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양품 백자 티포트 L
나는 장거리 운전을 할 때 화장실이 급하지 않으면, 도중에 휴게소에 들러 쉬지 않는다. 빨리 도착지에 가는 게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언제나 도착지에는 빨리 도착하지만, 체력을 많이 소모해 도착하면 아무것도 하기 싫어진다. 일도 마찬가지다. 일을 하면 끝낼 때까지 잘 일어나지 않는다. 도중에 쉬는 것보다 빨리 집중해서 일을 마무리하고 제대로 쉬고 싶기 때문이다. 생각대로 집중도 잘되고 예상보다 빨리 끝냈다면 다행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일이라는 게 지금 하고 있는 것만 하면 되는 경우는 드물고 언제나 일하는 도중에 새로운 일들이 주어진다. 그러면 밥 먹을 때나 화장실 갈 때 그리고 퇴근 전까지는 일어나지 않고 일하게 된다. 회사에서 보면 엉덩이 무겁고 성실한 사람이겠지만, 스스로에게는 별로 좋은 사람이 아니다. 쉼이 없으니 집에 오면 지쳐서 곯아떨어진다. 몸과 정신이 모두 상하고 소모된다. 장거리 운전에서도 중간중간 쉬어주면서 일정한 속도로 가면 운전 중에도 즐겁고 도착해서도 편하다. 쉬지 않고 가는 것보다 많이 늦어지지도 않는다. 일도 삶도 오래도록 지속해야 하는 것이니 장거리 운전과 같다. 도중에 주기적을 쉬어주면서 몸도 풀어주고 생각도 잠시 쉬어줘야 덜 지친다. 사무실에서 일할 때야 잠시 커피를 사러 나갔다가 커피를 기다리고 마시면서 들고 오는 과정에서 쉼을 얻을 수도 있지만, 재택근무는 나가기가 귀찮아 그마저도 없다. 집이니 가볍고 편한 옷이고 몸도 단장하지 않았으니 나가는 게 살짝 부담이다. 그 조그마한 부담 때문에 나가지 않게 된다.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 사무실보다 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게 된다. 자주는 아니라도 잠시 일어나서 쉬는 시간을 만들어 줘야 한다. 그래서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내려마셨다. 커피창고라는 원두 전문업체에서 200g을 원두 상태로 주문해서 물을 끓이는 동안 손으로 돌려야 하는 핸드밀에 원두를 간다. 드리퍼에 필터를 얹고 끓는 물에 찬물을 섞어 온도를 내려준다. 적절한 속도로 원을 그리며 두세 번 내려주는 동안 방안에 커피 향이 가득 찬다. 서버에 내린 커피를 커피찬에 따라서 눈을 감고 향을 맡고 한 모금한다. 커피잔을 들고 책상 위에 앉아 다시 일을 하겠지만, 그 작은 쉼에 다시 기운을 얻는다.
밤이 깊어서도 책상 위에 앉아 있다. 밥을 먹고 다시 앉아 일을 하니 몇 시간이 후딱 지나가 있다. 일은 좀 더 남았고, 내 체력은 바닥나 있다. 낮이라면 커피를 마시면 되는데, 가끔 늦은 밤에 커피를 마시면 잠이 오지 않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러면 낭패다. 적당히 일을 마치고 아침에 맑은 정신으로 다시 하루를 시작해야 하는데, 잠을 못 자 다음 날에 피해가 갈 것 같다. 커피를 내려 마시려던 마음을 접는다. 다행히 대체품이 있다. 차. 좋은 차와 함께 내려마실 주전자와 잔이 필요하다. 좋은 차, 책상 위를 작은 미술관이 되게 하는 무인양품 백자 라운드 티컵, 같은 백자 시리즈인 무인양품 백자 티포트 L의 3 조합이면 3박자가 딱 들어맞는다.
무인양품 백자 티포트 L의 도톰하고 긴 주둥이는 '코', 널따란 손잡이는 '넓적한 귀', 그리고 통통한 몸체는 '얼굴'처럼 보여 한 마리의 코끼리 같다. 미녀와 야수에 나오는 티포트 엄마와 아들처럼 깊은 밤 마법에서 깨어나 눈을 뜨고 노래를 부를 것만 같다. 은은한 쪽빛 색은 백자와 청자 사이에 오묘하게 걸쳐있는 듯하다. 규슈 구마모토산의 아마쿠사도석은 강도가 뛰어나고, 조금 푸른빛이 도는 색이 특징이다. 무인양품에서는 이 원료를 이용해서 백자 시리즈를 내놓고 있는데, 그 시리즈에 속해 있는 주전자다. 뚜껑을 열면 쇠로 된 거름망이 있다. 물을 끓인 뒤에 좋아하는 차를 한 티스푼 정도 덜어서 거름망에 넣어주고 한번 적셔준 뒤에 적신 물을 버린다. 다시 물을 넘치지 않게 가득 부어주면 500ml가 찬다. 무인양품 백자 티컵에 내려준다. 잔에 따를 때는 뚜껑이 떨어질 수 있으니, 차가 쏟아지지 않게 왼손 검지와 중지로 뚜껑을 받쳐준다. 자연스럽게 내 모습은 공손한 자세가 된다. 공손한 자세는 공손한 태도로 이어진다. 도톰한 주둥이로 찻물이 천천히 내려가는 것을 보면, 마음도 차분해진다. 차분하고 공손한 행동이 내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게 한다.
반가운 손님에게도 핸드드립으로 내린 커피를 이 주전자에 담아 찻잔에 내려주면 커피 대접을 하는 듯하다. 커피 한잔 할래?라고 물을 때 그 의미가 '너만 마실 커피 한 잔을 내려줄까'보다는 '우리 같이 커피 할까?'라는 마음이 전해지는 듯하다. 그 반가운 손님은 주전자에서 찻잔에 따라 마시는 커피를 대접받고 좋아해 준다. 다음번에 그 반가운 지인의 집에 방문해서는 ‘빈 손으로 오기는 좀 그래서’라고 말하며 이 주전자와 찻잔을 선물해주면 그는 이전의 행복했던 방문을 떠올리며 좋아한다. 어떤 물건을 선물하면서 좋은 기억까지 줄 수 있다는 건 언제나 행복하다.
무인양품 백자 티포트 L
가격: ₩19,900 (철사 거름망 포함)
용량: 약 550ml
[무인양품 Muji]
‘도장이 찍혀있지 않은(무인) 좋은 품질(양품)’을 의미하는 무인양품은 1980년에 설립된 일본회사로 생활에 필요한 잡화를 판매하는 브랜드다. ‘이것으로 충분하다’라는 카피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철저한 생산과정의 간소화, 소재의 선택, 포장의 간략화라는 3가지 기준을 중심으로 심플하고 합리적인 가격의 상품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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