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마음 수련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틔우머 Mar 18. 2023

지금 살아있다는 것은

'지금 이 순간'으로 언제나 돌아올 수 있기를.



차를 마시며 눈을 감는다.

밖에선 공사 소리, 차가 지나다니는 소리, 사람들이 웃는 소리가 들렸다.


명상 초반에는 역시나 과거와 미래의 일들을 생각한다. 과거의 후회, 미래의 계획.

머릿속에서 '어느덧 3월이야. 이렇게 있으면 안 돼'라는 생각이 들려올 때 쯔음, 새해에 세웠던 목표를 떠올렸다.


나의 새해 목표는 '받아들임'이었다. 삶을 통제하지 말고 나에게 오는 모든 것들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목표를 세운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다. 불확실한 삶을 통제하고 싶어 애를 쓴 과거의 나를 보며 잠시 호흡했다. 그리고 다시 차를 한 모금 마셨다. 따뜻한 보이차가 내 과거의 애씀을 씻어내고 있었다.


잠시 뒤 청아한 새소리가 들렸다.

한 마리의 작은 새가 열심히 우는 소리에 '그래, 내가 지금 살고 있구나'를 다시 한번 느꼈다.


산다는 것, '지금' 산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눈물이 났다.

차를 마시는 것, 고요함 속에서 눈을 감을 수 있는 것, 새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 눈물을 흘릴 수 있는 것,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것, 이 모든 것은 지금 살아있다는 것.


다니카와 슌타로의 시 '산다'가 생각나 일부를 발췌하여 마무리하려고 한다.


산다.

- 다니카와 슌타로

(...)

산다는 것

지금 살아 있다는 것

울 수 있다는 것

웃을 수 있다는 것

화낼 수 있다는 것

자유롭다는 것


산다는 것

지금 살아 있다는 것

지금 멀리서 개가 짖고 있다는 것

지금 지구가 돌고 있다는 것

지금 어디선가 신생아의 울음소리가 커진다는 것

지금 어디선가 군인이 부상을 입는다는 것

지금 그네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

지금 이 순간이 지나가고 있다는 것


산다는 것

지금 살아 있다는 것




'지금' 살아 있다는 것을 항상 잊지 않기를.

언제나 '지금 이 순간'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나를 울게 내버려두지 마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