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와 양배추 둘이 만나면

누구나 가능하지만 특별한 음식

  

양파와 양배추 둘의 조합이 참 괜찮다. 별다른 먹을거리가 생각나지 않을 때 이걸 꺼내어 채 썰고 나서 소금 조금과 계란 한 두 개를 깨트린 다음 기름에 부쳐내면 끝이다. 

    

만들기가 간단할 뿐만 아니라 맛있다.  짧은 시간 안에 가능할 뿐만 아니라 언제나 실망시키지 않는다.  계란 프라이가 가장 쉽다고 말하는 이에게는 복잡할 수 있지만 말이다.   

그건 아마도 프라이팬 앞에 서서 조리하는 요리사의 솜씨보다는 재료가 지닌 속성 때문이 아닐까 싶다.

지금 나오는 햇양파의 투명한 겉껍질을 벗겨내면 흰 빛깔의 속살이 나온다.    

 

익히지 않은 채로 먹어도 그만이지만 기름에 볶을수록 단맛이 난다. 양파의 달콤함은 자연스럽게 부드러우면서도 은은하고 가벼워서 좋다.

    

양배추 역시 쌈이나 샐러드 등 여러 요리에 잘 어울린다. 오래 보관 가능하다는 것 또한 장점이다. 집에는 엄마가 여러 야채와 함께 보내온 양배추가 두 통이나 있다. 한 통은 먹었고 남은 한통을 꺼내었다.      

양배추를 반으로 잘라보니 단단한 심 옆으로 작은 양배추 싹이 보였다. 냉장고에서도 쉼 없이 자라는 걸 보면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채소임은 틀림없어 보인다. 그래서 세계 장수 식품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제철에 나오는 건 왠지 먹어야 건강해질 것 같다. 며칠 전 사다 놓은 양파가 있어 양배추와 함께 전을 만들었다. 날씨가 따뜻해질수록 살을 빼야 한다는 압박감이 서서히 피어오른다. 그만큼 여름이 가까워진다는 의미다. 뜨거운 날을 가볍게 보내기 위해서 긴장하는 중이다.     

이때 내게 어울리는 건 양배추와 양파. 이 둘을 잘 버무리면 얌전하면서도 품격 있는 요리가 탄생한다. 다른 이들이 그리 반기지 않을 걸 알면서도 식탁에 올렸다.   

  

예상대로 아이들은 아예 손을 대지도 않는다. 남편만 조금 먹는다. 난 그것을 밥 대신에 큰 접시에 올려 여러 반찬과 함께 먹었다. 전이 밥 역할을 하는 셈이다. 간이 세지 않아서 강한 맛을 보이는 반찬들과 잘 어울린다.     

양파 양배추 전

양배추와 양파, 사람과의 관계로 치면 언제나 무리 없이 묻어갈 수 있는 무난한 존재다. 특별히 돋보이지는 않지만 은은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누구나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매력적인 이들이다.     

그건 양파와 양배추가 다양한 요리에 넣어도 배척당하지 않는다는 점과 비슷하다. 양파는 있는 듯 없는 듯하지만 없다면 뭔가 허전하다. 양배추는 자극적인 음식으로 넘쳐나는 요즘에 이것을 먹으며  위안을 삼는다.  

어느 시점에 꾸준히 찾게 되는 음식에는 이유가 있다. 우선 집에 그 재료가 많이 있기에 당연한 일이다. 두 번째는 어떤 생각이 음식으로 이어져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나처럼 다이어트를 위해서 혹은 건강을  위한 노력이다. 더불어 시간과 관심이 적절히 이어져야 가능하다. 요리를 좋아해도 여유가 없다면 불가능하다. 더불어 불 앞에서 서서 음식을 만드는 일이  마음 가는 일이어야 한다.     

살아가는 일에서 무언가를 배우는 건 주변의 있는 모든 것들에서 출발하는 것 같다.  봄날의 양배추와 양파를 바라보며 그동안 몰랐던 것, 지식적으로는 알고 있지만 가슴으로 다가오지 않았던 부분을 만났다.   

   

대상을 너무 깊이 바라볼 필요도 없지만 가끔 다르게 다가오는 날은 분명 하루를 즐겁고 살아나게 한다. 양파 양배추 전을 두 장이나 먹었다. 가벼워지고 싶다는 마음은 이미 비켜나 어디로 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