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모토 테루
『풀꽃들의 조용한 맹세』

비극적 진실속 애처로운 모성애

by 책 읽는 호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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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미야모토 테루의 팬이 되어, 그의 저작이라면 다 읽게 되어 버렸다. 그의 책은 대부분 중단편인데, 이 책은 드물게 장편에 가까운 분량을 갖고 있다. 그래서 이 작가의 장편은 어떤 느낌일까? 하는 마음에 일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다소 아쉬운 감이 있다. 미야모토 테루만의 서정적이고 애절한, 뭐라 그럴까, 마음을 살살 간질이는 그런 느낌이 전작들에 비해 상당히 줄어들었다고나 할까. 사실, 추리 소설의 영역에서 보면 한껏 그 맛이 살려져 있다고 볼 수도 있겠으나, 그의 저작들에 비하면 많이 못 미치는 게 사실이다.

거액의 유산 상속, 로스앤젤레스의 부촌, 유괴 등 자극적 소재를 끌어다 흥미로운 서사를 만들었지만, 다소 그 개연성은 부족하다고 평가하고 싶다. 이는, 완독 후 책을 천천히 반추해 보면 설정상 어색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서사의 과정들보다는 그 서사가 있기까지의 어떤 모성애와 한 어머니의 고통스러우면서도 치열했을 삶이 더 중점이 되어 다소 서사 구성에 힘이 빠진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또, 미야모토 테루는 주로 여자를 화자로 내세워 이야기를 써나가는 편인데, 이 책은 드물게도 남자 화자다. 내가 이 작가에 애정을 갖는 이유 중 하나가 여성의 심리나 묘사를 너무 몰입감 있게 잘 하기 때문인데, 남자 주인공이 화자로 나와 그 여성 화자만이 내뿜는 분위기가 반감되고, 구성적 얕음까지 더해져 기대보다 좋은 독서가 되진 못했다고 본다.

비극적 모성애를 다루기 위해 꼭 이런 형식을 써야만 했을까. 미야모토 테루라면 다른 식으로 더 절절하게 풀어낼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아쉬운 마음이 많이 든다. 그만큼 내가 이 작가에 대한 일방적 애정이 강해졌나 보다. 아쉬움에도 나는 미야모토 테루의 책을 더 읽어나갈 것이다. 그가 나에게 주는 문학의 순수성과 서정성은 꽤 마음을 침착하고 따스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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