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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리밀 Aug 29. 2021

비와 사무직

 창밖으로는 비가 많이 오고, 나는 '평일에 이렇게 비가 왔으면 내방객이 더 적었을 텐데...' 따위의 생각이나 하며 천둥번개를 느끼고 있다. 처한 어떤 상황 때문에 세상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것은 슬픈 일이다. 하지만 누구나 살아가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거의 대부분의 경우 어떤 상황에 처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편협함은 필수 불가결한 것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일이 많아서 우리가 괴로운 근본적인 문제는 업무량에 맞게 직원을 배치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직원들은 그것을 너무 많이 탓해서인지, 아니면 당장 해결되지 않는 문제라서 인지, 아니면 충분히 자극적이지 않아서인지, 근본적인 문제 외의 것들로 화살을 돌리곤 한다. 별 것 아닌 일이나 엄청 큰 일을 가지고 오는 양 극단의 고객들을 탓하거나, 자기보다 편해 보이는 다른 부서의 직원들을 욕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같은 부서의 누군가를 욕하거나. 이상한 곳으로 화살을 돌리는 일은 별로 성숙하지는 않지만 꽤 자극적이어서, 나중에는 유희 거리를 넘어서 하루의 일과처럼 그것을 반복하는 나를 비롯한 직원들의 모습을 본다.

 남을 상처 입히는 그런 화살들에 비하면 내가 쏘는 화살은 조금은 덜 해로운 것 아닌가 생각하며, 어쩌면 프로답지 않은 생각을 계속하기로 했다. 비가 많이 왔으면. 그래서 내방객이 적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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