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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찬학 Apr 03. 2016

대전 원도심 답사

16년 4월 2일

16년 고2 사회체험 첫 현장 탐방


더욱 치열해져만 가고 여전히 개발 담론이 우위를 보이는 그래서 청년들의 삶이 더욱 피폐해져만 가는 세태 속에서 개발과 경쟁이 아닌 우리가 사는 이 자본주의 도시에서 좀 더 다양하고 인간적인 삶을 함께 모색해보고자 지난해부터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며 시작한 <도시재생> 수업. 그 첫 현장 탐방으로 대전을 다녀왔다.


3월 한 달 아이들과 도시 사회학의 이해/공간의 개념/한국 도시의 형성 과정을 공부하고  우리나라의 근대 도시의 형성과 현대 도시의 변화와 쇠퇴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대전 원도심을 첫 탐방지로 선택했다.


13기 아이들과 함께한 탐방 안내자는 대전에서 석사과정을 공부하고 있는 2기 졸업생이다.


대전역에서 모여 대전 도시의 형성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우리는 첫 답사지인 철도 관사촌으로 향했다. 오늘 우리의 안내자는 이우고 2기 졸업생이자 충남대에서 한국사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최원석이다.


대전 철도 관사촌




일제 식민지 시대에 놓인 철도는 전통적 도시의 위상을 완전히 변모시켰다. '강경의 쇠퇴와 대전의 탄생'이라고 짤막하게 설명할 수 있는 그러한 변화가 일어났다. 경부선의 중앙에 위치한 대전에는 대규모 관사촌이 형성되었고 그 관사촌은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신도시의 탄생과 함께 쇠락하고 말았다. 우리의 근대 문화유산으로 그 가치가 충분한 지금의 관사촌 동네는 그렇게 방치되고 있었다.




산 속 이우학교와 집만 왔다 갔다 하다 보니 벚꽃이 이렇게 벌써 피었는지는 몰랐다. 뜻밖에 호사!!



대전 원도심


대전역의 탄생 이후 공주로부터 충남도청 이전에 성공한 대전의 원도심 지역은 근대의 가장 번화했던 도심이었다. 그러한 찬란한 근대 도시는 유성의 온천 개발, 그리고 또 다른 신도시 건설 등으로 급격하게 쇠락하고 과거의 흔적들이 초라하게 방치되어 가다 '원도심'이라는 개념을 최초로 구축하며 도시 재생 운동을 가장 발 빠르게 시작했으나 대전시의 무지와 무관심으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대전 창작 예술 센터. 대전시에서 젊은 예술인들의 활동들을 지원해주고 무료로 시민에게 공개하고 있다. 비교적 작품이나 전시 수준이 우수하고 대중적이다.


으능정이. 일본식 한자로 銀行町. 즉 은행정(마찌)이 사람들에게 으능정이로 불리어졌다고 한다. 은행읍내로 불리울 정도로 근대 교통, 금융의 핵심지역이었다.


으능정이 안내도. 원도심 재생지역의 가장 핵심적이 곳인데 대부분이 갤러리이다. 아직은 가난한 문화예술인들 중심의 초보적인 한국 도시재생 운동의 한계를 보인다. 결국 가난한 문화예술인들이 성공했다고 해도 다시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의 악순환이 도시재생 운동의 확대와 함께 더욱 빈번하게 나타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이 지역의 최초 운동 단계에서 중심에 섰던 산호 여인숙도 올해 가보니 사라졌다.



대전시의 문화행정 수준을 여실히 보여주는 소위 뾰족집.  

1929년 대전 철도국장의 관사로 사용된  이 건물은 일본식과 서양식 건축양식이 함께 어우러진 독특한 특징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으며  대전을 대표하는 근대건축물이었다.
그러나 뾰족집은 지난 2010년 10월 대흥 1구역 재개발 바람 속에서 무단 철거되고 1년 7개월 뒤인 2012년 5월 이전·복원공사에 착수 이전·복원공사가 마무리된 상태지만  이전된 뾰족집은 좁은 골목 안 주택과 원룸, 모텔 한가운데 비좁은 공간에 방치되었고. 남향이었던 뾰족집의 향은 동향으로, 담장은 두를 공간이 부족해 입구 쪽은 아예 개방된 형태로 노출돼 있고, 마당엔 나무나 풀, 화분이나 인공조형물 등 어떠한 조경물도 설치돼 있지 않다. 내부는 약한 창호, 부실한 난방시설, 정화조의 부재 등 세트장 수준이다.



한참을 둘러보다 삶은 여행이라는 북카페에서 잠시 쉬어갔다.


도청 관사촌과 구 충남도청




대전 도청 관사촌. 1932년에 세워진 도지사 관사를 비롯해 여러 관사들이 보존되어있었다. 도지사 관사는 일제 식민지 시대의 전형적 건물에 세월이 흐르면서 더해진 서양식의 다양한 시설들로 메워져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수많은 관광객으로 불러 모으는 군산의 히로스 가옥보다도 좋은 느낌이었다. 그러나 주말임에도 관광객들이 거의 없어 갈 갖추어진 다다미 방에서 푹~ 쉬었다 나오는 호사를 누렸다.



공주와 치열한 접전(?) 끝에 충남도청을 얻어낸 대전은 이제 홍성에게 그 자리를 내어주고 시민대학과 근현대 역사 전시관을 변모하였다. 3년째 매년 가도 별다른 변화는 없다.



개발이 아닌 가치를


새로운 신도시의 개발과 인접 지역인 세종시의 성장으로 유성마저도 쇠퇴해 가는 대전.

대전의 원도심은 다른 지역에서 찾아보기 힘든 근현대사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

대규모 개발이 아닌 그 지역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자원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고 자본의 논리에 의한 지역차가 발생하는 도시가 아닌 도시민의 다양한 삶을 보장해주는 공공하는 도시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답사를 마무리 하고

어쨌든 올 한 해도 이렇게 시작했다.

이 수업을 통해 아이들이 다양한 삶의 방식을 경험하고 다양한 삶의 계획을 세울 수 있길 바란다.


첫 답사. 좋았따!!



https://youtu.be/i9l3y3q4d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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