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진미 만남
상추는 여름에 절정을 이룬다. 이른 아침에 따고 나서 다음 날 밭에 나가보면 다시 그만큼 자란다. 마음껏 쑥쑥 커가기에 누구에게 한 아름 안겨도 부족하지 않은 넉넉함을 전한다. 그래서 이맘때 냉장고에는 상추가 빠지지 않는다.
퇴근 무렵에 남편이 신문지에 돌돌 싼 무언가를 들고 왔다. 열어보니 상추다. 밭에서 딴지 얼마 안 된 듯 싱싱하고 초록 초록하다. 어디서 쓱 지날 때 보았던 상추 전이 생각났다.
“여보, 우리 이걸로 상추 전 해 먹을까?”
“그런 것도 있어? 가능해?”
“응. 검색해 보니까 사람들도 많이 해 먹던데.”
토요일 저녁에 전을 부쳤다. 상추를 썰어놓고 양파와 고추, 당근을 넣었다. 쌀가루로 된 부침가루를 더하니 게미가 있다. 젓가락을 들어 대충 자르니 아삭아삭하는 상추 소리가 그대로 전해 온다.
절로 감탄하게 되는 맛이다. 이런 걸 몰랐다니 이제라도 알게 되어서 다행이다 싶었다. 상추는 쌈으로 먹는 게 당연하다 여긴다. 고기든 무엇이든 상추 위에 올려서 싸 먹는다. 그러면 이상하게도 깊은 맛이 살아난다. 무엇을 함께 먹느냐에 따라서 달라지는 독특하고 특별한 상추다.
상추 전은 여름의 색을 설렘으로 먹는 느낌이다. 기름을 만나면 상추 본연의 빛이 더 생생하다. 가루를 아주 조금만 넣으면 상추가 서로서로 맞물려 도톰한 층을 절로 만든다. 원래 날로 먹는 채소기에 오랜 시간을 두고 조리할 필요가 없다. 짧은 시간에 완성할 수 있어서 힘이 덜 들어간다. 더운 날에도 땀을 흘리지 않고 전 한 장을 부쳐낼 수 있다. 이 계절에 그래서 잘 어울린다.
음식에 변화를 주는 건 일상을 새롭게 만나는 기회다. 매일 지겹다고 하는 하루를 재미있게 만든다. 전 한 조각을 먹은 남편도 “맛있다”라는 말을 살며시 건넨다. 원래 말이 없는 그가 이 정도면 꽤 좋다는 의미다. 한 번 만들어 보니 한동안은 심심치 않게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부담 없이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마음만 있으면 언제나 가능하다. 비용의 문제를 고민할 것도 없다.
다음날도 아침부터 상추 전을 부쳤다. 이번에는 가위를 들어 사각형 모양으로 잘랐다. 조금이었는데 작은 접시에 담으니 가득하다. 같은 것일지라도 아주 사소한 변화는 종종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젓가락을 들어 이리저리 가르는 것보다 훨씬 먹기가 편하다.
여름에 상추 전을 부쳐 먹고 지내다 보면 더운 날 잘 지날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든다. 주말을 보낸 친구에게, 오랜만에 엄마와 통화하며 상추 전을 적극적으로 추천했다. 당분간 친한 이들을 만나면 꼭 이 얘기가 먼저 나올 것 같다. 획기적인 사실을 알게 된 것처럼 말이다. 상추 전처럼 사소한 것이 가슴을 뛰게 할 때가 있다. 그러고 보면 내 일상은 작은 것들의 집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