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친구에게 "이제 좋은 시간은 다 갔다. 늙고 아플 시간만이 우리 앞에 남았다."라고 말하곤 했다. 명백한 사실이다. 사람은 늙을수록 쉽게 자주 아프고 더 잘 낫지 못하니까. 내가 더욱 나이 먹고 더욱 빈번하게 아픈 만큼 내 주변의 사람들 역시 더욱 나이를 먹고 더 자주 아프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로 인해 내 마음이 아플 것이다. 결국 나는 나이 들수록 더욱 아플 일만 남은 것이다.
어머니께서 갑자기 발등에 생긴 혹 때문에 수술을 하셨다. 당장 이번 주말에 내려가겠다는 나의 전화에 어머니는 내가 내려오면 그러지 않으려 해도 신경 쓰고 챙겨줘야 하니 그냥 다음에 오라 하셨다. 자식의 짧은 생각으로는 부모를 다 헤아릴 수 없는 것이다. 어머니가 지금 당장 아픈 것, 그리고 앞으로는 더욱더 아플 것이라는 사실은 나를 너무 슬프게 한다. 또 내가 아프게 된다면 어머니를 슬프게 할 수 있다는 사실 역시 나를 슬프게 한다. 거스를 수 없는 시간을 거스를 수는 없으니, 챙긴다고 해서 챙겨지지도 않은 건강을 챙기는 수 밖에는 없다.
날이 추워졌다. 겨울의 한창으로 달려가고 있다. 하지만 언젠가 겨울은 끝이 날 것이고 봄이 올 것이다. 다음 계절은 결국 돌아온다. 하지만 내 인생의 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저 앞으로만 갈 뿐이다. 겨울이 다시 오지 않는다면, 나는 매일 눈 구경을 가고 눈싸움을 하고 썰매를 타러 가겠지. 삶을 그렇게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