 꽤나 맛있었고 그들은 식사 후에 거실에서 줄담배를 태우다가 다시 나갔다.

 11시가 되어 일을 마치고 돌아온 암레와 하루를 나누고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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