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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리밀 Aug 25. 2017

매일 저녁 카페에 오는 사람들

 방학 동안에 갈 곳이 없어서인지 집 앞 카페를 자주 간다. 방에는 근사한 책상도 있고 마이크도 있지만, 그것들이 가진 인력은 등 뒤의 침대가 가진 것에 비하면 아주 미미해서, 자꾸 침대로 끌려가 버리기 때문에, 밍기적거리지 않으려고 나는 자꾸 집 밖으로 나갈 필요성을 느낀다. 저녁 시간의 카페는 항상 붐빈다. 그런데 지나가듯 어제도, 그제도 본 것 같은 사람들이 시야를 스칠 때가 있다. 참고로 난 사람의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편이다. 그래서 새로운 환경에 가면 곤혹스러울 때가 많다. 난 덩치도 크고 인상이 강한 편이어서 타인의 머릿속에 쉽게 각인되는 편이라서 더욱 그렇다. 남은 나를 잘 기억하는데 나는 남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상황의 연속. 어쨌든, 그렇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본 저 사람이 어제 봤던 그 사람인지 아닌지 확신이 서질 않는다. 자리에 앉는다. 생각이 많은데, 사소한 것을 많이 생각하느라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도 그렇다. 저 사람이 어제 내가 본 사람이 맞나? 나처럼 심심해서, 밍기적거리기 싫어서, 뭐라도 하려고 이 시간에 카페에 나오는 것일까? 나처럼 카페를 매일매일 다니는 사람은 잘 없을 것 같은데, 그러니까 저 사람들은 그때 보았던 그 사람들이 아니지 않을까, 생각은 생각을 불러왔고, 잠시 내 머리 안에 똬리를 틀었다.


 잡념을 떨쳐내고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다. 글을 쓰던 창을 끄기 싫어서, 타이틀에 넣을 사진을 핸드폰으로 검색해서, 아이폰에서 아이패드로 사진을 전송하는 기능인 Airdrop을 켰다. 문득, 내 아이패드 외에 잡힌 다른 사람들의 아이패드며 맥북에 눈이 간다. 그제야 내가 맞다는 확신이 생겼다. 스크린에 잡힌 장비들의 이름을 어제나 그제 본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긴가민가했던 그 사람들이 어제며 그제며 왔던 그 사람들이 맞구나, 확신이 생겼다.


 기술의 발달이 나와 비슷한 존재의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뜻밖으로 밝혀 주었다. 묘한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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