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03.
Editor. 일상기록가
그 어떤 시대보다 기술의 발전으로 타인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지만, 우리는 왜 공허함과 불안함을 느낄까?
짧은 단문과 이모티콘으로 간결하고 빠르게 맥락을 주고받는 대화들은 많을지라도 내 감정과 생각을 충분히 수용받는 진정한 의미로 소통하는 기회들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해 본다. 이런 인간의 니즈를 영화 Her처럼, 사람보다 더 인간미 있는 AI가 채우게 되는 날이 머지않아 올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하지만 소통의 본질을 파고들면서 소통이란, 불완전하고 결핍을 가진 서로 다른 인간이 우리의 감정과 욕구가 서로 별반 다르지 않다는 확인하는 보편성에 수렴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AI 로봇, 장애인, 무연고자, 책 비폭력대화까지 여러 소재를 통해 서로를 진정으로 공감하며 연대의식을 가지고,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행동력으로 발전할 수 있어야 진정한 소통이 완성되는 것을 알게 되었다.
[Index]
인간다움의 의미와 AI 기술을 수용하는 우리의 자세
관점 바꾸기로 바라본 우리의 일상 :장애인 시위와 무연고자 장례
진정한 연결을 위한 공감대 형성
욕구와 느낌에 기반한 소통, 책 비폭력 대화
[인간다움의 의미와 AI 기술을 수용하는 우리의 자세]
Q1. 인간으로 존재한다는 것, 인간다움은 어떤 의미이고 우리는 왜 인공지능이 발전함에 따라 불안함을 느낄까요?
밤바다 : 어려운 질문이죠. 인간은 감정과 자아를 가진 존재이기에 다른 존재와 구별되는 특징이라고 생각해요. 기술이 발달하면서 인공지능이 진화된다 하더라도 인공지능이 감정까지 학습할 수 있을까 싶어요. 인간은 끊임없이 성찰을 하고 계속 나아가지만요.
다큐멘터리 블랙 미러를 보면 인공지능이 사람이 가진 기억과 감정을 그대로 복제하고 생활하는 에피소드가 나와요. AI가 그 사람의 기억을 동일하게 가지고 있고, 그의 생활을 편하게 해 주기 위한 용도로 시스템이 만들어진 거예요. 하지만 AI에게는 삶이라는 게 없어요. 원래의 사람이 따뜻한 커피로 아침을 시작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AI는 그 사람을 위해 아침에 따뜻한 커피가 만들어지도록 조정을 하는 역할을 하는 거예요. 아무리 사람과 같은 외모와 기억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 AI를 인간으로 볼 수 있는가?라는 의문이 들더라고요.
가련화 : 다양한 매체에서 이 부분을 다뤘잖아요. 사람의 감정을 터치한 영화 Her도 생각났고요. MBC에서 AI를 통해 가상 세계에서 죽은 아이나 아내분을 만나게 해 줬던 다큐멘터리가 생각나요. 그것도 어떻게 보면 가상의 존재에 기억을 심고 우리가 생각한 이미지를 넣었는데 우리는 감정을 느꼈잖아요. 이 다큐멘터리에 다들 많이 공감했지만, 과연 저게 진짜일까 가짜일까에 대한 논란도 많았고요.
MBC VR 휴먼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 한 장면말씀하신 대로 블랙 미러에 나오는 그런 존재들이 나중에 미래에는 더 많아질 거고, 누군가를 기억하기 위해서 그런 기억을 심은 로봇이나 AI가 분명히 있다면 이 존재를 진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혼선이 있을 거 같아요. 그래서 저는 인간다움이라는 것은 물리적인 실체로 구별되는 것 아닌가 생각해요. 같이 만질 수 있고 접촉할 수 있고 얘기를 나눌 수 있잖아요.
감정은 학습하는 거잖아요. AI도 학습을 할 거고요. 하지만 인간의 완전한 그런 감정들이 학습되지 않았을 거란 말이죠. 각자의 자라온 환경이 다르듯이 그 AI도 학습한 사람의 감정을 얻고 자랐을 거니까 AI 또한 그런 부분은 분명 불안하다고 생각해요. 근데 우리가 느낄 때는 분명 물리적이지 않고 저 컴퓨터 너머에 존재하기 때문에 뭔가 인간답지 않다고 느끼지 않을까요?
일상기록가 : 인간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특질 안에서 성장하고 때로는 좌절하기도 하고 성숙해 가지만, AI는 모든 것을 통으로 넣어서 그 안에서 어떤 인간적인 보편성을 확립하고 정보를 주는 것에 국한되어 있는 느낌이에요. 그리고 제가 지난주에 ChatGPT를 소개하는 헤이 조이스에서 주최한 강의를 들었는데요. 재밌는 부분이 ChatGPT는 현재 2021년 데이터로만 업데이트가 되어 2022년도의 데이터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거예요. 인간은 하나의 생물체로서 유동적으로 계속해서 변해가지만, 인공지능은 사람이 수동적으로 데이터를 학습해서 사람이 관리하는 매체라는 게 큰 차이인 거 같아요.
마고 : 일상 기록가님 말씀하신 거 들어보니 AI를 사용하는 사람과 이를 사용 대상이 되는 걸로 나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영화 Her도 되게 재밌게 봤고 ChatGPT를 실제 써봤는데 너무 유용한 거예요. 앞으로 우리가 말하는 인격체와 기계라는 걸 구분할 수 없을 만큼 발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련화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가상 세계에서 가족들과도 상봉하고 사람들도 만나게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럴 경우, 인공지능 또는 그런 가상의 존재를 어떻게 받아들이며 살아가야 될까라는 고민이 들었고요. 그래서 인간다움을 기준으로 두고 구분하려고 하기보다는,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어 하는가, 이런 기술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 고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인간다움의 의미와 AI 기술을 수용하는 우리의 자세]
Q2. AI가 사람과 감정을 나누는 관계의 주체가 될 수 있을까요?
