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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 읽는 호랭이 Oct 03. 2023

아빠의 제사를 지내며

아빠의 인생

 아빠가 돌아가신 지도 벌써 약 7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1966년에 태어나 2016년, 51살이라는 나이에 아빠가 돌아가셨을 때 나는 22살이었다. 나는 그저 철없는 대학생일 뿐이었다. (아빠가 돌아가실 당시에는 사회복무요원 신분이었다.)


 내 인생도 제대로 생각하지 못했을 나이인 22살의 나는, 아빠가 걸어온 삶 같은 건 궁금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참으로 불효막심하게도 지금에 와서야 아빠가 살아온 인생이 궁금해진다. 그것도 돌아가신 자를 기리는 날과 장소에서 말이다.


 이 떠올림을 엄마와 드라이브하던 도중 꺼냈다. 아빠의 입으로 듣지 못해서 무척 아쉽지만, 엄마에게서 꽤 많은 것을 들을 수 있었다.


 남양주의 큰 과수원 집 막내아들이었던 아빠는 그때 당시는 부잣집에서 자랐다. 공부에는 흥미가 없어 야간 학교를 다녔고, 아빠는 이 사실을 꽤 부끄럽게 여겼던 것으로 보인다. (결혼 후 의도치 않게 엄마에게 이 사실이 드러나게 되었다고 한다.) 농부로 지내던 20대 중반, 엄마를 만나 26살에 결혼을 하고 친인척 사업체의 배송기사로 첫 직업을 갖게 되었다. (월급도 제대로 못 받았다고 한다.)


 그 이후 글로 적기에 가슴 아픈 둘째 큰아빠가 저지른 우리 집안의 패가망신의 스토리 속 구체적인 아빠의 삶을 전해 들었다. 가장으로서가 아닌 인간으로서 참으로 혹독한 인생을 살았음을 느꼈다. 또한, 그런 인생의 동반자로서 형과 나를 지금까지 잘 키워 온 엄마의 강인함도 느꼈다.


 지금 나에게 무엇이든 꼭 하나만 할 수 있다면 무엇을 하고 싶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아빠랑 둘이 삼겹살에 소주 한 잔하면서 진득한 인생 얘기를 해보고 싶다'라고. 내가 살아온 인생과 현생을 살아가는 내 삶의 태도를 아빠는 어떻게 바라보실까? 돌아가신 이후 7년 동안 나는 이렇게 변했는데, 아빠는 이런 내 모습에 기뻐하실까? 이런 어린아이 같은 질문에서 시작해 내가 실제 회사에서 겪는 문제들과 고민들을 사회생활 선배인 아빠에게 토로해보고 싶다. 꿈에서라도 뵙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보고 싶다.


 많은 사랑과 보살핌을 받고 자랐지만 정작 나는 아빠의 거친 항해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다. 뒤늦게서야 이런 불효를 깨달음에 하늘에 계신 아빠가 이해해 주시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 역시 이런 불효에 대한 보답은 남겨진 자에 대한 효도 아니겠는가. 엄마에게 잘하는 방법밖에 남지 않았다.


 부모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길 권하고 싶다. 우리는 생각보다 부모님에 대해 많이 알지 못한다. 단언컨대 그럴 것이다. 소통을 많이 한다 한들 본인의 이야기만 일방적으로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제부터 당신의 위대한 스승인 부모님의 역사에 관심을 가져보자. 부모와 자식의 틀을 벗어나, 인간과 인간이라는 관계 안에서 부모님과 소통해 보자.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아왔고, 그 삶을 스스로 어떻게 평가하고, 그것들을 어떻게 극복하고 여기에 서 있는지.


 그 기회를 영원히 박탈당한 상실자로서 권한다. 부모님의 인생에 관심을 가져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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