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고 있던 꽃무릇을 보며
월요일 나를 깨우고 싶어 지는 시간이다. 집 뒤로 나 있는 숲길로 산책을 갔다. 해가 살짝 얼굴을 내밀다 그만두기를 반복한다. 흐리지도 화창하지도 않은 날이다. 마음도 덩달아 어디에 두기를 거부한다. 불편함과 어지러움 그리고 빨리 기운을 내고 싶은 마음이 뒤섞였다.
언덕 숲 작은 오솔길을 사이에 두고 소나무와 벚나무 동백나무가 우뚝 솟았다. 그 사이에 며칠 전부터 눈에 들어오던 꽃무릇이 꽃을 피우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마음이 급한 아이들은 벌써 고운 얼굴을 내밀었다. 누가 심어놓은 것처럼 꽃무릇이 일렬로 가지런히 길을 만들었다. 기린의 목처럼 긴 줄기는 하늘을 향해 뻗어있다.
사람들이 열심히 오간다. 어제 저녁부터 내린 비로 숲은 잔뜩 물을 머금었다. 바닥의 흙은 질퍽거려 멍하니 오가다가는 빠지기 십상이다. 이름 모를 풀들과 나무들은 기운차 보였다. 차들이 쌩쌩 달리는 도로 옆에 사는 이들에게 먼지와 나쁜 공기는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세차게 내린 비가 한순간에 먼지를 씻겨내주었나 보다. 어느 때보다 잎들이 반짝이며 여린 풀잎도 힘차다.
귀뚜라미 소리가 아침에도 어김없이 이어진다. 언제부턴가 어둠이 내려앉을 무렵이면 들리던 소리다. 코로나 공포에 어디를 가는 일도 주저하다 밖으로 나가면 풀벌레들의 소리가 그리 반가울 수 없다. 어떤 오케스트라의 음악보다도 기분 좋게 한다.
꽃무릇이 지난가을 깜짝 놀랄 꽃길을 만들어 주더니 땅속 깊은 곳에서 잠을 자다 이제 깨어났나 보다. 아스파라거스 같은 꽃무릇 줄기가 신기하다. 답답한 일상을 깨우려는 듯 여기저기에 꽃 밭을 만들었다. 무심코 지나는 사람들의 시선을 멈추게 한다. 이제 며칠이 지나면 예쁜 꽃망울을 터트릴 예정이다.
꽃들을 친구삼아 한 바퀴 돌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보니 중학생 아이들이 삼삼오오 학교에 간다. 부분 등교가 오늘부터 시작됐나 보다. 언제나 그러하듯 8시면 문을 여는 동네 슈퍼 아저씨도 과일을 정리하는 손이 바빠진다.
시간은 흘러가고 모두가 제 할 일을 하고 있었다. 약속한 듯 언제나 9월이면 모습을 드러내는 꽃무릇처럼 말이다. 오늘 내가 할 일은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세상은 제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이들이 많기에 내일을 맞게 되는 것 같다. 자연의 시계, 위대함에 숙여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