가련화 : 윤리적인 충돌이 많아질 것 같아요. 계속 이건 될까 안될까에 대해서 사람들 사이에 논쟁이 일어날 거 같고, 이에 관한 법안도 만들어져야 할 거 같고요. 저도 영화 Her를 봤을 때 참 재밌다고 느꼈거든요. 저렇게 감정적인 공감을 할 수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편으로 AI가 너무 잘해주면 그것도 문제더라고요. 블랙 미러에 나오는 에피소드 중 하나인데요. 사람이랑 똑같은 로봇 AI가 집에 하나씩 있고, AI가 사람의 일을 대신해 주게 돼요. 두 가지 이야기가 기억이 나는데요. 하나는 AI가 보모를 하면서 엄마 역할을 대신해 주는 거예요. 처음에는 엄마가 너무 편하죠. 아기 밥도 해주고 동화책도 읽어주는 거죠. 그런데 어느 순간 아이가 엄마보다 그 로봇에 더 애착을 갖고 엄마가 “이제 오늘 시간이 되니까 동화책 읽어 줄게” 해도 “엄마 싫어 나는 AI가 더 좋아” 하면서 AI에게만 의지하게 되는 거예요.
두 번째는 인간과 AI가 결혼하는 에피소드였는데 저는 그게 더 무섭기도 하고 웃겼어요. 노부부가 있는데 권태기가 온 거예요. 그래서 집에 되게 젊고 잘생긴 AI를 들였어요. 이 남자 AI가 점점 그 여자 아내분 부인한테 되게 감정적으로 대하는 거예요. “고생하셨다. 오늘 하루도 수고하셨다” 이러니까 아내분이 마음이 돌아서서 진짜 남편한테 이혼하자 했어요. “너는 더 이상 AI보다 못해” 이러면서 이혼을 하거든요.
이 두 에피소드의 발제는 원래 인간이 감정이라는 것을 가지고, 사람들과 교류를 하는데, 사람이 AI에게 마음을 준 거잖아요. 사람이 AI에게 마음을 줘버렸을 때 그걸 인정할 수 있을까에 대한 사회적인 이슈도 있을 거 같아요.
마고 : 인간성을 정의하는 것 중에 큰 것 중에 하나가 결함이 있다는 것인 거 같거든요. 근데 AI는 결함이 없으니 완벽한 걸 만들 수 있잖아요. 우리가 만약에 인공지능이랑 같이 살아갈 때 그런 식으로 경쟁을 해야 된다고 하면 그 주인공처럼 무조건 인간이 질 수밖에 없는 구도가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그렇다면 단순히 우리가 인공지능을 잘 활용하면서 나아갈까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제가 예전에 본 글에서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이유가 나와 상대방이 뭔가가 결핍되어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사랑할 수 있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었거든요. 특정 부분에 우리가 결핍되어 있고 결여되어 있다는 거에 인간다움이 있는 것인데, 그거를 인정하지 않고 완벽한 인공지능을 추구한다고 하면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이 이혼을 당하거나, 인간성이 부족한 걸로 무시될 수도 있다는 게 무서운 것 같아요.
일상기록가 : AI가 각 사람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이 사람이 A를 이야기할 때 B로 대응하면 되는 거야” 그래서 이렇게 딱 반응이 나오면 거기에 사실 사람들은 길들여질 수 있잖아요. 사랑에 빠진다는 부분은 어쩌면 각자의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하다고 거죠. 데이터를 기반으로 대응하는 AI의 특성을 잘 이해할 필요가 있을 거 같아요.
[관점 바꾸기로 바라본 우리의 일상: 장애인 시위와 무연고자 장례]
Q3. 관점 바꾸기로 세상을 보는 방식이 바뀐 경험이 있나요?
일상기록가 : 관점을 바꾼다는 것이 사실 쉽지는 않아요. 왜냐하면 저희가 사는 삶이 굉장히 단순화돼 있고 이렇게 만나는 사람들만 만나고 그러다 보니까 이렇게 경험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거든요. 저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라는 곳에서 인턴을 한 적이 있었어요. 우리가 보통 장애인이라고 하면은 이제 선천적인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다고 생각하지만, 후천적인 질병이나 사고로 장애를 가지신 분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 공간에서는 장애인이 90%고, 비장애인이 10%의 비율로 있어요. 거기에 들어가는 규칙, 시설은 주류인 장애인에 맞춰져 있어요. 그런 경험을 하고 난 후의 인사이트는, 우리나라의 길거리에는 장애인을 찾아보기가 힘들다는 것이었어요. 반대로 일본이나 대만은 여행을 가도 길거리나 전철에서 휠체어를 타고 계시는 분들을 많이 목격할 수 있거든요. 그 이유는 우리나라는 인프라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서이죠. 저는 장애인 분들의 불편함에 공감하게 되면서,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는 건데 사회적인 제도와 공감대가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가졌어요.
지금도 장애인 분들이 출근 시간에 시위를 해서 이슈가 되고 있긴 하지만 5년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어요. 출근길이 광화문역이었거든요. 광화문역은 꽤 붐비는 곳이라 에스컬레이터 말고도 계단으로 사람들이 많이 올라가요. 그런데 앞뒤로 수백 명이 꽉 막혀 있는 상황이었죠. 알고 보니 아침 출근 시간에 장애인 분이 거기를 막고 시위를 하시는 거예요. 저는 시위를 하는 이유, 그들의 절박성을 알기 때문에 ‘오죽하면 이럴까’라는 생각이 스치면서 오늘은 지각해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죠.
하지만, 한 두명이 아닌 직장인들이 그분들의 얼굴을 보고 욕을 하고 고함을 지르는 거예요. 저는 사실 많이 놀랐어요. 역으로 저도 인턴 경험이 없었다면 이 정도까지의 공감과 이해를 가지진 못했을 거예요. 저는 그때의 경험을 통해서 약자에 대한 배려는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배려해 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닌가, 도의적인 측면에서 감수할 수 있는 측면이 아닌가 아쉬움이 많이 들었어요.
