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사포와 수류탄
어제 글쓰기 모임 글감은 '잔소리'였다. 그 덕에 하루종일 아이유의 '잔소리'가 귀에 맴돌아서, 같은 부분을 몇 번이나 조용히 흥얼거렸다(사실 지금도..). 잔소리, 하면 떠오르는 게 다른 게 아니고 오직 이 노래라니. 헛웃음이 났다. 이 노래가 히트 쳤을 때 노래방에서 적잖이 불러댔던 추억도 떠오르고, 이 간질거리는 가사 한 대목 한 대목에 떠오르던 남자친구도 그리웠다. 아니, 연애 세포 흘러넘치던 그 시절의 내가 그리웠다고 해야 더 맞겠다. 막상 잔소리하는 스타일도 아니었으면서, 어찌 그리 구구절절 공감이 갔던 것인지. 잔소리는 사랑의 표현중 하나가 맞기는 맞나 보다.
어떤 강사가 그랬다. 잔소리는 자꾸 반복하는 무언가를 '하지 말라'라고 이야기하는 것이고, 쓴소리는 새로운 뭔가를 좀 '해보라'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쓴소리도 반복되면 잔소리가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100퍼센트 동의할 수는 없는 말이지만, 틀린 말은 또 아닌 것 같다. 육아전문가들이 하는 말과 겹쳐지기도 한다. '하지 마!'라고 하기보다는 '이걸 해보는 건 어떨까?'하고 대안을 제시해 주라는, 실전에선 지지리도 적용 안 되는 그런 조언들 말이다.
내 나름대로 잔소리와 쓴소리를 비교해 보자면 잔소리는 자꾸 같은 말을 속사포처럼 발사하는 것이고, 쓴소리는 무게가 나가는 수류탄 하나를 턱 던져놓는 것 같다. 다다다다 발사되는 잔소리는 빗나가거나 맞아도 큰 타격이 없고, 턱-하고 던져진 무게감 있는 쓴소리는 잠시 후 펑! 터지면서 내면을 흔들어 놓는다. 되지도 않는 핑계를 늘어놓다가는 딸리는 논리와 편향된 태도만이 도드라져 부끄러워진다. 씁쓸하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다 맞는 말이라 결국엔 동기 부여가 되는 말, 쓴소리. 입에 쓴 것이 몸에 좋다는 말에 설득력이 실린다.
이 쓴소리가 제대로 터지려면 던지는 의도나 마음보다도 타이밍이 훨씬 더 중요하다. 적시적기(쓴소리가 필요한 순간이면서 동시에 들을 준비가 되었을 때)에 상대에게 필요한 말을 휙휙 던져주는 도사가 곁에 있다면 삶에 아주 큰 도움이 되겠지만 그런 사람은 찾기 어렵다. 그보다는 우연히 타이밍이 맞아떨어지는 경우가 더 많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곳에서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사람으로부터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시간에, 우리는 가끔 쓴소리 수류탄을 받아 든다. 그렇게 어쩌다 한 번씩 작은 변화를 만들어 간다. 주변 사람들의 지지와 응원도 중요하지만, 가끔은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대쪽 같은 한마디도 필요할 때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