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니체 입문서이자, 완전한 니체 전기.
니체를 제대로 보려면 밝은 니체뿐만 아니라 어두운 니체도 봐야 한다. 니체의 앞면뿐만 아니라 뒷면도 봐야 한다. 니체 정신의 표면뿐만 아니라 심층도 봐야 한다. 웃는 니체뿐만 아니라 우는 니체, 통곡하는 니체도 봐야 한다. 속삭이는 니체뿐만 아니라 분노하는 니체, 포효하는 니체도 봐야 한다. 춤추듯 걷는 니체뿐만 아니라 번개처럼 내리꽂히는 니체, 폭풍우처럼 휘몰아치는 니체, 망치를 휘둘러 우상을 때려 부수는 니체, 전쟁터를 질주하고 약탈하는 니체도 봐야 한다. 그 모든 니체를 봐야 우리는 니체를 봤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여러 얼굴을 지닌 니체를 통째로 겪고 났을 때 우리는 니체 인식의 본관에 들어설 수 있다.
서문 중
이런 책을 한국 사람이, 그것도 전문 작가도 아닌 기자 출신의 사람이 써 냈다는 게 감탄스럽다. 세계로 번역되어 나가도 니체를 다루는 전문성과 객관성에 있어서는 그 가치를 인정받아 널리 읽힐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도 든다. 뛰어난 전문성만큼 접근성도 좋아 나 같은 철학 전공자가 아닌 철학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도 잘 읽어나갈 수 있다. 니체를 탐구하고 싶은 자에게는 이보다 완벽한 책이 있을 수 없다.
보편적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니체는 니체 본연의 모습 중 극히 일부분이었다. 우리가 개념적 측면에서만 알고 있는 '권력의지', '초인', '영원회귀' 등은 아마도 반쪽짜리였을 가능성이 농후하며, 니체의 전 생애를 들여다보아야 그 진의에 가까워질 수 있다. 물론, 이 책을 읽었다고 그 개념들을 통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보다 심층적인 이해는 가능하다. 니체의 철학만 간접적 체험을 했지, 그의 제대로 된 작품을 읽어본 적이 없기에 그 난해함은 직접 느껴본 적이 없으나 잘 알고 있다. 아포리즘으로 가득한 그의 문장들은 니체에 대한 사전 인식 없이는 삼키기 힘들다는 것을.
그런 의미에서 니체 독서에 앞서 이 『니체 극장』을 읽는 것은 그 질을 올려주는 최고이자 최상의 행위일 것임이 틀림없다. 운 좋게 나는 니체의 책을 이제부터 읽는 특권(?)을 가지게 됐다.
영원회귀는 고통스런 삶의 끝없는 반복 속에서도 삶을 놓아버리지 않고 그 삶과 맞붙어 싸운다는 결의이며, 그런 투쟁의 결과로 삶이 매번 극복될 수 있음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권력의지는 어떠한 경우에도 파괴되지 않고, 어떤 경우에도 소멸하지 않고, 꺾인 뒤에도 다시 일어서는 더 많은 힘을 향한 의지이자 삶의 본질이다. 영원회귀 앞에서 짓눌리지 않고 '한 번 더!'라고 외치는 것, 어떤 고통도 시련도 회피하지 않고 삶의 일부로 수락하는 것, 그리하여 매번 영원회귀 자체와 결전을 벌이는 것, 그것이 권력의지다.
매료될 수밖에 없다. 그 사상들이 어떻게 발현되었든, 그 사상을 뒷받침하는 주장이 무엇이든, 결과로 나온 이 철학은 내게 있어 진리로 추앙받기에 충분하다. 절대적 진리가 아닌 해석적 진리로써, 내 삶에 유용성이 큰 이 사상은 나에게 진리로 간주됨에 따라 나의 진리다. 결국 이 사상들은 나에게 스며들어 개인화되어감에 따라, 삶의 주체성을 강화하고 삶 자체에 대한 경이를 다시금 일깨우는 도구로써 가슴에 새겨진다.
이런 사상을 발현시킨 자가 죽기까지 몇 년을 광인으로 살았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피할 수 없는 화살이 아니었을까? 자신을 전능한 신으로 생각하지 않고서는, 자신을 무자비한 황제로 생각하지 않고서는 이런 철학을 구축해낼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을 시작으로 나는 니체의 저작은 물론이거니와, 고명섭 저자가 쓴 책들을 탐닉하려고 한다. 감사함을 표하고 싶다. 나에게 니체를 선물해 준 저자에게. 나 역시 영원회귀 앞에서 좌절하지 않는 권력의지를 지닌 초인으로 살아가고 싶다. 뭔가 그렇게 되기 위해서 미쳐도 괜찮을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다. 그만큼 나는 지금 니체에 젖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