출근길 시위’ 전장연 항변..”화난 시민들 알지만” photo by 뉴시스밤바다 :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요. 회사 근처에 장애인 관련 단체가 있어요. 저도 처음에는 몰랐는데 알고 보니 일주일에 한두 번 이상은 방송도 하고 노래도 틀어 놓으면서 시위를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전혀 관심이 없어요. 저도 처음에는 무심코 지나치다가 나중에 관심을 갖게 되었거든요.
그리고 지금 장애인 분들이 지하철에서 시위하시는 것도 꽤 됐잖아요. 근데 출근길에 시위를 진행하다 보니 점점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은 것 같아요. 저는 회사 근처에서 장애인 분들이 시위를 했지만 전혀 관심을 끌지 못했던 것들이 생각나면서 '오죽하면 출근길에 진행할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도 사실 경험해 보지 않았으면 몰랐을 것 같거든요. 그러니까 경험해 보지 않고 내가 그 상황에 처하지 않으면, 관점을 바꿔서 생각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가련화 : 그런 내용들이 미디어에 덜 노출이 되는 것 같아요. 예전에 본 글이 떠올라요. 장애인 관련 글이었고, 편집자분이 마지막으로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여러분들 주변에 장애인 많이 보신 적 없죠?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장애인들이 돌아다닐 수 없는 환경이기 때문이에요. 말 그대로 인프라가 없어서 우리가 장애인 분들을 못 보는 거예요” 이 부분이 아직도 뇌리에 남아있어요. 그래서 사회적으로 개선이 많이 필요하다는 걸 절감했죠.
유퀴즈온더블럭 180화, 로봇의 신 데니스 홍 박사님 출연장면밤바다 : 유퀴즈에 나온 데니스 홍 박사님 에피소드가 떠오르네요. 시각 장애인 분들을 위해서 자동차를 만드셨잖아요. 저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관점이 바뀌긴 했거든요. 당연히 시각 장애인들은 운전을 못할 거라는 생각을 했는데, 공기 기압 기술로 길을 인식하고 운전할 수 있게끔 만든 것 자체가 시각 장애인 분들도 운전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관심을 가지지 않아서 기술이 발전되지 못한 게 아닌가 생각했어요. 해외에서도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기술을 개발하려고 하시는 분들이 없었다는 게 안타까운 부분이었던 것 같아요.
일상기록가 : 저는 이 에피소드를 보면서 이분은 진짜 ‘WHY’를 위해 일하시는구나라고 느꼈어요. 큰돈이나 이익을 보고 일하는 게 아니라, 순수한 직업의식으로 저런 선택을 하시고 활동하시는 부분이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밤바다 : 저는 가볍게 다른 사례를 말하자면, 아이덴티티 프로젝트 듣고 난 이전과 이후가 바뀌었어요. 회사에서 상사분이 너무 어려웠거든요. 기분파이기도 하셨고 질책을 주로 하셔서 힘들었는데, 이 수업을 듣고 보니까 ‘WHY’로 사시는 분이었더라고요. 이전에는 그분의 의도를 이해할 수 없었고, 왜 화를 많이 내시는지도 몰랐는데 이제는 그 이유를 알게 된 거예요.
그분은 일을 하는 본질, 방향을 정하고 다 같이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싶은데, 직원들이 안 따라주니 화가 나셨던 거예요. 이렇게 관점을 바꾸니 배울 점이 정말 많으신 분이더라고요. 그 사람은 변하지 않았는데, 제 관점이 바뀌니까 아예 다르게 보였던 게 신기했어요.
가련화 : 사람은 입체적이잖아요. 근데 저도 씽 프로젝트 이후에 관점이 바뀌었어요. 저는 회사의 임원분들은 다른 세계 사람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임원분들은 진짜 말도 안 되게 다들 열심히 사세요. 매일 야근하시고, 시간을 계속 쪼개 가면서 티타임에서도 계속 일 이야기를 많이 하세요. 타이트하게 일하시는 모습에 ‘왜 저렇게까지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근데 그 ‘WHY롭게 산다’라는 발제를 알게 되니, 저분들이 일에 몰두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구나라는 걸 알게 되었고, 그분들의 의견을 더 듣게 되더라고요. 예전에 어떤 사안을 말씀하실 때 감흥이 없었는데, 이제는 ‘그렇게 생각을 할 수 있구나’ 하고 제 태도가 바뀌었어요.
또 사람에 대해서도 관점이 바뀐 경험도 있어요. 예전에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제가 좀 어려워하는 임원분이 있었는데, 다른 분들에게 티가 났나 봐요. 다른 직원분들이 ‘너 저분 안 좋아하지?’라고 많이 이야기하시는 거예요. 그런데 ‘WHY’를 배우고 난 후 그분에 대한 제 인식이 달라졌어요.
제가 싫어했던 부분은, 어떤 의견을 건의해도 다 안 된다, 이래도 안 되고 저래도 안 된다는 피드백을 많이 들으면서 블레임을 많이 하시는 스타일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이 분은 다른 방향으로 새로운 발제를 내는 걸 좋아하셨던 거예요. 배울 점이 보이기 시작한 거죠. 대화를 더 듣고 이어 나가니 그다음을 어떻게 할지가 나오더라고요.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시는 걸 좋아하고, 직접 읽은 논문 내용들도 ‘요즘 이런 게 있대’라고 이야기해 주시는 걸 보니 내가 사람의 한 부분만 보고, 내 감정이 다쳤다고 마음의 문을 닫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마고 : 아까 일상 기록가님께서 장애인 관련 경험하셨던 거 얘기 들으면서 에피소드가 생각이 났어요. 제 동생이 저랑 같이 여행을 갔다가 계단에서 떨어져서 다리가 부러진 적이 있었거든요. 장소가 타지인 여행지였기 때문에 바로 큰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고 이럴 수가 없는 상황이었고 응급실만 가서 대충 처치를 하고 엑스레이를 찍었어요. 그때 이런 상태이면 장애가 생길 수도 있다는 진단을 받았어요.
