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글을 잘 따라오셨다면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은 핵심 메시지도 정했고 글감도 풍부하게 찾으셨을 겁니다. 핵심 메시지를 제대로 찾았는지 확신이 안 서고 글감이 부족해도 큰 문제는 없습니다. 어차피 글을 쓰면서 메시지는 다듬어질 거고 생각지도 못했던 글감을 찾을 테니까요. 이것이 글쓰기의 매력이기도 합니다. 글을 쓰기 전에는 자신도 몰랐던 것을 쓰면서 알게 되는 기쁨 말이죠. 사실 모두 여러분이 이미 가지고 있는 것들입니다. (그러지 않았다면 어디서 나왔을까요?) 아직 찾지 못했을 뿐입니다.
글을 쓰다 보면 신기한 경험을 할 때가 있습니다. 몇 년 동안 잊고 있었던 기억이 글을 쓰면서 문득 떠오르기도 합니다. 그 기억에 대해 한 문장 한 문장 쓰다 보면 당시의 분위기, 만났던 사람의 인상, 말투까지 생생하게 글로 옮겨집니다. 내가 글을 쓰는지, 글이 글을 쓰는지 구분이 안 가는 경지이지요. 이런 경험은 자주 오지 않는다는 게 아쉽습니다.
이번 글에서 구성 짜기에 대해 설명해 보려고 합니다. 메시지를 정하고 글감을 찾은 다음 구성을 짜는 것은 당연한 순서입니다. 메시지는 글의 나침반입니다. 메시지가 정해주는 방향을 잘 따라가면서 어떤 글감부터 풀어낼지 순서를 정하는 것이 구성 짜기의 기본입니다. 다음 글은 표현하기에 대해 설명할 텐데, 표현도 구성에 포함되기도 합니다. 순서를 정하고 그 글감을 어떻게 표현할지 구상하는 겁니다. 아직 이해가 안 되더라도 잘 따라오시고 다음 편 글을 읽으면 이해하게 될 겁니다.
지난번 글에서 글감 찾는 과정을 땔감에 비유했으니 구성 짜는 과정을 불 때는 일로 풀어보겠습니다. 이제 여러분이 준비한 땔감은 충분합니다. 땔감의 사전적 정의는 '불을 때는 데 쓰는 나무나 마른 잎, 종이, 석탄과 같은 여러 물건'입니다. 작은 땔감 정도로 이해합시다. 작은 땔감의 역할은 가장 굵은 장작에 불을 붙이는 일입니다.
해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불을 붙이는 데는 상당한 노하우가 필요합니다. 저도 처음 화목보일러를 사용할 때 불문 앞에서 신문지만 태우며 매캐한 연기를 들이마시면서 한 시간 넘게 쭈그리고 앉아 있던 경험이 있습니다. 신문지만으로는 장작에 불을 붙일 수 없죠. 대신 잘 마른 나뭇가지가 많은 게 더 유리합니다. 신문지는 나뭇가지에 불을 붙이는 용도면 충분합니다. 땔감이 충분해도 불이 붙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굵은 장작이 잘 마르지도 않은 데다 너무 크면 그렇습니다.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굵은 장작은 메시지이고, 나뭇가지와 신문지는 작은 글감들입니다. 글쓰기의 목적인 메시지라는 굵은 장작이 스스로 탈 수 있도록 불을 때서 독자를 따뜻하게 하는 겁니다. 불이 잘 붙으면 독자가 여러분이 전달한 메시지를 받아 마음 따뜻하게 글을 읽을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너무 추워서 몇 초만에 여러분들의 글에서 뛰쳐나올 겁니다. 작은 글감이 충분해도 글이 독자를 붙잡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잘 마르지 않거나 너무 큰 장작처럼 메시지가 구체적이지 못하거나, 글 쓰는 사람이 감당하기에 너무 크면 그렇습니다.
