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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진미 Jan 25. 2024

친구가 되고 싶어서 마늘 빵

마음을 전하는 법

그와 친구가 되고 싶었다. 대학교 평생교육원 독서지도사 프로그램에서 알게 되었다. 수업을 마치고 버스 정류장에 서 있는데 그가 같은 버스에 올라탔다. 그 역시 종점이 가까운 우리 동네에 갈 때까지 내리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이었는데 같은 정류장에서 내렸다. 

“이 동네에 사세요?”

“여기 보이는 저 아파트에 살아요.”  


언니인 듯 보이는 그는 수업시간에도 대충 넘어가지 않았다. 열댓 명 남짓한 수강생 중에서  유일하게 손을 들어 궁금한 것을 물을 정도로  열정 가득한 학생이었다.  우리 집과 맞닿은 곳에 사는 그와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이 일었다.    


그의 아파트를 건너야 집에 가는 까닭에 잠깐 동안 같이 걸었다. 딸을 키운다는 말에 “저도 그래요”라며 맞장구를 쳤다. 친구라는 단어를 그때부터 그려보게 되었다. 낯선 곳으로 이사와 말 통하는 이를 만나는 게 어려웠다. 둘째가 막 어린이집에 다니던 3살 무렵이었다. 어느 날은 차 마시자며 우리 집으로 초대했다.     


그날따라 아이가 감기 기운이 있어서 어린이집을 쉬었다. 아이를 돌보며 무언가를 하기도 쉽지 않았다. 약속을 미룰까 고민하다 예정대로 하기로 했다. 손님이 오는데 손 놓고 있을 순 없어서 간단하지만 맛있다고 여긴 마늘빵을 만들었다.    

  

그는 집에 와서 한 시간 정도 머물다 갔다. 내가 주로 말을 이어갈 정도로 어색했다. 잘 모르는 이와 이야기를 하는 건 여간 힘들지 않았다. 그때 그가 외국에서 오래 생활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내가 모르는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동시에 그와 여러 가지를 나누고 싶었다.    


“이 빵은 처음으로 만들어 봤어요. 입에 맞을지 모르지만 커피에 드셔보세요.”

요리가 부담스럽지 않다고 여겼지만 잘 모르는 이에게 선보이니  떨렸다. 그는 평소에도 소식한다고 하더니 빵을 조금 먹었다.  함께 머무는 시간 내내  자꾸 그를 살피게 되었다. 접시에 가득한 빵에서 나는 고소하면서도 달콤한 냄새만이 어색한 분위기를 달래 주었다.

 

그가 돌아가고 나서도 무리한 약속을 잡은 것 같아 불편했다. 한 학기 동안 학교를 오가며 그와 얘기를 나눴지만 시간이 갈수록 어렵게 느껴졌고 점점 거리를 두게 되었다. 어른이 돼서 친구를 만드는 일이 이리도 어렵다는 걸 그때 알았다.     

몇 년이 흘렀을까 정말 오랜만에 마늘 빵을 만들었다. 시판 식빵에 마늘 소스를 발라서 구웠다. 전자레인지에 30초를 돌려 적당히 녹은 버터에 찧은 마늘과 꿀 두 숟가락, 황설탕 한 숟가락과 대파 채 썬 것, 소금을 조금 넣고 잘 섞고는 빵에 발랐다. 180도 오븐에 15분을 구우니 완성이다. 온기가 흐르는 그것을 한 손에 잡고 먹는 기분은 남다르다.     


빵 맛을 보는데 그때가 떠올랐다. 지금보다 의욕이 넘치던 시절, 관계를 맺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것 같다. 먼저 말을 걸고 그의 속도에 맞추려고 했다. 그는 의견을 분명히 말하는 스타일이었고, 난 두리뭉술했다.  


내가 갖는 감정과 비슷한 것을 그에게서 찾기 힘들었다. 서로가 맞잡아지는 게 없으니 수업이 끝남과 동시에 자연스레 연락이 끊겼다. 어릴 적 엄마는 누구든 집에 오면 정성을 들인 소박한 음식을 내어 놓았다. 마늘 빵도 그런 의미였다.     


“이제는 누군가와 관계를 만들고 싶지 않아. 이제 우리는 정리해야 할 단계잖아.”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이런 말을 건넸다. 정말 그런가 질문을 던지면서 한편으론 아쉬웠다. 분명한 건 새로운 사람과 친해지고 싶은 설레는 마음이 여간해선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 


마늘 빵을 차곡차곡 그릇에 담아보니 그땐  특별하다 여겼는데 이제 와 보니 참 소박했다. 이걸로 그에게 닿는 감정들을 전하려고 했던 오래전 나를 잠깐 만났다. 일상에서 노력이나 성실을 통해서 얻어지는 것들을 강조하지만 정작 안 되는 것도 분명 있다. 가슴속 이야기를 나누는 건 더욱 그러하다.


나를 보여주면 다른 이도 그럴 거라 여겼는데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음을 언제부터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타인에게 감사 인사를 할 때는 내가 만든 것, 작은 것이라도 전할 때가 참 좋다. 아이들이 먹고 싶다 해서 만든 마늘 빵 역시 방학 맞은 그들을 향한 작은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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