저는 동생이 장애가 생길 수도 있다는 사실이 너무 겁이 났어요. 다음날 새벽 5시로 서울로 올라가려고 비행기를 변경했는데, 그때까지 이것저것 찾아보느라 밤새 잠을 못 잤어요. 다행히도 지금 동생은 아무 문제없어요. 그 당시에 제가 느낀 건, ‘장애가 생기거나 죽음을 맞이하는 건 누구에게나 그냥 발생할 수 있는 일이고 나한테도 있을 수 있는 일인데 인식이 없었던 거구나’ 였어요.
이런 상황을 개인에게 일어난 불행으로 치부해 버리고 나한테는 발생하지 않을 어떤 불행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그게 사실은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인 거잖아요. 그래서 그 일을 계기로 저는 그 관점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나는 그걸 겪으면 안 되는 어떤 불행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로 여기는 관점이 사회적으로 수용되어야 개선이 되고 변화가 일어날 것 같아요.
밤바다 : 맞아요. 나한테는 일어나지 않을 거야 이렇게 단정하고 생각을 해버리니, 나하고는 상관없는 일이 되는 거죠. 뉴필로소퍼에도 ‘타인의 고통에 대한 무관심’ 이 언급이 되어 있죠. 내가 언제 어떤 경험을 하게 될지 모르는 거잖아요. 그 부분을 아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일상기록가 : 동정은 제3자의 시각에서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은 당신의 불행으로 바라본다고 하잖아요. 동등한 관계에서 도움을 주는 게 아니라 내 일이 아니라고 그냥 선을 긋고 지나쳐 버리는 거죠. 사실 저는 동정이란 단어가 좋은 의미를 담고 있는 쪽이라 생각했거든요.
이 책에서 언급한 것처럼 동정하는 사람치고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동하는 경우들은 많이 없는 거 같아요. 위로 안에는 이를 도와줘야 하는 행동이 들어가야 되는데, 정말 딱 거기까지여서 어떻게 보면 당사자에게는 되려 불필요한 참견일 수도 있겠다는 걸 이번 사례를 통해 또 한 번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마고 : 저도 책에 나온 ‘자기가 겪은 고난을 말하는 사람은 동정심을 바라는 게 아니라 정의를 실현해 달라는 요구다’라는 말에 공감이 갔어요. 그 동정심을 가진다는 것도 나와는 상관없는 남의 일이라고 생각해서 가능한 거라는 거죠. 동생이 다리가 부러졌을 때 공항에 갔는데 ‘어떻게 아프세요?’ 이런 맥락이 아니라, 당황하지 않고 프로페셔널하게 휠체어도 가져와 태워 주시고, 대처 방식이 다 정해 있었어요. 비행기도 맨 앞 좌석으로 하고, 휠체어도 먼저 내리게 한 다음에 목적지까지 데려다주셨어요. 수화물도 미리 대기가 되어 있더라고요.
처음에는 어떻게 동생을 짊어지고 서울까지 갈 수 있을지 불안했는데 이런 경험을 하면서 무척 감사했어요. 일사천리로 매뉴얼대로 진행이 되니까 불안함이 사그라들고, ‘이런 일도 그냥 있을 수 있는 일이고 이런 상황에 대한 대처도 잘 마련이 되어 있구나’ 안심이 되었어요.
가련화 : 그렇게 매뉴얼이 잘 되어 있는 곳들은 되게 좋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떻게 보면 페이를 지불한 만큼인 거잖아요. 어느 정도 돈이 좀 들어가고 로열이 있는 어떤 공간이나 이런 서비스는 시스템이 잘 되어 있는 것 같은데, 우리가 돈을 지불하지 않는 일상 속의 장소들 혹은 그 가치가 조금 낮은 부문에 적용이 안 되어 있는 게 아쉬운 거 같아요. 예를 들어 저상버스도 정말로 없대요. 유튜브에서 본 영상인데요. 상수 쪽에서 휠체어를 타고 돌아다니기를 했는데, 저상버스를 타려고 하니 오히려 장애인을 태울 수 없다고 거부당해서 한 번도 못 탔어요. 일상에서는 이런 대처가 아직 녹여지지 못했다는 게 안타까워요.
마고 : 제 생각에는 국민이 내는 세금에 분명히 장애인을 위해서 쓰이라고 된 예산도 있을 텐데 그런 것들이 제대로 적용이 안 된다는 게 이해가 안 돼요. 사실 그 항공사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던 건, 동생이 다리가 다쳐서 돈을 더 낸 건 아니고, 우리가 내는 일반 항공비를 지불했는데 거기에도 이런 서비스가 포함된 거잖아요. 그래서 장애인에 대한 인프라가 구비되지 않는 게 어느 단의 문제인 건지 좀 고민스러워요. 예전에 일본에 놀러 갔을 때 눈여겨본 게 버스 기사 아저씨가 장애인이 타려고 하면 자연스럽게 내려가서 도와주시거든요. 마치 제가 경험한 항공사의 매뉴얼처럼 그게 너무 자연스럽게 잘 되어 있더라고요 근데 한국에서는 전혀 볼 수 없었던 그런 광경이어서 참 부러웠어요.
밤바다 : 저도 일상에서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장애인 분들이 지하철 시위할 때 오히려 이를 막으려고 엘리베이터를 폐쇄한다는 기사도 봤었어요 대화로 해결하고 어떻게 할 건지를 함께 찾아보는 게 아니라 단순히 못하게 막는다는 게 잘못된 것 같아요. 지금 시위를 한 지도 꽤 됐잖아요. 진짜 절실한 것 같거든요. 지나가다 보면 매번 시위하시고 하는데 사람들이 관심이 없는 점이 진짜 안타까워요.
마고 : 근데 그런 부분들을 장애인 분들이 직접 시위를 해서 바꾸는 게 아니라, 결국 정치인들이 해야 되는 건데 정치인들은 많은 수의 득표를 위해서는 소수가 아니라 다수의 의견을 따르는 경향이 있고요. 이들의 이익을 적극적으로 대변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인 게 안타까워요.
