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진미 Mar 01. 2024

아는 듯 모르는 감탄맛, 목살 튀김

한 끗 차이 그 특별함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인 결과 맛있는 점심이 찾아왔다. 나로부터 시작해서 아이들 앞으로 모습을 드러내었다. 익숙한 듯하면서도 새롭고, 기억되고 찾고 싶은 요리다.     


내가 만들지만, 생각을 넘어선 맛으로 다가올 때는 정말 기쁘다. 그 너머 나를 자극하는 건 무엇을 하려는 숨어 있는 열정과 부지런함을 내 앞으로 당겨왔다는 것.     

  

주인공은 돼지목살 튀김이다. 다른 수식어로 이것을 포장하고 싶지만 떠오르지 않는다. 돼지고기가 주인공이지만 후라이드 치킨과 탕수육 맛을 유지하면서도 그것과는 구별되었다.  

 

기름을 만난 적당히 도톰한 고기는 진한 갈색으로 변했고 오랜만에 살아있는 풍미를 전했다. 오롯이 나로부터 시작된 것은 아니다. 큰아이가 좋아하는 요리 유튜버의 레시피를 적절하게 따라 했을 뿐이다. 화면에선 가늠하기 어려웠던 맛이다. 그래서 직접 해 보는 것과 단지 보는 것이 차이가 이리도 크다는 걸 확인했다.

  

이 요리를 위해선 한꺼번에 모든 걸 하기 어려운 나름의 과정이 존재했다. 마트에 가서 고기를 사 오고 도마에서 양념이 잘 배어들도록 칼집을 넣었다. 믹서에 마늘과 생강, 양파, 배, 간장과 설탕, 맛술을 넣고 갈아서 양념을 만들었다.  특히 양념 건더기를 제외한 소스만 활용할 수 있도록 채를 활용해서 걸러줘야 한다. 그다음은 고기를 한 덩이씩 양념에 적신 다음 통에 차곡차곡 담아 두 시간을 두었다.  

 

튀기기 직전에 양념이 스민 고기에 밀가루를 넣고 반죽을 살짝 한 다음 마지막으로 다시 밀가루 옷을 입힌다. 예쁘게 잘 튀겨지기 위해선 이 과정에서 밀가루를 잘 털어내야 한다. 지금은 그럴 일이 거의 없지만 어릴 적 집마당에서 빨래를 널기 직전 힘주어 옷 모양을 잡던 그때처럼 열심히 했다.     

돼지 목살 튀김

적당히 온도가 올라간 팬에 고기를 놓는 순간 쏴 하는 소리와 함께 서서히 갈색으로 변한다. 한쪽 면이 진해지면 반대쪽을 뒤집어 튀겨내었다. 

   

결론은 어디에서 봤음 직한 결과지만 아직 먹어본 적이 없다는 것. 요리책보다는 유튜브나 블로그 등 미디어를 통해서 생각지도 못했던 요리를 만난다. 형식이나 도구, 재료의 벽은 무너진 지 오래다. 

   

이웃이나 엄마, 지인에게 묻기 위해 휴대전화를 드는 대신 유튜브 채널을 열어 검색어를 입력하는 게 편할 정도다. 탄성이 나오는 장면을 볼 때면 만들고 싶은 마음이 커지고, 내 부엌에서의 비슷하지만 똑같지 않은 음식이 태어난다. 

  

매일 밥 하는 일을 하기에 짧게 봐도 이해가 쉽다.  그래서 기본이라는 이야기를 여러 상황에서 얘기하는 것 같다. 조금 알아가면 더 알게 되고 즐거움이 생긴다.  요리의 맛을 알아 가는 순간 모르던  영역 속으로 뛰어들 용기가 생긴다. 요즘 내가 타인의 부엌을 책과 영상을 통해서 기웃거리며 나만의 스타일을 그려보는 것도 비슷한 일이다.


이 요리의 전체과정을 5로 한다면 양념은 1.5이고 나머지는 튀기는 과정이라고 해도 무리는 아니다. 자칫 불을 세게 하면 고기가 갈색을 지나 검게 탈 위험이 있다. 고기가 뜨거운 기름에 빠지는 순간 눈과 손을 예민하게 하고 잘 살피며 조절해야 한다.


점심 한때 먹을 양을 마무리하고 접시에 담으며 맛을 확인했다. 튀김은 바삭하면서도 촉촉하고 생강 향은 기름의 느끼함과 고기 냄새를 날려버리며 배의 달콤함과 어울렸다. 여기에 달콤 짭조름한 간장 맛이 돼지고기 이상의 고급스러운 느낌을 전했다. 몰랐던 맛은 아니지만, 알고 있던 정도를 벗어나니 그것만으로도 감탄할 만큼 충분히 새로웠다. 


먹는 일에서만큼은 고민하는 즐거움이 크다. 대충 있는 것을 냉장고에서 꺼내어 먹는 날보다 “이것을 먹자”라는 다짐과 계획이 서는 날은 시간과 시간 사이에 간격이 촘촘히 맞물리며 돌아간다. 얼마를 지나면 기대하는 밥때가 열리기 때문이다.     


목살 튀김을 특별하다 칭찬했지만, 자세히 보면 경험해 온 것들에서 살짝 변했을 뿐이다. 단지 내가 몰랐던 음식이라는 것. 그것을 어떤 이는 한 끗 차이라고 하지만 그건 어쩌면 전부가 될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일 수도 있겠다 싶다. 잘 알고 있다는 착각 속에서 살아가지만 실상은 모르는 게 더 많은 게 매일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낯섦과 익숙함, 오코노미야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