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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히 Nov 02. 2020

아메바처럼 살아라

예전 생물시간에 배웠던 참 신기한 이름의 원생동물, 아메바. 뭔가 착착 감기는 이름의 아메바는 오랜 시간 잊히지도 않고 기억에 남아 있다. 때때로 단순 무식한 사람을 가리켜 아메바 같다며 놀리기도 했었으니 기억에 남을 수밖에.


네이버 국어사전에서 아메바를 찾아보니 ‘아메바 목의 단세포 원생동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 크기는 0.02~0.5mm이며, 몸의 형태가 일정하지 않다’라고 나와 있다. 최근 뉴스에서는 미국 텍사스주 수돗물에서 뇌를 파먹는 아메바가 검출됐다는 무서운 소식도 들려왔다.(아메바, 무서운 녀석이었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아메바는 단세포 동물이기 때문에 자신의 몸을 둘로 나눠 번식을 한다 했었던 것 같다. 단세포라 하니 정말 단순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디지털 시대도 어떻게 보면 1과 0으로 구성된, 단순하다면 단순한 세상일 수도 있겠다. 그런데 우리네 인생은 왜 그리 복잡한지 모르겠다.


고등학교 2학년 딸아이는 늘 걱정을 달고 산다. 시험 보기 전이면 ‘어떡하지?’라는 말이 끊이지 않는다. 요즘엔 슬럼프 비슷하게 무기력증에 빠져있다. 왜 공부를 해야 되는지 모르겠단다.


내 고등학교 시절은 어땠는지 돌아본다. 하도 오랜 시절이다 보니 당시 내가 어떤 생각과 고민을 했었는지 잘 기억도 나지 않는다. 공부하기는 싫었지만 어쩔 수 없이 공부를 했었던 것 같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아메바처럼 공부를 하지 않았나 싶다.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딸아이 고민에 갑자기 아메바가 떠올랐다. 아메바처럼, 내가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질문조차 할 필요가 없다면, 딸아이의 고민거리는 좀 줄어들지 않을까?


물론 인생에 대해, 내 삶에 대해 깊은 고민과 성찰은 필요하다. 그리고 고민, 걱정을 안 하겠다 해서 고민과 걱정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의지와 관계없이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불수의근처럼, 고민, 걱정은 내 의지와는 전혀 상관이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나이 때 당연한 고민과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싶었다. 아울러 나 역시, 고등학교 시절로부터 몇십 년의 세월이 흘렀건만 때때로 걱정과 고민에 휩쓸리는 밤에서 벗어나는 게 필요했다.


걱정을 한가득 짊어진 딸에게 한마디 했다. 머리가 복잡할 때는 몸을 써라. 말은 그럴듯했지만 그렇다고 딸아이가 달리기라든지, 줄넘기라든지, 아님 걷기라든지, 몸을 쓸 것 같지는 않다. 아마 딸아이의 고민과 걱정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그럼에도 조금이나마 딸아이의 걱정이 줄어들고, 아울러 나 역시도, 외부의 자극에 일희일비하는 삶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딸이나 내게 필요한 구호는 무엇일까 생각해봤다. 아메바가 말을 걸어왔다.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에도 딱 들어맞는 느낌. 1 아니면 0, 모 아니면 도다. 어떻게 하면 아메바처럼 살 수 있을까? 아메바처럼 살기에 필요한 것들을 실천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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