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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리밀 Aug 06. 2016

이 글의 초콜릿 함유량은 99%

글을 쓸 때마다 집어먹는 초콜릿

 풀 타임 아르바이트를 하다 보니, 하루하루가 너무나 빨리 지나간다. 오늘 하루는 달력의 어디쯤인가 찾아보면, 달력을 넘겨야 하는 순간인 경우가 꽤 있다. 정신없는 일과가 끝나고 퇴근시간이 되면 바쁜 하루를 보상받기 위해 미치도록 즐길 거리를 찾는다. 게임을 하거나, 기타를 치거나, 글을 쓰거나, 맛있는 것을 먹거나. 그러다 보면 시계바늘은 허망하게 하루의 끝에 도달하고, 내일을 위해 잠을 자야만 한다. 그렇게 정신을 차려보면 또 다시 책상 앞인 것이다. 돈을 벌어도 쓸 시간이 없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은 요즈음이다.

 조금이라도 나의 시간을 갖기 위해 먹는 것을 줄였다. 고등학교때까지는 본가에 살았는데, 아침을 거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아침 6시에 집에서 나서는 고 3 시절에도 어머니께서는 아침을 꼭 차려 주셨다. 그것은 나로 하여금 자취를 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아침을 챙겨먹는 습관을 가지게 하였다. 그런 기나긴 습관은 하루의 한 가운데에 크게 들어차 버린 업무 앞에서 가볍게 깨어졌고, 제대로 된 아침은 시리얼로 대체되었다. 만드는데 5초, 먹는데 3분, 그릇 치우는데 10초 정도밖에 걸리지 않기 때문에, 훨씬 여유롭게 준비하고 나갈 수 있게 되었다. 점심은 내 돈으로 사먹기 때문에 당연히 가볍게 먹는다. 항상 메뉴판의 위 쪽을 훑는다. 햄버거를 주문하면 치즈 한장이라도 덜 들어간 것으로 먹는다던가, 도시락을 먹으면 반찬이 있는 것 보다는 컵밥으로 시킨다거나 하는 식이다. 저녁은 극단적으로 갈린다. 약속이 있는 날은 정말 푸짐하게 먹으며 스트레스를 풀고, 혼자 해결하게 되는 날은 아침처럼 시리얼을 먹고 또 다시 취미에 빠진다. 그런 식습관의 변화로 자연스럽게 체중이 줄었다. 그러나 먹은것을 줄인 만큼 드라마틱한 수준은 아니다. 오히려 어느 정도 줄고 나서는 현상유지 중이다.

 이것의 원인을 글을 쓸 때마다 집어먹는 초콜릿 탓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장인은 연장 탓을 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 말 대로라면 글을 쓸 때의 나는 장인이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다. 글을 쓸 때면 책상에는 아메리카노와 초콜릿이 꼭 있어야 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가령 오늘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하면, 근처 가게에서 꼭 달달한 간식을 챙겨 들어온다. 종류는 다양하다. 초콜릿이 되기도 하고, 초코칩 쿠키가 되기도 하고, 스콘, 머핀, 아이스크림 등 다양하다. 물론 가장 선호하는 것은 두꺼운 초콜릿이다. 요즘은 날이 덥기 때문에 사온 간식은 잠시 냉장고에 넣어두고, 커피를 내린다. 책상을 한번 정리하고 마우스의 오른 편에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약간 차가워진 초콜릿을 놓는다. 그 다음 자리에 앉아 달달한 것을 입 안에 잔뜩 우겨넣고 그것을 커피로 한번 씻어낸다. 이 모든 과정을 거치고 나서야, 나는 힘 있게 키보드를 두드릴 수 있는 상태가 된다. 다이어트의 적인 초콜릿을 아무 죄책감 없이, 글을 쓰기 때문에 오히려 뿌듯하게 먹을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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