나이가 지긋한 분들이나 글을 처음 쓰시는 분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할 때 포스트잇을 활용합니다. 자신이 쓸 수 있는 메시지와 관련된 글감을 포스트잇 한 장에 짧게 쓰도록 합니다. 포스트잇 몇 장이 준비되면 한 장씩 칠판에 붙이며 어떻게 글을 풀어나갈지 발표하고강사와 수강생들이 서로 저마다의 아이디어를 던집니다. 그 아이디어를 받을지 말지는 글 쓰는 사람이 정합니다.
예를 들어 제가 충남 홍성으로 귀촌한 과정을 글로 쓴다면 먼저 포스트잇에 서울 생활, 지역신문, 서울 토박이 아내, 시골 출신의 나, 아토피, 기자로서의 꿈, 70년 된 한옥집 등의 단어를 적습니다. 이 글감을 어떤 순서로 풀어나가면 좋을까요? 시간 순으로 나열하는 것만큼 재미없는 글은 없습니다.
저 같으면 귀촌해서 10년째 살고 있는 70년 된 한옥집을 먼저 쓰겠습니다. 600평 규모의 필지에 자리 잡은 전통한옥 집을 전세 2000만 원으로 구한 경험을 소개한 다음, 12평에 전세 5000만 원이었던 달동네 다가구주택 2층에서 살았던 서울 생활로 이어지면 좋겠습니다. 시골 출신이라 도시생활, 특히 서울을 동경했던 나와, 시골 살이를 꿈꾸는 서울 토박이 아내 사이에서 티격태격하던 대화들, 결국 지역신문 기자로서의 나의 꿈과 아내의 시골살이 꿈을 동시에 이룰수 있는 홍성을 택하게 된 사연이 이어지면 되겠네요. 서울에서 아토피로 고생했던 첫째 아들의 에피소드도 살짝 곁들이면 좋겠습니다.
결말은 어떻게 하냐고요? 구성을 짤 때 결말까지 정해두면 좋겠지만 저 같은 경우에는 결말을 열어둡니다. 정해놓은 결말에 글이 갇히면 글이 풀려나가는 속도가 답답해지는 게 싫더라고요. 글을 어떻게 마무리할지는 글을 쓰다 보면 알게 됩니다. 결말을 미리 정했더라도 쓰면서 달라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모든 글을 이렇게 포스트잇에 써서 구성을 짤 필요는 없습니다. 처음에는 이렇게 하다가 구성 짜기가 몸에 익으면 머릿속으로 해도 됩니다. 구성을 짜지 않고 일단 쓰는 방법도 있습니다. 생각나는 대로 손가락이 흘러가는 대로 초고를 쓴 다음에 구성을 잡는 작가도 있습니다. 구성 짜느라 며칠을 쓰지 못하고 고민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일단 쓰는 겁니다. 구성을 잡지 않더라도 일단 쓰다 보면 구성은 자연스럽게 생깁니다. 그 구성을 탄탄하게 하기 위해 글을 다시 쓰거나 다듬습니다. 글쓰기에는 정해진 방법은 없습니다. 구성을 짤 때 중요한 것은 유연성입니다. 구성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습니다. 단지 구성 짜는 것이 필요하다는 정도만 알고 있으면 됩니다.
글을 처음 쓰시는 분들은 구성을 짠다는 것 자체가 생소할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고민해도 정리되지 않고 구성이 뒤죽박죽인 상태에서 두 가지를 질문하면 좋습니다.
'어떻게 써야 독자가 이해하기 쉬울까?'
'어떻게 써야 독자가 재미있게 읽을까?'
이 두 가지 질문을 가지고 글감을 풀어나갈 순서를 정합니다. 구성 짜기에만 해당되는 게 아닙니다. 표현에도 적용됩니다. 어떻게 표현하는 것이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을까일까. 결국 글은 독자를 상상하며 씁니다. 그 독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하기 위해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