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집에서 일하면 행복할까요?

by 오진미


토요일 바람이 세차게 분다. 집에서 지내던 막내는 심심해서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리다 침대에 벌러덩 눕는다. 아침부터 운동을 갔다 오고 마트와 도서관까지 쉼 없이 움직인 까닭에 그저 숨만 쉬며 가만히 쉬고 싶었다. 아이의 모습을 보니 엄마의 마음으로 변한다.


“산책하면서 꽃집에 다녀올래?”

“응 엄마 난 좋아.”

아이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잠옷을 갈아입는다. 밖은 햇살이 비추지만, 나무가 몹시도 흔들렸다. 태양을 가릴 요량으로 쓰고 간 모자가 어느새 저만치 바람에 불려 나갈 정도다.


아이는 바람을 온몸으로 받아낸다. 폴짝폴짝 메타세쿼이아 산책길을 뛰어간다. 유난히 온도에 민감한 나와는 달리 아이는 시원하다고 난리다. 꽃집이 큰 길가를 두고 세 곳이 빽빽하게 붙어있다. 간판을 보지 않으면 경계가 어디인지 모를 정도다.


아파트 주변에는 철쭉만이 얼굴이 내밀고 꽃들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하늘거리는 연한 나무 잎들이 서서히 숲을 만들어 간다. 주말마다 땅을 적셔주는 비는 이들에게 목마름을 해결해 주었나 보다. 가지가 활기차게 뻗어간다. 봄은 점점 깊어지는 모양이다. 오랜만에 꽃집에 왔다. 이곳에는 또 다른 봄이다. 주변에서 만날 수 없는 꽃들이 찬란하게 빛난다.


맨드라미, 메리골드, 튤립, 수선화, 카네이션, 수국 …. 식물 이름을 잘 알지 못하는 나를 탓할 따름이다.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들이 아름답고 예쁘다. 어찌 저렇게 작은 화분에서 꽃을 피우고 자라는지 신기하다. 아이는 열매가 맺는 화분을 하나 사고 싶다고 작은 숲이 된 비닐하우스 화원 주변을 돌며 찾는 중이다.


오가는 사람들 속에서 꽃집에서 일하는 이들을 살피게 되었다. 안과 밖에 모종과 여러 종류의 것들을 한 사람이 오갈 정도의 길을 제외하고는 넓게 펼쳐 놓았다. 이들은 누가 오가는지 어떤 꽃을 원하는지 무심한 듯 하지만 찬찬히 들여다본다. 여유 있어 보이지만 고요한 긴장감이 스쳤다.


운동 가는 길에 매일 거쳐 가는 길목이었다. 지날 때마다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꽃과 함께라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릴 적 구멍가게 주인집 오빠가 부러웠던 그때처럼. 그 속에서 일하는 이들과 얘기를 나눠보지 않았으니 뭐라 하기도 조심스럽다. 등을 보인 채로 화분에 열심히 나무를 심고 있는 아줌마의 손길만이 바빠 보였다.


아이는 토마토 모종을 하나 골랐다. 함께 오지 않은 큰애 몫으로 다홍색 베고니아를 샀다. 휴일이라 그런지 화원 안은 오가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았다. 집 안팎을 꾸미기 위해 꽃을 사가는 사람들부터 어느 개업식에 가져갈 서양난 화분을 챙기는 이도 눈에 들어온다.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직원이 계산한다.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목소리가 우렁차다.


일이란 게 참 묘하다. 멋진 것들을 여유 있게 바라보고 감상에 빠질 여유가 없다. 좋아서 하는 일일지라도 그런 기분을 느낄 시간은 언제나 열려있지 않다. 이 꽃들의 세상에서 사는 저들도 그러하지 않을까. 세상의 모든 근심은 잊어버리라는 듯이 환하게 피어나는 꽃들 사이에서 있다고 행복하리라 생각한 건 너무나 작위적인 생각일지도 모르겠다. 일은 일인데 말이다.


계절이 바뀔 즈음 가는 화원, 부모님과 함께 일하는 젊은 아들은 그래도 언제나 잔잔한 미소가 가득한 얼굴이다. 목소리는 조용하지만 따듯하다. 가끔은 덤으로 화분을 챙겨주기도 한다. 원래 그런 성정인지 일하는 무대가 꽃과 나무가 있어 시간과 함께 부드럽게 변해갔는지 모르겠다. 꽃이 그 역할을 해주었다고 믿고 싶다.


바라볼 때는 동경하게 된다. 어느 정원 전문가가 정원은 멈춰있는 명사가 아니라 동사라고 했던 말이 생각난다. 이 꽃집에도 해당하는 말인듯하다. 아침이면 저 많은 화분을 꺼내어 매달고 바닥에 질서 정연하게 모여놓으며 사람들의 마음을 끈다. 저녁에는 다시 그것들을 정리해야 하고, 낮에는 손님들을 맞으며 꽃을 설명하고 화분에 심고, 물을 주고 끊임없이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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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힘들어질 즈음 옆에 있는 활짝 핀 꽃들이 위로가 될까? 한 사람의 손님이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이곳저곳을 움직이는 그들은 햇살을 받으며 봄날을 즐기는 꽃들과는 딴 세상이다. 타인의 시선으로 그곳에 발을 담그지 않기에 잠시 지나는 이에게는 모든 게 좋아 보인다. 예쁜 카페를 지날 때도 주인장의 모습을 보고도 잠시 그런 마음이 스친다. 안은 생존이고 밖은 감상하기일까. 꽃이 바람에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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