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양품 너도밤나무 디저트 스푼
나는 입이 짧고, 작다. 떡볶이를 좋아하지 않고 싫어한다. 한국사람이 어떻게 떡볶이를 안 좋아할 수 있냐고 핀잔을 받을 때면 좋아하지 않는 마음이 싫어하는 마음으로 변한다. 한국인의 매운맛이라고 하며 매운맛을 모르면 한국인이 아니라고 확신에 차서 사람들이 말할 때면 ‘그래 내 국적을 확인해줘서 고맙다.’고 비꼬아준다. 매운맛을 잘 소화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는 것이고, 그래서 그 매운맛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는데, 편 가르기와 일반화를 좋아하는 게 사람의 본성이겠거니 넘어간다. 매운맛을 좋아하지 않으니 대부분의 음식을 좋아하지 않고 서양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처럼 비친다. 그래서 주변에서는 나를 입맛이 까다롭고 입이 짧은 사람으로 치부한다. 어쩔 수 없이 선택하게 되는 음식들은 빵이나 햄버거, 스파게티가 된다. 비빔밥에 고추장을 섞지 않고, 순댓국에도 다진 양념을 넣지 않는다. 회덮밥에는 초고추장을 뺀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는 벌써 이상한 사람으로 나를 바라볼 것이다. 몇 개의 예시만으로도 나는 입이 짧은 사람의 요건을 갖췄다.
문제는 여기가 끝이 아니고 입의 크기도 작다는 데에 있다. 일본이나 중국과 달리 우리나라의 수저와 젓가락은 쇠로 되어 있다. 국립중앙박문관이나 민속박물관에 가보면 조선 후기 양반들이 사용한 놋, 쇠, 은으로 된 수저, 젓가락을 빼면 대부분 나무로 된 식기류를 사용했는데, 모두가 양반이 되고 싶어 하는 마음인지 집이나 식당이나 쇠수저와 쇠젓가락으로 먹어야 한다. 쇠젓가락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쇠수저 형태는 조금씩 달라도 수저의 깊이가 얇고 지름이 큰 건 어디나 같다. 입이 작은 나에게는 어떻게 벌려도 입가장자리를 그 수저의 둘레가 강제로 벌려가며 들어가게 된다. 밥을 조심스레 먹는데도 항상 내 입 주변은 더럽다. 쓰레기를 많이 내놓고 싶지는 않지만, 다른 사람과 밥을 먹을 때면 티슈를 뜯어서 주기적으로 닦아 줘야 한다. 그 흔한 큰 수저가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만든다.
밖에서는 어쩔 수 없지만, 집에서까지 내 몸을 이상하게 대우하고 싶지 않다. 작은 수저들을 찾아 나선다. 작은 수저는 어린이용 밖에 없다. 캐릭터가 그려져 있거나, 파란색, 핑크색의 손잡이가 눈에 거슬린다. 왠지 그 수저들을 사용하면 아직 어린애에 지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것 같다. 그렇다고 티스푼에 밥이나 국을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나에게 맞는 것을 찾고는 싶은데, 찾기 어려울 때면 무인양품에 간다. 그릇과 식기가 있는 코너에 가니 수저와 포크, 젓가락을 한눈에 볼 수 있게 정렬해 놓았다. 예전부터 쇠로 밥을 먹는 느낌이 딱딱하고 기분이 내키지 않았다. 나무로 된 수저를 찾아본다. 일반 수저에 비해 길이가 짧은 수저가 보인다. 수저의 동그란 부분도 내 입 크기 만하다. 기분 좋은 마음에 집는다. 가격은 7,900원으로 조금 비싸지만, 알맞은 크기에 만족한다. 가격 옆에 이름이 적혀있다. 너도밤나무 디저트 스푼. 디저트 스푼이다. 갑자기 기분이 가라앉는다. 내려놓을까 하다가 다시 생각한다. 수저 어디에도 디저트 스푼이라고 적혀있지 않다. 단지 그렇게 이름을 붙여놓았을 뿐이다. 입이 짧다고 입이 작다고 누군가가 내린 부정적인 정의 때문에 나까지 그렇게 바라볼 필요는 없다. 수저도 마찬가지다. 디저트 스푼이라고 무인양품에서 정해놨지만, 입이 작은 나에게는 그것을 수저라고 부르고 밥과 국을 먹기 위해 사용하면 된다. 내 작은 입에는 작은 수저가 필요하고, 용도와 이름은 내가 정하면 된다.
나무는 수종에 따라 용도가 다르고 가격도 다르다. 불그스름한 나무일수록 비싸다. 나에게는 그런 게 별 의미가 없다. 남들이 좋아하는 걸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무의 결이 강하게 드러나지 않는 너도밤나무를 좋아한다. 기분까지 밝게 해 주는 밝은 톤이 좋고, 플라스틱과 나무의 중간에 있는 듯한 질감이 좋다. 다른 나무들에 비해 저렴한 가격도 마음에 든다. 별 것 아니지만 도움이 되는 나무다. 너도밤나무를 깎아서 만든 디저트 스푼은 일반 쇠수저의 폭의 2/3 정도의 크기다. 학창 시절 도시락통에 같이 들어있던 수저의 크기다. 잠시 사라졌던 학창 시절의 언제나 배고픈 그 식욕이 돌아왔다.
무인양품 너도밤나무 디저트 스푼
가격: ₩7,900
크기: Ø4.2 x 3.7(헤드 둘레) x 16.5cm(길이)
무게: 약 20g
[무인양품 Muji]
‘도장이 찍혀있지 않은(무인) 좋은 품질(양품)’을 의미하는 무인양품은 1980년에 설립된 일본회사로 생활에 필요한 잡화를 판매하는 브랜드다. ‘이것으로 충분하다’라는 카피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철저한 생산과정의 간소화, 소재의 선택, 포장의 간략화라는 3가지 기준을 중심으로 심플하고 합리적인 가격의 상품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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