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테레사 Apr 18. 2024

아들의 프랑스 국제학교 적응기

아이가 넓혀주는 인간 관계

딸과는 다르게 아들은 이곳 학교에서의 적응이 수월했다. 한국에서 이미 프랑스 학교 1학년(CP)을 다니다 온 것도, 프랑스어 구사에 어려움이 없었던 것도 큰 도움이 되었다. 딸의 경우와 비교해볼 때, 영어든 프랑스어든 한 언어를 미리 익혀두는 것이 정말 중요했다는 걸 깨닫는다.


아들은 친구들도 잘 만났다. 운 좋게도 같은 날, 같은 반으로 전학 온 친구가 하나 더 있었고, 그 친구도 아들과 마찬가지로 영어를 제대로 배워본 적 없는, 프랑스어를 모국어로 하는 아이였다. 영어 사용자가 많은 환경*에서 둘은 서로에게 의지하며 금세 단짝 친구가 되었다. 둘은 곧 넷이 되었다. 마찬가지로 영어보다 프랑스어 사용이 더 수월한 같은 반의 두 친구가 합세한 것이다. 눈치가 빤한 아이들은 스무 명이 넘는 동급색 중 자신에게 맞는 친구를 잘도 찾아갔다.

사총사. 수영장 다녀오는 길.

아이가 더 어렸을 때에는 아이의 친구 관계가 나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아이 뒤치다꺼리뿐 아니라 안전을 이유로 놀이 시간에 보호자가 함께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하는 이가 불편하다면, 잘 안 만나질 수밖에 없고, 아이들끼리의 만남도 적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제 아이는 자기 인간관계를 스스로 일구어 가기 시작했다. 손이 덜 가는 나이가 되니 아이만 친구네 집에 보낼 수 있게 되고, 또 친구만 우리 집으로 놀러 올 수 있으니 어른들이 크게 개입할 일도 없어졌다.


사총사는 주말이면 서로의 집을 오가며 놀았다. 가끔씩은 하룻밤 씩 자고 오기도 하면서 우정을 쌓아갔다. 부모들 사이의 소통도 자연스레 시작되었다. 아이를 데려다주고 데리러 가는 길에 서로의 집을 잠깐씩 방문하면서, 각양각색의 라이프 스타일을 구경하는 일은 흥미로웠다. 너무나 다르게 살아왔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이들을 매개로 만나고 이어지는 게 신기했다. 그렇다. 이제는 아이가 나의 인간관계를 넓혀주기 시작했다. 다른 집도 마찬가지 일거다. 학교 행사가 있어 학교에 나가보면 아이들 무리가 그대로 학부모 무리로 옮겨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삼삼오오 모인 아이들 곁에 삼삼 오오 모인 부모. 아이들끼리 친하면 그 부모들끼리도 더 친근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모습을 보는 게 어쩐지 귀엽다.


아들은 사총사 외에도 친구를 여럿 사귀었다. 둥글둥글한 성격이라 교우관계에 어려움이 없을 거라 믿고는 있었지만, 그럼에도 대견하고 고맙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반이 바뀔 때마다 아이는 친한 친구 두어 명과 언제나 같은 반에 배정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잦은 전학으로 친구 사귀기에 어려움을 겪는 CCKs를 위한 학교 측의 배려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세심한 배려를 감사하게 생각한다. 어린이에게 있어 학교 적응은 교우관계가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


*프랑스 국제학교에 프랑스어 사용자보다 영어 사용자가 많을 것이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이것은 다문화 국가인 싱가포르 특징으로 보인다. 실제로 학교 측에서는 프랑스어 비사용자를 타깃으로 한 마게팅을 활발하게 진행한다. 싱가포르의 다른 국제학교에 비해 학비가 싸다는 점, 영어와 프랑스어를 함께 배울 수 있다는 점 등이 충분히 매력적이다. 학교에서는 유치원 졸업 학년(GS)부터 초등학교 졸업학년(CM2)까지 프랑스어 보충이 필요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소그룹형 수업을 제공한다. 수업은 학교 일과 중에 이루어지며 무료다. 고학년이 될수록 학생들의 프랑스어 사용 비율은 높아진다.

이전 10화 딸이 입을 닫았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