저도 아까 말씀해 주신 거 들으면서 장애인 분들의 어려움이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는 것보다는 이런 역풍을 맞는 상황이 더 나은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묻혀 있는 것보다는 우리가 여기에 이렇게 있다. 빌런으로 여겨지더라도 그런 게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던 것 같아요.
가련화 : 계속 알려주셨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그걸 위해서 분명히 일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예요. 맞아요. 말씀하신 대로 너무 소수다 보니까 저희가 아직 몰랐던 거고요. 저희들이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고 또 저희가 또 친구들한테 얘기를 하고 이게 퍼지고 퍼지다 보면 조금은 바뀌어지지 않을까요?
밤바다 : 같은 챕터에서 가련화님이 질문해 주신 편견 극복하기 관련해서 의견 주실 분 있나요? 저는 하나 있어요. 평소에 노숙자들을 볼 때 솔직히 긍정적인 인식을 가지고는 있지 않았어요. 근데 책 ‘불편한 편의점’을 읽게 되면서 내가 정말 단편적인 것만 봤구나, 그 사람이 이제 과거에 어떤 일을 했었고 이런 걸 전혀 모르고 지금 현재 상황만 봤다는 걸 느꼈어요.
[책] 불편한 편의점 by 김호연저는 업무 특성상 민원 상대를 많이 하는데 꼭 그러신 분들 있어요. 질문만 하시면 되는데 내가 과거에 이런 기관에서 일을 했고, 좋은 기업에서 일을 했다.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저는 왜 그걸 굳이 말씀하시는 걸까 이해가 안 됐는데 아빠가 퇴직하는 모습을 보고 다르게 와닿았어요.
과거에는 좋은 기업에 다녔고 그만큼의 대우를 받고 있었는데 퇴직이 끝나면 아무것도 없잖아요. 그냥 개인이 되는 거니까요. 그러면서 과거 얘기를 하면서 조금이라도 자기한테 대우를 좀 해줬으면 좋겠는 게 있으신 거 같아요. 그러면서 아빠의 모습이 약간 비치면서 그런 분들을 볼 때도 조금 안타까운 마음이 들더라고요.
마고 : 저도 비슷한 경험을 했어요. TV에 나오는 공익광고였어요. 처음에 어떤 할아버지가 비쳐요. 폐지를 줍고 다니신다거나 혼자 공원에 앉아 계신다거나 하는 조금은 초라한 모습이에요. 그러다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방식으로 화면이 바뀌어요. 그전 단계가 손주를 낳았고, 그전에는 아들을 낳아서 아들을 키우면서 직장인으로 살아간 시간들, 그리고 청년 시절까지 쫙 보여주는데요. 그걸 봤을 때 제가 길에서 마주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볼 때 어르신이라는 하나의 집단으로 보고 지나쳤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러니까 누구나 늙게 될 텐데 남의 일처럼 느꼈던 거 같아요.
[공익광고] 노인에 대한 인식개선 - 내일의 나 by 공익광고협의회그 할아버지도 자기의 빛나는 인생 스토리와 모든 걸 다 경험해 온 한 분의 사람이구나라고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지금까지 나도 늙으면 저렇게 될 텐데 라는 부분을 역지사지로 생각하지 못하고 타인으로 구분 지으면서 살아왔었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었어요.
그래서 그다음부터는 엄마를 볼 때도 '엄마는 왜 저럴까'가 아니라 '엄마도 나와 같을 때가 있었겠지' 하면서 보게 되니까 그런 편견이 사라지는 것 같아요. 편견을 가진다는 것 자체가 언젠가 나도 처하게 될 상황에 나 스스로를 약자로 만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편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계속 역지사지로 생각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어요. 나는 저렇게 되지 않을 거야라고 생각하는 건 우물 안 개구리에 갇혀있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가련화 : 편견을 가진다는 건 개인의 경험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본 다큐에서 두 명의 사진작가한테 프로젝트를 맡긴 에피소드가 있었어요. 한 사진작가에게 대상자가 죄수라고 알려주고 사진을 촬영하게 했고, 다른 사진작가에게는 똑같은 사진 대상자를 두고 이 분은 교수라고 알려줘요. 놀라운 건 같은 사람인데 사진 결과가 다르게 나왔다는 거예요. 그 사람은 똑같이 앉아 있는데 편견으로 사진마저도 그렇게 필터를 해버린다는 게 놀랐어요. 저도 그거 보고 누군가를 첫눈에 보고 판단하거나, 그 사람에 관해 받은 정보로만 판단을 해서는 안 되겠다는 걸 많이 깨달았어요.
그리고 저도 말씀해 주신 ‘불편한 편의점’ 관련으로 말씀드리고 싶어요. 책에서 나온 것처럼 무연고 사망자 분들을 장례를 치러주는 단체가 있어요. 그 단체에서 봉사를 할 수가 있거든요. 아는 분이 추천해 줘서 저도 다녀왔고요. 봉사활동을 하면서 무연고 사망자와 이런 장례 문화에 대해서 많은 편견을 깼어요.
대부분 무연고 사망자는 연고가 없다고 생각하잖아요. 단칸방에 혼자 지내시다가 돌아가시는 케이스가 많긴 해요. 근데 충격적인 게 가족이 다 있는데도 무연고 사망자가 되시는 경우가 많다는 거예요. 가족이 포기를 해요. 포기를 한다는 건 이 사람하고 너무 연락이 안 닿아서이거나, 가족으로서 연이 끊어져서 그럴 수 있대요.
‘죽어서도 외로운’ 무연고자 사망자의 장례식 photo by 뉴스포스트이분이 돌아가시고 나서 서울시에서 처리를 하는데 행정 처리할 때 주민등록상에 있는 가족 관계는 오직 일촌 부모나 형제자매까지만 가족으로 인정한대요. 그래서 이 사람들한테 연락을 돌리고 15일을 주는데 그 이상 연락이 안 되면 이 사람은 무연고인이 돼요.
