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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진미 Mar 14. 2022

떡볶이에 쏟아진 셀프 칭찬

일요일 점심에 웃다


   

일요일 점심으로 떡볶이와 쑥 전을 먹었다. 금비라는 반가운 봄비가 하루 종일 그쳤다 내렸다 한다. 밖으로 나갈 일이 없는 휴일의 점심은 식구 모두가 의미 있는 것을 기다린다. 각자가 먹고 싶은 메뉴가 올라왔으면 한다. 가장 먼저 큰아이가 떡볶이를 얘기했고 남편과 막내는 찬성표를 던졌다.     


떡볶이와 전을 준비하는 내 손은 바빠졌다. 이 둘의 공통점은 그저 썰어서 끓이거나 기름에 지져내면 된다는 것. 특별한 양념이 필요하지 않아서 한편으론 편하다. 쑥을 씻고 양파와 당근을 넣고 부침가루에 차가운 물, 계란 하나를 깨트려 넣고는 손으로 잘 버무렸다. 떡볶이는 물이 끓으면 살짝 데친 떡을 넣고 어묵과 소시지를 넣는다. 떡이 부드러워질 즈음 고추장과 간장, 요리당을 조금 넣었다. 삶은 계란도 함께다.    

 

그동안 해 왔던 방법 그대로 했다. 별다른 게 들어가지도 않았다. 접시 가득한 떡볶이는 최근에 먹었던 것 중에는 가장 맛있었다. 쑥 향이 가득한 전을 떡볶이 국물에 찍어 먹는 맛은 환상이다. 기름의 느끼함을 고추장 국물이 잡아주어 깔끔하면서도 진한 쑥 맛이 잘 들어왔다.      

점심 즈음에 비는 그쳤다. 오랜만에 내린 비는 목말라하는 세상의 봄 선물이었다. 다른 때 같으면 눅눅한 느낌이 불편했을 법한데 이날은 촉촉함이 여유로움을 준다. 점심밥은 날씨와 꽤나 잘 어울렸다.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맛에 뿌듯했고 감탄이 절로 나왔다. 

“내가 생각해도 이 정도면 진짜 훌륭해. 떡볶이집 내도 되겠어. 그렇지 않아?”

“맞아! 정말 맛있어.”

온 가족에게 반 강제적인 동의를 얻어낸다.   

  

계란 하나를 부셔서 국물을 한두 스푼 올리고 입안으로 직행이다. 텁텁한 노른자는 촉촉하고 고소하다. 뒤를 잇는 떡도 쫄깃하다. 내가 만든 음식들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아줌마들끼리 “남이 만들어 주면 무엇이든 맛있다”라고 한다. 주부로서 지내는 고단함에 진심을 담는 밥상을 받고 싶은 마음이 담겼다. 떡볶이를 먹는 순간에는 이 생각은 고개를 들 틈이 없다.  

    

밥 상 앞에서는 누구든 마음을 감추는 일이 쉽지 않다. 기분 좋게 가슴속을 적셔오거나, 뒤숭숭하던 생각을 붙잡게 만드는 음식이 오르면 얼굴은 금세 환해진다. 숟가락을 들기 전과 그 후로 나뉠 정도다. 음식의 힘은 이렇듯 대단하다. 떡볶이는 구내염과 목에 생긴 염증으로 힘들던 내게도 단비 같았다.      


나는 뭔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골몰할 때가 많다. 아침이면 그날 하루, 나를 채워줄 것들을 머릿속으로 떠올린다. 그때 가장 먼저 등장하는 게 밥상이다. 가만히 바라보니 그건 당연하다고 여기지만 소중한 일이었다. 식구들을 깨우는 일에 내 밥이 있었다.     

주변의 많은 주부들도 그럴 것이다. 익숙해서  바라보기가 힘들 뿐이다. 누가 요구하지 않아도 계절의 음식들을 상에 올린다. 날씨와 가족의 기분, 건강까지 살핀다. 그런 것들이 바탕이 되어서 만들어진 밥상이다. 매일 이것을 꼼꼼히 확인하지는 않지만 마음에 두니 소리 없이 행동으로 이어진다. 미소 짓게 하는 떡볶이를 먹고 난 오후에 내 일이 선명하게 다가온다.  종종 지겨운 밥이라는 말을 내뱉을 때가 있다. 다시 보니 매일이어서 감사하고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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