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색하다. 손을 어찌해야 할지 표정은 웃어야 할 것 같은데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는다. 그래도 몇 장은 찍어둬야 할 것 같다. 여기저기 우뚝우뚝 서 있는 사람들. 의자에 걸쳐 앉거나 어느 드라마나 영화에서 배우가 했음 직한 멋진 포즈들을 과감하게 표현한다. 오월의 햇살은 뜨거워지기 시작했고 바람은 머리카락에 자유를 불렀다.
카페에서 사진 찍는 사람들을 살폈다. 휴일을 맞아 최대한 차려입은 사람들이 곳곳에서 “지금이 제일 좋아요”라는 얼굴이다. 이상하게도 카페에 조용히 앉아 차를 마시는 이는 보기 힘들다. 오가는 분주함과 어색한 정적만이 흐른다. 사람들은 사진을 찍거나 휴대전화에 눈을 고정했다.
한쪽에 테이블 두 개에 걸쳐 앉아 있는 이들은 친정 부모님을 모시고 온 자매들 같다. 몇 마디 대화를 나누었을 뿐 부모님은 먼 산을 바라보고 자식들은 휴대전화에 얼굴을 빠트렸다. 우리 가족과 대각선 방향인 연인으로 보이는 이들도 말이 없다. 전화기를 터치하며 무언가에 빠져있다.
조용한 대화든 시끄러운 것이든 말이 오가는 곳을 발견하기 힘들다. 저들은 왜 이곳에 왔을까? 하는 황당한 질문을 던져 보았다. 난 애들이 좋아하는 베이커리와 카페를 한 곳에서 누릴 수 있는 곳을 찾아오게 되었다.
카페는 안도 다다오 건축의 한 부분을 스치게 한다. 건물 입구에 작은 호수가 있고 중심에 나무가 우뚝 솟았다. 어느 블로그에 올라온 사진 감성 그대로였다. 신비하면서도 고요하고 멋스럽다. 바람에 날리는 작은 물결이 반사되어 빛난다.
“엄마 여기는 사람들이 인생샷을 찍으러 오는 곳 같아. ”
큰아이 말처럼 차를 마시는 건 두 번째고 우선은 사진 속에 담는 일이었다.
난 카페는 뭐니 뭐니 해도 이야기를 위한 공간이라고 여긴다. 고리타분한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대화 없는 카페는 생각하기 힘들다. 그런 내게 주위 사람들의 모습은 낯설고 어색했다. 속으로 혼자 불평을 늘어놓았다.
가족, 지인, 연인으로 함께 왔지만, 이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타인이 되어 서로 다른 세계를 경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오지라퍼가 되어 버렸다. 내 식대로 과대 해석이거나 순간의 착각, 이성의 오류였으면 좋겠다.
우리 가족도 얘기를 하다가 사진을 찍었다. 남들처럼 새로운 곳에 왔으니 사진으로 남기는 과정을 건너뛰면 안 될 것 같은 압박감이 밀려온다. 자리에서 음료를 마시다 모두가 휴대전화를 보기 시작했다.
내 걱정은 먼 곳의 일이 아니었다.
“지금 여기서 누구라도 휴대전화 만지작거리면 나 바로 나갈 거야.”
으름장을 놓았다. 마음먹고 나온 외출이었는데 인터넷 뉴스를 검색하고 메시지를 확인하는 작업에 열중할 시간이 아니었다. 함께 왔으니 서로가 무엇이든 소리를 내는 게 당연하다 여겼다. 남편과 아이 모두 살며시 전화기를 내려놓는다. 싸해진 분위기가 잠깐 흘렀지만 어쩔 수 없다.
시험 얘기며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들, 카페에 대한 감상, 주변의 풍경들 소소한 얘기들이 오갔다. 그제야 내 마음이 조금은 편해진다. 집에서는 할 수 없는 깊은 대화라는 걸 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그저 얼굴을 마주 보고 이런저런 것들을 나누고 싶었다.
시장의 풍경처럼 왁자지껄 한 카페의 풍경을 싫어했다. 말을 하되 옆 사람이 시끄럽다 느끼지 않을 정도, 적당히 달콤한 디저트를 사이에 두는 것. 내가 그리는 카페 풍경이었다. 오히려 이리도 조용히 사진을 담는 일에 열중인 사람들 속에서 오일장처럼 큰 웃음소리와 여과되지 않은 목소리가 오가는 살벌한 공간이 그립다.
말하는 일이 이리도 어려운 세상이 되었는가 싶다. 내가 본 모습은 아주 잠깐의 일일지도 모른다. 여전히 사람들은 눈으로 세상을 보는 일에 열중이다. 저 멀리 푸른 산과 바람과 햇살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할지도.
입고파서 온 사람들이 아니었나? 난 자유롭게 숨김없이 말하고 싶을 때 카페를 떠올리며 들어줄 누군가를 찾는다. 어떤 식으로든 소비하기 위해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니 목적에 맞는 용도로 활용하면 그만이겠다 싶다가도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
우리 가족도 그 위험한 경계를 넘나들고 있는 현실을 확인하니 씁쓸하다. 내 생각을 가족에게 강요한 것 같아 한편으론 가슴속이 편치 않다. 각자가 원하는 빵 하나씩을 골라 집으로 돌아왔다. 카페 문을 닫고 밖으로 나와 하늘 향해 뻗은 나무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누군가 또 나를 보면 같은 생각을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