두 번째로 돈 때문에 포기하는 경우도 있대요. 세상에 장례비가 그렇게 비싸더라고요. 최소한의 장례절차를 진행하는데 최소 2천 원에서 3천만 원이 필요하다고 해요. 가족들한테 연락을 돌렸는데 그 돈이 없어서 진짜 울면서 포기하신대요. ‘너무너무 죄송하다 근데 내가 진짜 돈이 없다’고 포기하기도 한다고 해요.
세 번째는 법률적으로 장례를 치를 수 있는 관계가 아니어서 무연고가 되기도 해요. 어르신분들 중에 친구들하고 잘 지내시는 분들이 있잖아요. 근데 친구는 상주가 안 된다는 거예요. 아니면 나이가 들어서 사실혼으로 잘 지내시는 분들도 있잖아요. 그런 분들도 어떠한 권리 행사를 할 수 없대요. 이 사람의 장례를 치러줄 수 있는 관계를 나라에서 인정하지 않는 거예요. 가족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분들도 다 무연고 장례를 치러야 되더라고요.
무연고라는 그 단어의 프레임이 주는 부정적인 의미에, 많은 사연이 있고 가슴 아픈 사람들이 많다는 것 그리고 그렇게 오는 사람들 중에 진짜 말 그대로 범죄자가 있을 수도 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연고 장례를 치러주는 분들은 그런 편견 없이 이 사람들을 하나의 사람으로 대우하고 장례를 치러준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책도 나왔어요. 거기 일하시는 분이 책을 쓰셨는데 ‘ 애도하는 게 일입니다’라는 책이고요.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 더 상세한 내용들을 알 수 있어요.
[책] 애도하는 게 일입니다 by 김민석
[진정한 연결을 위한 공감대 형성]
Q4. 상대 혹은 자신이 속마음과 반대로 말하기를 사용할 때, 우리는 대화 상황에 잘 대처하고 있나요? 진실만을 말하는 것보다 반어법을 사용할 때의 대화가 유용할 때도 있을까요?
가련화 : 넷플릭스에 나온 블랙 미러 중에 추락(Nosedive)이라는 에피소드와 연계되는 것 같아요. 인스타 같은 SNS에서 받는 좋아요가 나의 사회적인 평점인 거예요. 평점이 5점 만점인데 4점 이상이면 굉장히 좋은 사람이 되고, 평점이 일정 이하로 떨어지면 감옥에 가게 되면서 사회적으로 격리가 돼요.
이 에피소드의 백미는 평점을 잘 얻기 위해서 본인의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지 않고, 포장한다는 점이에요. 예를 들어 오늘 나는 기분이 나쁘지만 그런 얘기를 안 하고 되게 ‘좋은 날씨네요’ 이렇게 얘기를 한다던가, 이 사람이 뭔가 마음에 안 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얘기를 해주려고 하거든요.
Neflix, Blackmirror 3시즌, ep1. 추락(Nosedive) 중 한 장면드라마라 극단적 설정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사회생활을 할 때도 속마음과 다른 이야기를 해야 하는 상황들이 있잖아요. 그래서 그런 대화 방식에 있어서의 경험, 혹은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내가 좀 잘 대처를 하고 있는지, 저 사람의 그 핵심 메시지가 반어법인지 아닌지를 좀 잘 캐치를 하고 있는지 그런 얘기를 좀 나눠보고 싶어서 발제를 했어요.
일상기록가 : 저는 되도록이면 갈등을 피하는 편이고, 평화적으로 넘어가려 하는 때가 많아요. 갈등을 그대로 직면하기보다는 그 상황에서는 일단 넘어가고 이후에 어떻게 대처할지를 생각하고 행동하는 편이고요.
오르선생님의 아이덴티티 수업에서도 느꼈고 다양한 강의를 통해서도 얻게 된 인사이트는 회사와 나는 함께 협력하는 동등한 비즈니스 관계이고, 함께 일하는 동료가 최고의 복지라는 생각에 공감을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사회생활에서는 마주치는 인간관계에서 특히 현명하게 대처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신중하게 행동하려고 노력해요.
제가 봤을 때 이렇게 피드백을 받으면 좋을 거 같다는 기준으로 그 사람에게 공감이 되는 피드백을 주기 위해 고심해요. 저도 사람인지라 직설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경우도 많고 하지만, 조금은 돌려서 얘기를 하는 경우도 있고요. 그런 과정에서 그 사람의 캐릭터를 비판하기보다는 진짜 중요한 본질적인 게 무엇인가 집중하려고 하는 게, 인간관계를 대처할 때 기준이 된 수확이기도 해요. 예를 들어서 회사에서 조금 대하기 까탈스러운 분들을 WHY의 시각으로 볼 때 이해할 수 있고 공감하게 되는 것처럼요. 그 톤에 맞춰서 이해하게 되면 저도 감정적인 소모가 덜하고 어떤 면에서는 서로 동의하는 부분을 끌어낼 수 있어서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는 거 같아요.
밤바다 : 저도 평화를 깨기 싫어하는 사람 중에 한 명인데, 갈등 상황에서 제가 중간에 낀 입장일 때 너무 스트레스를 받더라고요. 상황을 좋게 하면서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안 되는 경우도 많아요. 그럴 때는 어딘가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있고요.
예를 들어 가족 관계에서 갈등이 생기면 서로가 직접 이야기하지 않고 저를 통해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제가 한 명씩 따로 전달하다 보니 중간에 지치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상황을 좋게 풀려하다 보면 선의의 거짓말을 할 때도 있어요. 이번에 함께 읽은 비폭력 대화에서처럼 저의 욕구는 배제된 채 이야기를 하면 어느 순간 이 대화에서 빠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그리고 저는 반어법이라는 것이 과연 유용한 적이 있었나라는 생각이 들긴 해요. 왜냐하면 말을 강조할 때는 효과적일 수 있겠지만, 보통 비꼬면서 이야기할 때 반어법을 사용을 하는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아직 저한테는 긍정적인 경험이 떠오르진 않네요.
