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해체와 재건을 통해 정체성의 방향을 찾다

폴 오스터 『달의 궁전』

by 책 읽는 호랭이

이 작품은 한 인간이 해체되고 재건하는 과정 속에서 정체성을 찾아가는 일종의 탐험기의 형태를 갖고 있다.



삶은 어떠한 측면에서 보면 죽을 때까지 파괴와 재생을 반복하며 형식을 갖추어 가는 것으로도 정의할 수 있다. 그 파괴와 해체는 자신이 어디까지 떨어질 수 있는지 실험하는 듯 경험되지만, 마침내 재건과 재생을 한 뒤 스스로를 돌이켜보면 그 파괴와 해체가 나름의 의미를 부여받은 하나의 여정이 된다.



삼촌의 죽음, 자발적 노숙자 되기, 오랜 기간 유대를 쌓은 고용주의 사망,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 그리고 삶의 모든 것이 계승되어 왔을지도 모른다는 놀라운 발견 등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그에게 찾아온 수많은 고통의 시간들. 그것들은 개별적 사건이 아니라, 인간을 인간으로 묶어두던 조건들이 하나씩 해체되는 과정이었다. 하지만 주인공은 그것들에 침잠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정체성을 구축해가는 여정을 떠난다.



그 여정의 첫 발걸음은 주체성의 발현이라고 볼 수 있으나, 그 쌓여가는 발걸음들에는 늘 타인이 있었다. 주인공은 항상 결정적인 순간들에 앞서 누군가의 도움이 있어 왔다. 그렇게 이 인간은 세계와 상호작용하며 자신의 길을 걸어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 작품이 갖고 있는 사건들의 긴밀한 결합과 우연성은 별도로 조명해야 한다. 사실 억지라고 보자면 그렇게 볼 수 있는 '계보'는 결과물로써 '이게 말이 돼?'라는 감상과 평가의 영역보다는 인간의 정체성을 찾아갈 때 중요한 하나의 도구로써 보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 결국 주인공의 입장에서는 해체와 재건의 과정 속에 임팩트 있게 쓰인 하나의 인연이자 삶의 큰 나사였던 것일 뿐이다. 기막힌 우연처럼 보이지만 그 무시할 수 있는 우연에 가치를 불어넣은 건 주인공 자신이다.



결국 『달의 궁전』이 말하는 정체성이란 어떤 안정된 본질의 발견이 아니다. 그것은 붕괴 이후에도 다시 살아가기를 선택하는 태도이며, 상실을 단순한 불운이 아니라 하나의 형식으로, 하나의 여정으로 견디는 힘이다. 달은 끝내 도달할 수 없는 의미의 상징이지만, 인간은 그 달을 바라보며 걷는 과정 속에서만 자신이라는 궁전을 세운다. 주인공의 탐험은 목적지의 확보가 아니라, 무너짐을 통과한 뒤에도 질문을 버리지 않는 인간으로 남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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