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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히 Feb 25. 2023

물올랐다

오늘, 한걸음 다가선 봄을 밀어내려는 겨울의 모습이 알싸한 마늘치킨 같다. 마치 겨울과  밀당이라도 하는 듯, 아슬아슬하게 아찔하게 봄의 시간이 다가온다.


예전에는 미처 물오른다는 표현을 제대로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요즘 점점 물오른다는 그 느낌을 알아가고 있다. 봄을 앞둔 요즘이 바로 물이 제대로 오르는 시기다.


‘물오르다’의 뜻을 사전에서 찾아보니 ‘봄철에 나무에 물기가 스며 오르다’라고 나와 있다. 물론 우리가 흔히 쓰는 ‘(비유적으로) 사람이나 동물의 능력이나 형편, 상태가 좋아지다’라는 뜻도 있다. 말 그대로 나뭇가지에 물이 올라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나 역시 봄만 되면 뭔가 마음이 간질간질해진다. 뭐 따지고 보면 온 세상에 물이 오르니 그러지 않을 도리가 없다.


오늘 일이 있어 전주에 갔다 왔다. 산과 들은 아직 잿빛이지만, 뭔가 연녹색이 자꾸 눈앞에 아른거린다. 바깥 날씨는 알싸했지만, 햇살 난로를 잔뜩 머금은 차 안의 온기는 나른하고 몽롱했다.


차창 밖으로 펼쳐진 논밭은 머리를 곱게 빗고 봄을 맞이할 준비를 마친 듯하다. 마치 아지랑이라도 피어오르는 듯한 착각을 하게 만든다. 아마 내 마음이 봄을 맞이할 준비를 다 마친 솜뭉치가 돼버린 탓이겠다. 그렇게 전주 오가는 길, 추억의 ‘에어 서플라이’ 노래와 함께 내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가을이 해지기 전 노을 진 하늘 느낌이라고 하면, 요즘 시기는 동트기 전 새벽하늘 느낌이다. 가수 이승철의 ‘떠나야 할 땐’이란 노래처럼 가을이 뭔가 서글픈 색소폰 느낌이라면, 봄은 통통통 튕기는 플루트 느낌이다. 그래서 난 가을만 되면 마음이 축 가라앉고, 봄만 되면 통통 튄다.


그 통통 튀는 마음을 달래고자 알싸한 바람을 뚫고, 잠깐 뒷동산에 올랐다. 산수유 꽃봉오리가 수줍게 고개를 내밀고 있다. 이제 곧 산수유 꽃봉오리가 팝콘 터지듯 이곳저곳에서 팡팡 터질 거다.


절친의 말처럼, 온전한 몸과 마음으로 봄을 즐길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될까를 생각하면, 난 이 아름다운 봄날을 온몸으로 느껴야 할 것 같다. 아니 굳이 이 봄날만이 아니라, 가을의 그 쓸쓸함, 여름의 그 치열함, 그리고 겨울의 그 황량함도 그냥 그대로 온전히 느껴야 할 것 같다. 봄이라는 계절에만 내 사랑을 다 내주기엔, 그 계절이 너무 짧기만 하니까. 그래서 오늘 난 그 물오른 산수유 꽃봉오리를 두 눈에 한껏 담았다.


자 이제 봄이라는 쇼타임이 시작된다. 봄꽃들, 그리고 봄꽃에 앞서 갯버들과 버드나무 가지의 연녹색 물결이 뿜어그 향연을 즐길 준비, 난 이미 충분히 마쳤다. 봄이라는 시간은 내게 이렇게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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