마고 : 아마 말씀하신 것처럼 나의 속마음을 숨기고 다르게 말을 하는 거랑 반어법을 쓰는 거는 저는 다르다고 느껴지는데요. 저는 대화를 할 때 상대방이 그 말을 하는 의도가 누군가를 속이려고 할 때 그 대화를 하고 싶지가 않거든요. 그러니까 반어법을 한다는 걸 제가 느낄 수 있으면 괜찮아요. 불만이 있어서 저의 어떤 부분을 비꼬려고 ‘야 너 되게 잘하네’ 이런 식으로 하는 거면 괜찮아요. 그럼 저는 이 사람은 이 상황에 대해서 불만인 거구나를 제가 알 수 있으니까요.
이와는 다르게, 생각과 다른 말을 한다는 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지금 이 상황을 모면하려는 것 같아요. 제가 씽프로젝트에서 알게 된 저의 핵심 가치 중에 하나가 진정성이었거든요. 그런데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진정성과는 대치되는 상황을 헤쳐나가야 하는 상황을 많이 만나게 돼요.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이 돼요. 그래서 저도 '뉴필로소퍼'와 '비폭력 대화'를 읽으면서, 비단 가정에서만 아니라 사회생활에서도 적용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느꼈고요. 제가 이런 커뮤니케이션 상황 속에 계속 처해야 한다면 사회생활에서도 어떻게 극복해 나갈 수 있을지를 염두에 두고 보게 되었어요.
책에서 폭력적인 대화를 통해서 순종을 시키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 안에서 분노가 일고 결국은 그 화가 돌아온다는 내용이 있어요. 이를테면 회사의 방향성이 다를 때 회사에 맞춰서 제가 순종을 하더라도 속으로 화가 쌓이거나 다른 방식으로 표출이 되는 경우가 있거든요. 이 부분을 어떻게 풀어갈 수 있을까 평소의 고민과 맞닿아 있어 인상에 남았어요.
일상기록가 : 회사마다 맥락은 다를 것 같아요. 업종에 따라도 문화가 다르겠지만 만약에 문제 제기를 하는 부분이 업무적인 부분에 필요하다면 그 시점에 대화를 바로 하는 게 맞아요. 그러니까 문제인 걸 처리를 안 할 때 결국 그게 나중에 더 큰 문제가 되는 경우를 봤어요. 그래서 마고님이 말씀하신 부분이 장점이라는 부분을 이야기해 드리고 싶어요.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서 어느 정도는 나의 본질에 기반을 둔 페르소나를 사용하는 것도 용인된다고 생각해요. 서로 의견이 다를 때 감정적인 대처보다는 좀 더 젠틀하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노력을 하는 부분이고요. 나와 완전히 다른 ‘끼워 맞추기’ 위한 페르소나는 솔직히 저는 오래가지 못하고 지친다고 생각을 해요. 사실 회사에 보면 각자의 캐릭터들이 다 있잖아요. 그 캐릭터들도 시간이 지나면 인정을 받거든요. 회사는 단기적으로 일하고 말 게 아니라 장기전이라서 사람들이 알아요. 이 사람이 화를 낸다 하더라도 이 분이 화를 낼 정도면 진짜 그거는 문제가 있는 거다라는 식이요. 이 사람이 문제 제기를 한다고 하면 이건 꼭 짚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이다 이런 거요. 저는 이 부분을 조금씩 조율해 나가실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가련화 : 회사 내에서 비폭력 대화나 리더로서 대화 스킬을 향상하는 데 도움을 주는 워크숍이 많아요. 한 사람만 바꾸는 게 아니라 저는 같이 노력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원데이 워크숍을 통해서 서로 성향을 이해하고 대화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을 추천해요. 요새는 리더가 꼭 팀장만이 아니라 팀원도 그런 리더십을 가져야 된다는 분위기라, 질 좋은 커뮤니케이션 워크숍이 많더라고요. ‘우리가 다 같이 더 소통하는 회사가 되어 볼까요’라고 하면서 한번 상신해 보시는 것도 좋은 방법인 거 같아요.
밤바다 : 맞아요. 혹시 추가로 회사에서 합의되지 않은 의견이 있었는데 해결한 경험이 있으신가요?
일상기록가 : 어떤 조직 문화를 가지고 어떤 업력이 있냐에 따라 방법이 다를 수 있을 거 같아요. 사실 사람마다 캐릭터가 다다르고 각자의 포지션에 따라 얻고 싶은 게 다르고, 정치적인 부분도 있고요. 저는 평화주의자이기도 하면서 공감을 잘하는 스타일이라 일단 이해를 먼저 하는 편이고요. 상사와 트러블이 있을 때는 다시 관계를 돌아보고 라포를 형성하려고 노력해요. 제가 봤던 좋은 사례는 먼저 상사의 의견을 먼저 수용하고 공감하고, 덧붙여 자신의 의견을 풀어가시는 분들을 봐왔고요. 하지만 그게 결코 쉽지 않은 스킬이고 연습이 필요한 거 같아요.
가련화 : 저도 일상 기록가님 말씀에 공감하는 게 사회생활이어서 내가 맞춰야 돼 이런 느낌이 아니라 진짜 그 사람한테 있어서 내 편이라는 느낌을 주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러니까 저도 이제 직장 생활을 할 때 운 좋게도 어려운 분들을 만난 적은 없지만, 그래도 전 직장은 팀장님과 임원분들을 다 모셔봤거든요. 공감을 하고 라포를 형성하다 보면 상사 본인의 욕구를 말씀을 하시고 그걸 제가 도와줄 수 있으면 자연스레 라포가 더 많이 형성되었던 경험이 있어요.
