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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리밀 Aug 25. 2017

모든 생일은 축하받아야 한다

당연히

 점심 시간 쯤 친구가 단톡방에 올린 메세지. 자기 아버지께서 생신이시라는 말과 함께, 혹시 여유 좀 되면 생신 축하드린다고 문자 한 통씩만 보내달라는 말. 친구 녀석이 집에서 꽤 멋진 아들이구나, 생각하면서 바로 친구가 보내준 번호로 문자 한 통을 보냈다. "누구누구 동기 누구누구입니다. 아버님 오늘 생신이시라고 들었는데 좋은 하루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평소에 누구 생일을 축하해주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편이어서 그런지 문자가 술술 써졌다. 한 번도 뵌 적 없는 친구 아버지의 생신을 축하해드리기는 애매하다고 생각할수도 있지만, 생일은 인생에 한번뿐인 날을 일년에 한 번씩 기념하는 날이니까, 그런 날을 누군가 축하해오면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싫지는 않을테니까. 그렇게 문자를 보내고 잊고 있었는데 저녁 먹을 때 쯤인가, 친구 아버지께서 답장을 보내주셨다. 아들에게 동기라고 들었다고 하시며, 나중에 집에 찾아오면 아들녀석이랑 셋이 소주 한 잔 하자는 문자. 괜히 흐뭇해서 친구한테 답장온 걸 보내줬더니, 나만 문자를 보냈다며 고맙다는 말을 했다.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문자를 툭 보낸 것은 나 뿐인가, 생각했다.


 나에게 있어 생일을 축하해주는 것과, 생일 축하를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가정의 분위기가 그러했던것이 가장 큰 이유같다. 우리 가족에게는 누가 먼저 말하지 않아도, 구성원의 생일을 챙겨주는 문화가 있었다. 저녁에 모여서 먹는 케이크는 필수 코스였다. 굳이 며칠 전에 "오늘 저녁에 아빠 생신파티 할 거니까 어디 가지 말고 집으로 와." 하지 않더라도, 그냥 당연한 행사, 아니 행사라고 할 것도 없이 그냥 숨쉬듯이 진행되는 일상이었다. 그러다 보니 생일날 생일 축하를 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오해의 소지가 있을 것 같아 짚고 넘어가자면, 당연한 것이 감사하지 않다는 의미가 아니라, 생일은 명백하게 특별한 날이고, 그러므로 축하를 받는 것은 자연스럽다는, 그런 의미이다. 문자로 뭔가 잘 전달이 되지 않는 듯도 하지만, 뉘앙스는 전달되었길 바라며. 어쨌든, 그런데 스무살이 되고 서울에 있는 학교를 다니게 되어서 고향을 떠나 타향살이를 하는 동안에 가족이 없는 첫 생일을 맞이하게 되었는데, 그때 느낀 것이 사람들은 생각보다 서로의 생일을 챙기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심지어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서로 생일을 챙기지 않는 것, 그리고 누가 자신의 생일을 챙겨주지 않는다는 것을 별로 개의치 않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 집은 가족끼리도 생일 안 챙겨." "생일이 뭐 특별한 날이라고 그러냐." 같은 말을 들은 나는 내 안의 지각판이 뒤흔들리는 느낌을 받았다. 생일은 당연히 챙기는 날이 아닌건가? 남들은 다 쿨하게 넘기는 걸 내가 지나치게 의미부여하는걸까? 혼란스러웠다.


 답은 금방 나를 찾아왔다. 내 생일이 다가올 때 즈음, 집에 내려와서 가족끼리 생일을 보내자는 어머니의 연락이 왔을 때, 친구의 말이 생각나 "새삼스럽게 다 큰 아들 생일을 챙겨요." 라고 말했다. 그때 돌아온 어머니의 반응에서는 크나큰 서운함이 느껴졌고, 그것은 전파를 타고 내 뼛속까지 시리게 만들 정도로 시려웠다. 스스로가 20년간 가족에게 배운 훌륭한 것을 친구의 말 몇 마디로 내던지려 하는 어리석은 사람이구나, 생각했다. 그 해 생일은 군말없이 집에 가서 가족들과 케이크를 먹었다. 그 후로도 그러려고 노력했고.


 요새는 생일을 SNS로 축하해주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페이스북의 담벼락에 친구의 글이 가득한 사람은 생일일 확률이 높다. 그렇게라도 생일을 축하해주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조금 더 진심이 전달되는 것을 원해서, 만날 수 있으면 만나서, 그게 안 되면 메신저를 통해 일대일로라도 "생일 축하해."라는 말을 건네려고 노력한다. 조금이나마 친한 사람이라도, 평소에 일대일로 대화를 잘 하지 않던 사람이라도 마찬가지다. 난 그 사람이 생일을 맞이한것이 진심으로 기쁘니까, 정말로 축하해주고 싶으니까, 그런 마음이 조금이라도 느껴지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런 생일 축하 메세지를 기분 나쁘게 받아들인 사람은 지금까지 단 한명도 없었다. 모든 생일은 특별하고, 축하받아 마땅한 날이니까. 곁다리로 긍정적인 것은, 그렇게 한 2년을 했더니 내 생일에도 개인 메세지로 생일 축하를 보내오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것이다. 예전보다는 생일 축하를 받지 못해 상심하는 일이 줄어든 셈이다. 내가 생각하는 바를 남들에게 실천하니, 나에게 고스란히 돌아오는 것 같다.


 모두가 서로의 생일을 특별하게 여겼으면 좋겠고, 그것을 축하하는데 거리낌이 없었으면 좋겠다. 그러다 보면 그것이 자신에게 돌아와, 자신의 생일을 기쁘게 만들테니까. 그렇게 모두의 생일이 당연히 축하받았으면 좋겠다. 위에서 말했듯이, 생일은 평생에 한 번뿐인 날을 기념하는 일년에 한 번 있는 날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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