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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ddy Jun 04. 2019

S3#25 트라브존에서 도우베야짓으로

19.05.30

 출근하는 호스트와 아쉬운 작별인사를 나눴다. 내 버스시간은 저녁이지만 퇴근이 늦는 암레와 미리 인사를 나눴다. 푹 한숨 자고 다시 일어나서 암레가 준비해준 Kofte 코프테와 남은 달걀을 가지고 회심의 계란말이를 해 먹었다. 간단히 푸시업도 하고서는 정든 집을 기억하기 위해 이리저리 각도로 사진을 남겼다. 남자들만 사는 집이라 사실은 침구며 온통 집안에 담배냄새와 퀴퀴한 냄새가 가득하지만 일주일간 머물면서 정이 많이 들었다. 이제는 그 냄새에 나도 한몫 단단히 하는 것 같고, 이런 흑해가 보이는 집이 한 달 렌트비가 10만 원대라니 정말 물가라는 것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6시 40분쯤 준비를 하고 나섰다. 어제 점심때 잠깐 만났던 친구가 아쉬웠는지 가기 전에 꼭 저녁을 같이 먹었으면 해했다. 버스가 9시 30분 출발이라 빠듯하고 저녁만 먹고 휙 가야 하는데 괜찮겠냐고 해도 꼭 저녁을 함께 하고 싶어 하는 눈치다. 아무래도 갈고닦은 한국어를 연습을 상대를 만났으니 한마디라도 더 해보려는 불타는 의지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알려준 방법대로 돌무쉬를 타고 갔는데, 언어가 안 통하니 사실 쉽지 않지만, 대략 행선지를 말하면 차 안에서 여러 터키분들이 도와주신다. 어제 탔던 곳에서 내리기 때문에 메이단으로 가려면 악짜뱃에서는 한번 더 갈아타야 한다. 그러나 그 친구가 그곳으로 픽업을 와줘서 다시 한번 돌무쉬를 타고 메이단 쪽으로 향했다.

 라마단 때가 특히 저녁시간이 대목인 것 같다. 예약을 꼭 해야만 먹을 수 있는 것 같다. 유명한 식당이라고 같이 가자고 해서 갔는데 솔직히 맛이 놀라울 정도는 아니었다고 생각하는 찰나, 그 친구도 오늘 음식이 왜 이런지 모르겠다고 미안해한다. 꽤나 영어도 잘하고 한국어도 잘해서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재밌게 시간을 보냈는데, 나는 솔직히 고기면 다 좋기 때문에 모든 게 내 여행이고 경험이니 너무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또 본인이 사겠다고 하는 걸 거의 돈을 집어던지고 도망치듯이 하고서야 그 친구가 그 돈을 받아 들었다. 참 마음씨가 착한 친구다

 나와서 터키식 아이스크림도 하나 먹고 그 친구의 안내를 따라 돌무쉬를 탔는데, 메이단 공원 위에 다리 밑에서 타면 Octobus에 가는데 그곳이 버스터미널이고 도우 베야 짓에 갈 수 있다.

 거리가 길기 때문에 그렇겠지만, 안에서 차도 주고 터키 버스는 시설이 꽤나 괜찮다. 다만 타자마자 의자가 고장 나 있어서 뒤에 사람과 얼굴을 붉히며 자리를 몇 번 왔다 갔다 하고 버스가 자는데 더워서 조금 고생했다. 그리고 나는 도우 베야 짓에 아침 6시에 도착하는데 호스트는 저녁 6시에 일이 끝난다. 호스트가 일하는 곳에 가방을 두는 것까지 얘기가 된 상태라 낮에 나는 이동 후 피곤한 상태로 반나절을 버텨야 하기 때문에 버스에서 타자마자 잠에 들기 위해 노력했다. 정보가 워낙 없어 구글링을 하면서 도시를 검색했지만 아무래도 도시처럼 큰 카페가 있어 구석에서 잠을 자거나 하기는 힘들 것 같아 사실 내일 어떻게 될지 두고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차하면 카우치서핑 말고 호텔에서 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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