그래서 저는 전 직장 상사분들을 모실 때는 다 그런 식으로 접근을 했던 것 같고요. 지금은 직장 상사분들이 다 여자세요. 확실히 여자분들이셔서 공감을 많이 하시고 많이 조심하세요. 그래서 더 많이 대화를 하려고 했어요. 시간을 두고 서로의 성향을 좀 파악한 후에 여러 대화를 시도해 봤고요. 서로 한 팀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하려고 많이 노력하는 게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욕구와 느낌에 기반한 소통, 책 비폭력 대화]
Q5. 이번에 함께 읽은 비폭력 대화에 대한 소감을 이야기해 볼까요?
[책] 비폭력대화 by 마셜 B. 로젠버그밤바다 : 저는 충격받았던 것 중에 하나는 제 감정이나 욕구에 대해서 인지를 하지 못했구나 하는 부분, 생각과 느낌을 구별하는 파트에서 저는 느낌이라고 말을 했는데 알고 보니까 생각을 말했다는 부분이요. 그리고 공감할 때 잘못된 언어들 있잖아요. 저는 공감을 해준다고 했던 부분이 다 방해하는 언어들이었더라고요. 그래서 그 부분이 인상이 깊었던 것 같아요. 학생 때부터 이 책을 배우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련화 : 저도 평소에 어떻게 이야기를 하는지 계속 생각하고, 나도 잘못 얘기하고 있는 부분이 많구나 하는 자기반성을 참 많이 하게 한 책이었어요. 책에서 평가와 관찰을 구별하기라는 게 있어요. 제가 인지하지 못한 채로 평가적인 언어를 많이 사용해 왔다고 깨달았고요. 동료들에게 한 감사 인사도 그냥 감사하다는 표현이 아니라, 욕구에 기반해서 어떤 부분이 도움이 되었는지 제대로 된 말을 하지 않으면 허황된 감사의 말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제가 하는 말투의 습관을 참 많이 돌아보게 하는 너무 좋은 책이었어요.
일상기록가 : 책을 통해 느낀 점은, 제가 스스로에게 ‘해야 한다’는 표현을 많이 쓰고 있거든요. ‘나 이거 해야 돼’, ‘이거 끝내야 돼’ 스스로의 욕구에 기반한 선택이라기보다 강요인 거잖아요. 그래서 저항감이 일어나고, 계속 미루게 되거나 이를 달성하지 못할 때 죄책감에 시달리게 되더라고요. 내가 이거를 왜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욕구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업무처럼 집중하다 보니까 힘들었거든요. 이런 사고방식이 스스로의 자율성을 없애는 거구나라는 깨달음도 들었어요.
밤바다님 말씀처럼, 공감에 대해서도 제가 잘못 행동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친구와 이야기할 때 적용해 봤어요. 이 책에서 상대방에게 공감을 충분히 받은 사람은 더 이상 말을 안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친구가 이야기하는 동안 책에서 나온 방해의 언어를 쓰지 않고 다 들어줬어요. 그 친구의 느낌과 욕구를 의식하면서 피드백을 주니, 정말 어느 순간 친구가 말을 안 하는 거예요. 공감이란, 그 사람이 마음 편히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다 하게 하고 충족되지 않는 욕구에 귀 기울여 들어주는 거구나, 솔루션을 제시하는 게 아니구나 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마고 : 이 책을 만나게 해 주셔서 되게 너무 감사하다는 생각을 했고, 제가 처한 상황이나 제가 하는 말들이 얼마나 폭력적일 수 있는가에 대해서 많이 생각을 하게 됐던 것 같아요.
북토크의 마무리에는 마고님이 회사 생활에서 겪은 케이스를 가지고 비폭력대화의 소규모 워크숍을 진행했다. 우리는 이 과정에서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욕구와 느낌을 추구하는 존재하라는 보편성을 확인하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어떤 부분의 욕구가 결핍이 되었을까, 어떤 느낌이었을까를 되짚어가면서 상대방의 관점에서 입체적으로 상황을 되돌아보는 그 과정 자체가 새로운 소통이자,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좀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는 실마리가 됨을 느꼈다.
타인과 깊이 연결되기 위해서는 스스로에게 관용을 베푸는 것처럼 상대방에게도 열린 마음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자기 자신과의 원만한 관계가 기반이 된다는 걸 느꼈던 소중한 경험이었다.
함께 나눈 질문 전체 목록
인간으로 존재한다는 것, 인간다움은 어떤 의미이고 우리는 왜 인공지능이 발전함에 따라 불안함을 느낄까요?
AI가 사람과 감정을 나누는 관계의 주체가 될 수 있을까요?
관점 바꾸기로 세상을 보는 방식이 바뀐 경험이 있나요?
지금까지 살면서 가져온 편견이 있었나요? 편견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단정 짓지 않으려는 의지, 모를지도 모른다는 것을 인정한 적이 있었나요? 내가 틀릴 수도 있음을, 모를 수도 있음을 인정함으로써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책에서 언어뿐 아니라 목소리, 웃음, 슬픔, 이메일, 문자 등이 소통의 하나의 방식이라고 말합니다. 타인과 소통할 때 주로 어떤 방식을 사용하는 편인가요? 책에서 언급한 것 이외에도 다른 소통의 방식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사용하는 언어의 형식과 관습에 따라 우리의 사고방식이나 정체성 같은 것들이 영향을 받는다고 해요. 혹시 외국어를 사용할 때 내가 다른 성향을 보이거나 다른 방식으로 사고하는 경험을 한 적이 있으신가요?
코로나 시대로 버츄얼 커뮤니케이션이 상용화가 되었는데, 우리는 앞으로 직접 대면하지 않아도 서로를 공감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요?
나와 다른 세계관을 가진 사람과 어떻게 소통할 수 있을까요?
사회생활을 하면서 모호함을 느꼈던 용어가 있었나요? 그 용어가 스스로에게 어떤 의미로 재정의되었나요?
참고했던 책과 영화
책: 비폭력대화
책: 불편한 편의점
책: 애도하는 게 일입니다
책 : 말그릇
책 : 리더의 말그릇
영화 : Her
넷플릭스: 블랙미러 추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