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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리밀 May 19. 2016

2015년 10월 11일

나의 어두운 수필

  갑자기 찾아온 휴식의 시간에는 아이러니하게도 뭘 하며 보내야할지 고민하는 시간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친구들은 모두 서울에 둔 채, 아무런 힘이 없는 나는 고향집에 있다. 의미없이 흘러가는 시간에 의미를 부여해볼까 해서 서울로 올라가 지내려는 시도도 몇 번 해 봤지만, 아무래도 집에서 보낼 날이 앞으로 많이 없을 것 같아, 이런 생각에 휩싸여 집에서 지내기로 한지 일주일도 안 된 것 같은데, 집은 나에게 다시 한 번 불편한 공간이 되고야 말았다.


 문 너머에서는 불편한 고성이 흘러나와, 집 전체를 메운다. 내 방에도 그것을 들이는 것이 싫어 문을 잠갔지만, 가로막아질 리 없다. 익숙하지 않아 오는 불편감은 아니다. 오히려 삶 가운데에서 너무 많이 겪어 뼈에 사무치게 익숙한 정신적인 불편감. 매는 맞으면 맷집이 는다. 육체적인 불편감은 그렇게 극복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정신의 맷집은 도저히 늘지를 않는다.


 물소리에 묻히면 저 고성이 들리지 않을까 해서 샤워를 한다. 가을을 향해 가는 날씨가 샤워실 안의 내 몸을 덜덜 떨게 한다. 크게 뿜어져 나오는 온수는 불편감도 추위도 잠시나마 덮어준다. 다 씻고 방에 오니 잠시 정적. 샤워실의 문을 너무 크게 닫아버린 탓인가. 내 나름의 소심한 저항이 잠시나마 이 집을 평화롭게 한다. 잠시든 영원히든 밖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열어 본 창문에서 뿜어져 나오는 냉기가 내 발을 휘감는다. 밖은 녹록치 않다는 것을 내게 그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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