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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리밀 Jun 26. 2019

격려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어제는 상반기 마지막 최종 합격 발표 날이었다. 그리고 상반기 취준시장에서 아무 것도 얻지 못하고 마감한 날이기도 하다. 여기 오기까지 참 많은 불합격 화면들을 봤다. 불합격 멘트는 다양하다. 단호하게 "불합격입니다." 적어둔 곳도 있고, "이번 기회에는 함께하지 못하게 되어..." 라고 쭈뼛대는 곳도 있다. 문장의 투가 어떻든, 길이가 짧든 길든, 불합격이라는 뜻이므로 얄밉게 느껴지는 글들이었다. 짧으면 짧은 대로 '매정한 것 같다.' 생각하며 불쾌했고, 길면 긴대로 '어차피 안 뽑아줄거면서 말이 많다.' 생각했다.

 나쁜 일이 있으면 흘려보내지 못하고 고스란히 상처를 받는 타입이라, 불합격 통지를 받은 날들은 하루종일 누워서 우울해했다. 어떤 구체적인 생각을 한 것은 아니고, 그냥 머리를 싸매고 누워 있었다. 지원 서류를 쓸 때 쯤에는 "난 말을 잘 하는 편이니까 면접은 무조건 합격할거야." 했는데, 그런 말을 한 것 치고는 너무 많이 떨어지고 말았다. 자격증 두 개를 취득한 것을 시작으로 긍정적으로 시작했던 올해 상반기는, 결국 아무 소득도 없이 끝나고 말았다. 얻은 것이 있다면, 불합격 통지에도 일상을 지킬 수 있게 되었다는 점? 불합격이라는 글씨가 하루를 후벼파게 놓아두던 수많은 날들이 있었고, 이제는 익숙해져버린 세글자는 일상에 딱히 해를 끼치지 않게 되어버렸다. 실패에 익숙해지는 걸 좋아해야 할지는 모르겠다.

 지망하는 기업들이 나랑 안 맞는건지, 이렇게 시간만 보내기보다는 뭐라도 시작해야 할지, 고민을 털어놓는 내게 인턴으로 일하는 중인 친구는 "회사마다 기준이 다르니까, 어떤 회사가 너의 어떤 부분을 마음에 들어할 지 모르는거야. 계속 많이 지원해 봐." 라고 말했다. 생각해보니 회사에 다니는 다른 친구도 "어차피 언젠가는 회사에 다니게 될 테니 여유로운 생활을 즐겨." 라고 했다. 탈락이 일상이 되어버린 취준생 입장에서는 "내가 과연 괜찮은 직장에 취직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뿐인데, 직장인인 친구들은 취직은 어차피 하게 될 것이니까 걱정하지 말라는 전제를 가지고 격려를 건넸다.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에서, 카마르-타지에서 에인션트 원을 만난 스티븐 스트레인지가 마법의 세계에 눈을 뜨고, "어떻게 여기에서 거기까지 갈 수 있죠?"라고 묻는 대사가 있는데, 딱 내 마음이 그렇다. 어떻게 괜찮은 직장에 들어가는 건지 도저히 모르겠다. 지금은 때가 아니라서, 아직 맞는 회사를 만나지 못해서, 이번엔 회사가 너를 알아보지 못해서, 이번엔 시험 성적이 아쉽게 나와서, 타인의 따뜻한 격려는 여백을 채우기 위해 만들어진 것처럼 느껴지고, '내가 도전하기에는 너무 버거운 길이다.' 라는 생각이 자꾸 머릿속을 맴돈다. 반대 입장이었던 적을 떠올려 본다. 힘든 친구에게 격려를 건넸을 때 잘 들으려 하지 않았던 것을, 하지만 내가 건넨 격려는 진심이었다는 것을, 진심으로 그 친구가 힘든 상황을 벗어나, 행복한 삶을 살게 될것을 믿었던 것을. 타인이 내게 건네는 격려도 진심일 것이다. 나를 긍정적으로 봐 주는 타인의 시선을 곡해하지 말아야겠다고, 스스로 키워낸 부정적인 생각에 자기 발목을 잡히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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