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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ddy Jun 06. 2019

S3#26 도우베야짓

19.05.31 터키 의사 호스트

 버스는 도우베야짓 터미널에 도착했다. 7시쯤 역시나 내리자마자 각종 택시가 붙지만 유명 관광지가 아니라 거의 현지인을 상대로 하시는 기사님들이 다수다. 기운 없이 자리에 앉아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했다. 정말 피곤했기 때문에 카우치서핑 호스트가 퇴근하는 6시까지 기다릴 자신이 없어 호텔을 갈까 고민했다. 

 터미널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멀리 아라랏 산이 보이는데 누가 봐도 어마 무시한 웅장함을 뽐내는 산이 아라랏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터미널에서 이란 가는 버스나 알아둘 겸 물었는데 친절하신 터키 아저씨들이 돌무쉬를 타고 가야 한다는 얘기와 함께 환전을 해주겠다고 하는데 불안해서 환전은 거절했다. 어떤 아저씨가 마침 나가는 길이라고 같이 가자고 해서 따라나섰다. 당장 갈 맘은 없지만 어차피 말은 안 통했고 어디서 타는지를 확실히 해두기 위해서 따라나섰다. 돌무쉬는 그냥 택시 잡아 타듯이 길에 서서 손을 흔들어 잡아 타면 되기 때문에 어렵지는 않아 보였다. 터미널을 나오니 건너에 영업하는 식당이 있어 배를 채울 겸 자리를 잡고 수프를 주문해서 먹었다. 호스트가 9시 출근하면 와서 짐을 맡겨두고 가라고 했는데, 그 이후에 시간을 때울 시티센터와 정 반대이기 때문에 왔다 갔다 하는 것이 부담돼서 수프를 먹으며 시간을 때우고 고민을 했다.

오늘은 도저히 안될 것 같아 그냥 호텔로 가기로 하고, 돌무쉬를 잡아탔다. 물론 길에 서있던 아저씨에게 구글맵을 보여줬더니 지나가는 차를 붙잡고 행선지까지 알려주셨다. 구글맵에 대략 황색으로 칠 되어있는 곳에 내렸다.

 중심 번화가 같은 곳인데 9시 정도밖에 안된 시간에도 오가는 인파가 꽤 있었다. 조금 걷다 보니 곳곳에 호텔이 보인다. 처음 들어간 곳은 조식 포함 80. 담배냄새가 곳곳에 나지만 나쁘지 않았다. 그래도 조금 더 발품을 팔아보았다. 두 번째 간 곳은 조식 포함 60이었는데, 다닌 곳 중 제일 저렴했고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많이 가는 테헤란 호텔은 160 그다음 간 곳은 100~120 왔다 갔다 했다. 60짜리로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호스트에게 연락이 딱 오더니 병원으로 오면 쉴 곳을 마련해주겠다고 했다. 이게 웬 떡인가 싶어서 거리는 꽤 됐지만 다시 거슬러 돌무쉬를 잡아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한 번 갈아탔는데 친절한 터키인들이 주변에서 도와줘서 쉽게 갈 수 있었다.

약간은 황량한 도우베야짓 시내 모습

 생각보다 정말 큰 종합병원이었고 1층 안내에서 이름을 말하니 돈을 내야 한다고 해서 알겠다고 안내를 받았다. 진료를 보고 있는 의사 호스트와 만나 반갑게 인사를 하니 안 그래도 주렁주렁 짐을 든 외국인이 의사와 외계어를 쓰며 얘기하니 온 시선이 쏠렸다. 비어있는 진료실을 내주었는데 그곳에는 사무를 보는 여직원 한분이 계셔 어색하게 컴퓨터 앞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진료를 보는 침대에서 누워 자도 된다고 해서 자려던 찰나 호스트가 들어왔다. 영어가 유창한 그는 정말 반갑게 나를 반겼고 환자가 많지 않은 라마단 기간이라 놀아도 된다고 말했다. 마르딘 출신의 쿠르드족이었던 그와 유쾌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병원 점심을 먹었다. 그의 비서 같은 직원들이 직원증까지 구해다 주고 나에게까지 많은 도움을 줘서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점심을 먹고 함께 주변을 산책하고 병원 간이매점에서 커피를 마셨다. 이슬람이지만 개방적이고, 아무래도 직업상 경제적인 여유가 있기 때문에 짧지만 여러 여행 경험도 많은 사람이었다. 앙카라에서 근무했지만 이곳도 약간 소외된 지역에서 근무하면 정부 지원금 등으로 더 많은 보수를 받을 수 있고, 이 친구는 이쪽 출신이기에 이곳 생활이 크게 어려움이 없어 옮겼다고 했다. 실제로 환자도 없고 두 명이 서로 휴가를 왕창 쓰면서 근무해서 정말 후리 하게 생활하는 듯했다.

 오후에는 의사들이 쉬는 대기실에 머물도록 해줬다. 아직 점심시간이라 모든 과의 의사들이 수술복 입은 사람을 포함 우르르 있어 구석에 조용히 있었다. 호스트 말마따나 영어를 제대로 하는 사람이 없어 간단히 남한이 어디 있는지 설명하고 소파에서 누워 잠을 청했는데, 그마저도 4시 30분에 끝난다던 호스트는 4시에 일을 마치고 퇴근을 했다.

 같은 쉐보레 차 오너임에 반가워하며 그의 집으로 향했는데 그곳에는 그의 동생이 와있었다. 공무원이고 정말 독실한 이슬람 신자인 그 동생 때문에 나를 이틀밖에 호스트 못한다고 했다. 본인은 좀 후리 하고 오픈돼있지만 독실한 정말 독실하다고 설명했다.

 후리 한 삶을 모르고 있다고 입을 맞추고 집에 들어가 저녁때까지 기다렸다. 시간이 돼서 예약한 식당으로 함께 가서 밥을 먹었다. 맛있었고, 그 동생은 역시나 정말 신실해 보였다. 밥을 먹고도 나가서 기도를 하고 올 정도였다.

케밥. 케밥의 종류는 정말 다양하다

10층에 사는 그의 집 야경은 정말 좋았다. 작아 보이는 도시이지만 밤에는 또 나름의 야경이 펼쳐진다. 역시나 차를 좋아하는 터키인들이기에 차이를 한잔씩 들고 발코니에서 수다를 떨었다. 동생은 담배를 피우면서 나에게 이슬람 사이트를 들어가 보도록 권했는데, 거절하느라 꽤나 힘들었다.

 나가서 산책을 하려고 했지만 피곤해서 그냥 자기로 하고 잠에 들었다.


정말 넓은 방과 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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