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탄 바구니를 만들었다. 무언가 만들어 본 게 참 오랜만이었다. 소위 말하는 ‘꽝손’ 계열이었지만, 씨줄날줄 엮어 가듯, 라탄 바구니를 엮어 나갔다.
대략 1시간 정도씩 해서 3회에 걸쳐 만들었으니, 바구니가 완성되기까지 3시간 정도의 노동력이 투입됐다. 2회째 때 무늬를 넣는 시간도 있었는데 하다가 포기했다. 남들 빗살무늬 바구니 만들 때 난 민무늬 바구니 만들었다. 시대로 비유해 보자면 다른 사람들은 신석기인, 난 구석기인이었다.
그럼에도 라탄 바구니 엮는 시간은 좋았다. 무념무상, 아무 생각 없이 바구니 엮는 일에 집중하다 보니 주어진 1시간이 정말 후딱 지나갔다. 어느 순간 차곡차곡 모양새를 이루는 라탄 바구니를 보며 뿌듯한 느낌도 들었다.
3회째, 드디어 라탄 바구니를 완성했다. 세로줄이 좀 삐뚤삐뚤하긴 했으나 눈여겨보지 않으면 그럴싸해 보이는 라탄 바구니가 됐다. 의도치 않게 위로 올라가면서 안쪽으로 말려들어갔는데, 내 눈에는 첨성대, 잠실종합운동장(좋은 건 다 갖다 붙인다) 같았다.
몸을 쓰는 시간이었다. 그동안 뭔가 만들어본 게 음식 말고는 거의 없었던 것 같은데, 모처럼 색다른 걸 만들었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몰입’이란 걸 해봤다는 느낌이었다.
바구니 기둥 역할을 하는 한 40여 개 라탄 세로줄에 가로줄을 안쪽 바깥쪽으로 엮는 정말 단순한 노동이었는데, 그 시간에 정말 몰입을 했다. 만약 통으로 3시간을 그렇게 써야 했다면 중간에 분명 집중력이 사라졌을 것 같은데, 1시간 정도씩이 딱 적당했던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최근에 연필 데생도 배우고 있는데, 크로키 연습을 하면서 주어진 5분의 시간이 그렇게 쏜살같이 날아가는 거였다.
돌아보면 시간이란 게 축지법이라도 쓰는 양, 훌쩍 흘러가 버린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이렇게 뭔가에 몰입하면서 보낸 시간은 뭔가 허무한 느낌보다는 그 시간을 너무 잘 보냈다는 충만한 느낌이 더 강했다.
우리에게 주어진 1분 1초는 아마 모든 사람들에게 공평하게 배급되겠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느끼느냐는 주어진 여건이나 마음가짐 등에 따라 정말 불평등하게 쓰일 것이다. 요즘 같아서야 흘러가는 시간을 어딘가에 잡아매놨으면 하는 마음이 강하게 들긴 하지만, 1시간을 1분처럼 사는 그 느낌이 너무 좋았다.
기존에 일상적으로 해왔던 일에서 벗어나 뭔가 새로운 것을 하는 시간들이 그런 몰입감 내지 충만함을 주지 않나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은퇴를 하고 하루를 무료하게 보내지 않으려면 몸을 쓰는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루틴하게 살아가는 삶도 좋지만, 뭔가 일탈의 시간을 적극적으로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자우림 노래 ‘일탈’처럼, 할 일이 쌓였을 때 훌쩍 여행을, 아파트 옥상에서 번지점프를, 신도림 역 안에서 스트립쇼를 할 수는 없겠지만 라탄 바구니 정도는 만들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