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각각의 글에 요동치는 각각의 마음

by 책 읽는 호랭이

산문집은 태어나서 처음 읽는다. 요즘 시를 쓰고 글을 쓰는 습관을 들이고자 매일매일 내 기분을 글자로 표현하는 연습을 하고 있어서, 나도 모르게 이 책에 손이 간 듯하다. 나왔을 당시에 평이 상당히 좋았던 책으로 기억하기도 하고, 왠지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책일 거라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최근 졸업을 앞두고 혼란스러운 마음을 통제하려고 노력 중이다. 다가올 사회가 두렵진 않지만, 다가올 나의 상태는 두렵다. 지금의 행복이 쭉 지속될 수 있을지도 두렵고, 만약 그 행복이 사라진다면 무엇을 원동력으로 삼아 살아가야만 할지 등을 생각하며 요즘은 심란한 세월을 보내고 있는 듯하다.



고독과 외로움은 다른 감정 같아. 외로움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생기는 것일 텐데, 예를 들면 타인이 나를 알아주지 않을 때 드는 그 감정이 외로움일 거야. 반면에 고독은 자신과의 관계에서 생겨나는 것 같아. 내가 나 자신을 알아주지 않을 때 우리는 고독해지지. 누구를 만나게 되면 외롭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독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야. 고독은 내가 나를 만나야 겨우 사라지는 것이겠지. 그러다 다시 금세 고독해지기도 하면서.

49p



내가 외로운 건가 고독한 건가 고민해봤다. 나는 분명 나 자신을 알아주고 그 누구보다 인정해주고 있다. 그런데 말이다. 왠지 모르게 최근의 나는 고독한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아니, 고독하지 않은 척하면서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사실은 고독하면서. 이 역시 고독을 떨쳐내는 과정 중 하나일 것이라 생각한다. 고독을 끊임없이 인식하고 물리치고, 다시 인식하고 물리치고. 그렇게 나 자신을 온전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게 아닐까?

그리고 내 주변 소중한 사람들에게도 이 문장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인용했다. 아마, 그들은 외로움보다는 고독함에 괴로워하는 것 같다. 아직 진정한 자신을 마주하지 못해서, 그럴 만큼의 마음의 준비가 아직 안 돼서. 하지만 분명히 극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본인이 지금 고독을 마주한 걸 알고 있으니까, 고독을 떨쳐버릴 일만 남았으니까. 지금은 날개를 활짝 펼치기 직전의 사람들이니까.



여행과 생활


우리가 함께했던 순간들이

나에게는 여행 같은 것으로 남고

당신에게는 생활 같은 것으로 남았으면 합니다.

그러면 우리가 함께하지 못할 앞으로의 먼 시간은

당신에게 여행 같은 것으로 남고

나에게는 생활 같은 것으로 남을 것입니다.

51p



요즘 인간관계가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금 깨닫고 있다. 하루하루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는 인간관계 속에 살아가면서, 나는 얼마나 복 받은 사람인지, 그들이 얼마나 복 받은 사람인지, 행복을 미루지 않은 채로 살아가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를 온몸으로 느끼면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모든 관계는 영원히 같은 상태로 지속될 수는 없는 법이다. 관계는 이어져 있다고 해도 관계의 형태는 분명 달라질 것이다. 그 관계의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본인이 원하는 형태와 비슷하게 유지시킬 것이냐에 따라 그 관계의 지속성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내가 최근에 하는 고민 역시 이런 인간관계의 지속에 관한 게 크다. 고민하고 해 봐도 역시 미래는 알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끌려가겠지만, 뭔가 마음의 준비라도 하고 싶은 게 솔직한 마음이다. 항상 혼자서도 잘 해왔으니까 혼자 있어도 괜찮을 거라고 애써 위로하기도 하지만, 지금은 항상 곁에 있다가 없어져 혼자가 되는 나 자신에 대한 걱정이 된다.



당시 며칠씩 생으로 굶던 처지의 어린 아버지가 갖기에는 세발자전거는 값비싼 물건입니다. 그 자전거는 사실 병으로 일찍 세상을 떠난 엄마를 대신할 물건이었습니다. 며칠씩 울기만 하는 아들이 불쌍했는지 할아버지가 선물해준 것이지요. 분명 자전거도 좋았겠지만 '엄마'라는 것이 무엇으로 대신할 수 있는 것인가요.

우리는 모두 고아가 되고 있거나 이미 고아입니다.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그래도 같이 울면 덜 창피하고 조금 힘도 되고 그러겠습니다.

150p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그래도 같이 울면 조금 힘이 되겠지?

최종적으로 이 산문이 말하고자 하는 메세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하나하나의 글에 내 마음이 하나하나 반응했으니까. 뭔가 그걸 종합적으로 요약하고 싶지도 않고, 그냥 있는 그대로 내버려 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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