깻잎부추고기전을 만들고 나서
하루에 세 번, 매일 쉼 없이 이어진다. 무얼 먹을까에 대한 고민이다. 전업주부라는 꼬리표를 실감 나게 하는 내 일이다. 저녁 반찬이 없다. 나 혼자라면 상추에 볶음 고추장이면 끝날 것이지만 아이들과 남편은 또 다른 문제다.
이때마다 나를 구원해 주는 게 있다. ‘전’이다. 주말에 사둔 부추와 깻잎이 가득하다. 이걸 이용해서 전을 만들면 누구에게도 외면받지 않고 젓가락과 숟가락이 바빠지는 밥시간을 만들 것이 분명하다.
단지 초록의 채소들만으로는 만족을 끌어내기는 힘들다. 여기에 가세해야 할 것이 있으니 고기다. 30년이 다 되어가는 요리 경력은 야채에 고기가 들어가면 부족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적당히 조화로운 맛이 탄생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마트에서 3000원짜리 다진 돼지고기 한 팩을 사 왔다. 깻잎과 부추를 잘게 썰고 간장과 마늘, 매실청으로 양념한 고기에 계란 두 개와 우리 밀 세 숟가락을 넣어서 잘 섞었다. 이제 식용유를 두르고 달궈진 팬에 한 숟가락씩 떠 넣어서 앞뒤로 노릇하게 지져내면 끝이다.
중간 크기의 접시에 검 초록빛 나는 전이 푸짐하게 쌓였다. 요리하는 자의 특권처럼 첫맛은 내 차례다. 한쪽이 으스러진 것을 입에 가져가니 깻잎과 부추의 향에 고기의 고소함과 넘치지 않는 담백함이 일품이다.
내 예상은 적중했다. 남편 퇴근이 늦어지는 까닭에 먼저 저녁을 먹는 아이들은 밥 한 그릇을 금세 비웠다. 다시 밥솥으로 가서 두세 숟가락 더 먹을 만큼의 밥을 떠 왔다.
“엄마 이거 진짜 맛있다. 초록만 보이는데 뭐 다른 것도 넣은 거야?”
배가 고팠다며 허겁지겁 먹던 큰아이 얼굴에 즐거움과 기쁨이 스며들었다. 먹는 것이 최고의 위로인 아이에게 행복이 찾아들었다.
내게 남겨진 과제인 설거지를 하면서 ‘전’에 내 마음을 살짝 읽게 되었다. 우선은 다른 이들보다 전을 주제로 한 음식을 너무 자주 한다는 것. 물론 사람들의 메뉴를 속속들이 확인해 보지 않았기에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는 나만의 예상이자 추측일 뿐이다. 두 번째는 전이라는 게 기름을 사용하지 않고서는 거의 불가능하기에 열량이 높다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여기에 편식이 심한 아이들에 대한 고민까지 더해졌다.
그냥 먹고 끝나면 될 일이었을 텐데 생각이 많아지니 고려할 것도 여러 가지다. 전을 만들 때는 최대한 기름을 덜 사용하는 방향으로 노력 중이다. 압력 팬을 사용해 약간 약한 불로 팬 안의 열기로 충분히 익도록 한다. 나 혼자만의 위안이겠지만 조금이라도 신경을 쓰면 ‘괜찮아’라는 안도감이 찾아온다.
골고루 먹는 건강한 식단을 위해서 꺼낸 카드가 전이었다. 초록 야채를 샐러드나 쌈으로 올리면 거부하던 아이들도 잘게 썰어 넣어 전으로 변신시키면 그동안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아무리 채소와 골고루 먹어야 한다고 목이 쉬도록 말해도 소용없다는 걸 이미 오래전에 알았다. 전으로 무엇인지 모르게 둥근 그것 안에 감춰버리는 게 편하다. 전을 거부할 수 없는 이유다.
내가 만드는 음식에 대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보통의 저녁이었는데 무슨 마음에서 복잡해졌는지는 오리무중이다. 그럼에도 흥미로운 건 부엌이라는 공간에서 나도 몰랐던 여러 가지 마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 그것의 표현이 음식이었다.
전에 대해 생각이 미치는 그곳으로 깊숙이 들어가 보았다. 처음에는 가족의 건강이라는 엄마의 마음이 작동했지만, 이면에는 간단히 만들고 ‘괜찮은 음식이야’라는 평가를 의식하고 있었다. 전은 냉장고에 있는 생선과 고기, 야채 등 먹을 수 있는 것이라면 허락된다.
배춧국도 좋지만, 배추전으로, 감자볶음이 싫증이 날 때면 감자전, 요즘 매일 상에 오르는 늙은 호박 들깨탕 대신 채 썬 호박전으로 변신할 수 있다. 단품으로 내놓기보다는 달걀과 밀가루에 다른 것들이 함께 섞이면 새로운 맛을 창조한다. 특히 기름이라는 변수는 그동안 몰랐던 세계를 경험하게 하는 촉매제다. 열량이 높아지는 것을 걱정하면서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전, 하나만으로도 꽤 그럴듯한 모양과 색으로 사람들의 오감을 사로잡는다. 여러 가지 반찬을 할 필요가 없으니 내 몸이 편하다. 그러면서도 허전하지 않은 밥상을 차릴 수 있다는 게 전을 좋아하게 되는 핵심이었다.
대부분은 전이 복잡하다고 가까이하기를 꺼린다. 개인의 성향이긴 하지만 내가 보기엔 이만큼 간단한 조리도 없다. 마음이 가는대로 썰어선 기름에 지져내면 끝이다. 물론 앞뒤를 뒤집고 불을 조절하고 하나씩 팬에 올리는 번거로움은 존재한다. 요즘 조리된 전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먹거리에 열려 있는 이것, 밥하는 일이 귀찮아질 때 반찬이 별로 없을 때 난 전을 아마도 끝까지 사랑할 듯하다. 전에 기름이 스며들어 다시 기름을 부어야 할 때 아슬아슬한 불안감과 걱정을 마주하면서도, 내 부엌에서 이별하기엔 아직 미련이 너무 많이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