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짝깔짝 운동을 한지 벌써 두세 달이 됐다. 소위 말하는 "눈바디"로는 몸이 변하고 있는 것 같긴 한데, 어찌 된 영문인지 체중은 살짝 늘었다. 끔찍이 운동을 않던 몸이라서 가벼운 운동에도 근육이 팍팍 늘고 있는 것이길 바라지만, 그럴 리는 만무하겠지. 당장에 몸무게가 줄지 않더라도, 매일매일 오롯이 자기 계발을 위한 노력을 한다는 점에서 운동이라는 것은 정신건강에 꽤 유익한 활동 같다. 끔찍이 귀찮던 운동이지만, 저번 주에 못 했던 것을 이번 주에 할 수 있게 되는 순간의 성취감이 너무 좋아서, 매일매일 최선을 다하려 하고 있다.
다만 평생 운동으로부터 도망만 다니던 몸으로 운동을 하려다 보니, 안 그래도 뭉쳐있던 몸이 더욱 뻐근해졌다. 조금만 달리기 시작해도 종아리에서 통증이 느껴졌다. 어깨 운동을 한 다음날은 아침에 일어날때 어깨에서 퍼석퍼석한 느낌이 들었다. 분명 건강을 위해 시작한 운동인데, 마음이 상쾌해지는 만큼 몸이 좋아지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스트레칭에 대해 알아보게 되었다. 운동을 하고 얻은 불편감을 해소하기 위해 스트레칭을 알아보다니, 서른 살 인생에 잘 없었던 참으로 아름다운 선순환을 목도하게 되었다.
이런저런 스트레칭법을 알아보며 인터넷을 뒤지다 보니 폼 롤러라는 것에까지 다다르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 본가에 폼 롤러가 하나 굴러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검색해서 들어간 여러 블로그의 폼 롤러 예찬 글이 거진 아침방송의 만병통치약과 같은 건강음료를 방불케 하는 서술이었기 때문에 의구심이 들었지만, 적어도 스트레칭이라는 행위를 습관적으로 하기 위한 훌륭한 보조도구라는 생각이 들어, 일단 폼 롤러를 사용해보기로 했다.
그렇게 무작정 여러 설명을 따라 30분간 폼 롤러를 가지고 스트레칭을 하고 나니, 몸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열이 올랐다. 이대로라면 운동을 정리하는 스트레칭 개념이 아니라 그냥 폼 롤러를 굴리는 행위 자체가 또 다른 운동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땀까지 맺힌 것은 스트레칭 동작 자체보다, 스트레칭을 할 때 느껴지는 통증 탓이 더 컸다. 고관절, 허벅지, 종아리, 어깨, 어느 부위에 갖다 대도 폼 롤러가 닿은 부분은 어마어마한 통증이 느껴졌다. 몸 전체에 사이렌이 울리며 빨간 불이 켜진 느낌이었다. 너무 늦게 운동을 시작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더 늦기 전에 운동을 시작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운동 버릇이 들지 않았다면 몸이 뻐근해질 일이 없었을 것이다. 몸이 뻐근해지지 않았다면 스트레칭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스트레칭을 하지 않았다면 몸이 썩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이렇게 직접적으로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미약한 강도일지라도 운동이 습관이 된 것은 참 좋은 일인 것 같다. 폼 롤러가 닿을 때마다 몸에 들어오는 빨간 불이, 운동과 스트레칭을 꾸준히 몇 달 뒤에는 적어도 노란 경고등 정도로는 바뀌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