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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진미 Feb 28. 2024

낯섦과 익숙함, 오코노미야키

처음과 그다음

비가 살살 내린다. 창밖 풍경에서 봄기운이 실렸다. 거세거나 빠르지 않고 추적추적 오다가다 한다. 이런 날씨 때문인지 아이들이 예약해 둔 음식이 있다. 오코노미야키, 일본 스타일 부침개다.    

 

간간이 들어보긴 했을 뿐이다. 먹어보지도 만들지도 않았던 음식이다. 양배추와 새우, 베이컨 정도를 넣고 해 달라는 게 큰아이의 주문이다. 찾아보니 가쓰오부시를 마지막에 올리지만 집에 없으니 생략했다. 그러면서 따라오는 건 기본적으로 맛은 보장되어 있을 거라는 예상이다.     


고기와 해산물에 채소까지 들어가니 만들기만 하면 남기지는 않을 것 같다. 먹기 직전에는 마요네즈와 돈가스 소스가 더해진다. 아무리 대충 만들어도 기본 이상을 할 수밖에 없는 어울림이다.      


집에 있는 부침가루에 채 썬 재료와 차가운 물, 달걀 하나를 넣고 잘 섞었다. 달궈진 팬에 적당히 둥근 모양을 만들어 가면서 앞뒤로 노릇하게 지져내면 끝이다. 기름에 부치는 동안 베이컨 구워지는 고소한 냄새가 피어난다.     


매번 밀가루 음식을 먹을 때 드는 일종의 불편함은 양배추가 해결해 주었다. 집에 있는 양배추 반 통을 거의 다 사용할 만큼 듬뿍 넣었다. 둥글게 한 판을 다 지지고 나면 접시에 담고 다시 부치기를 반복했다.    

 

아이들은 각각 두 판씩을 먹고 점심을 끝냈다. 돈가스 소스에 마요네즈를 아주 가늘게 뿌리는 마지막 과정에서 여름날 적당한 바람에 가랑비가 흩날리듯 손이 리듬을 탔다. 마요네즈 통 입구에 얇은 비닐을 묶고 이쑤시개로 작은 구멍을 뚫어서 소스의 굵기를 아주 가늘게 하니 색달랐다.   

처음 만들어 본 오코노미야키

부침개는 예상과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아니 그보다는 좀 더 즐거운 맛이었다. 여기에 소스의 새콤달콤하면서도 마요네즈의 부드러움이 뒤섞였다. 특히 누군가의 반짝이는 아이디어였던 마요네즈가 가늘게 나오도록 했던 그 방법은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모르는 이에게 감사인사를 하고 싶을 정도다. 보통의 마요네즈의 느끼함이 사라졌다.     


굵은 소스의 흐름이 아주 가늘게 변하는 모습만으로도 안도했던 모양이다. 맛있게 먹으면 될 일이지만 살찌는 걱정이 언제나 따라다닌다. 그러면서 마요네즈가 열량이 높다는 생각에 양껏 먹으면서도 소스 양에 신경을 쓴다.     


처음 먹었을 때 감탄을 자아낼 정도가 되면 그것을 찾게 되는 때도 빨라진다. 막내가 그것을 잊지 못했는지 일주일이 지날 무렵 점심으로 먹고 싶다고 했다. 개학이 며칠 안 남은 까닭에 하루하루를 아쉬워하는 때라 기꺼이 다시 만들어주기로 했다. 


이번에는 욕심을 부렸다. 집에는 엄마가 보내준 양배추가 두통이나 있다. 양배추를 지난번보다 더 많이 준비했다. 새우도 봉지에 있는 전부를 쏟아부었다. 볼 가득 반죽을 만들고 한 장 한 장 부쳐나갔다.  

    

재료는 더 풍부해졌는데 이상하게 지난주보다는 맛이 덜하다. 양껏 준비해서 모자라지 않을까 눈치 볼 일도 없는데 젓가락질이 느려진다. 모든 게 똑같아 보이는데 다르다. 그 이유를 경험에서 찾았다.  먹는 일에서 알고 있다는 건 감정의 변화를 이끄는 동력으로 작용하기는 부족한 모양이다.

   

오동통한 부침을 먹으면서 어쩌면 우리는 모르는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알고 싶다는 바람 속에서 살아간다는 생각이 스쳤다. 몰라서 문제인 것도 있지만 그렇기에 희망을 품고 내일을 기다릴 수 있지 않을까?  처음 오코노미야키를 만들었던 날의 감정을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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