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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명진 Apr 07. 2020

"글쓰기도 공식이 있으면 좋겠어요."

"글쓰기도 수학처럼 공식이 있으면 좋겠어요."


지역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글쓰기 강의를 종강하고 뒤풀이하던 자리에서 한 청년이 불쑥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친구는 글쓰기에 욕심이 많은 20대 청년입니다. 제가 만났을 즈음에 그 욕심에 지쳐서 매너리즘에 빠져 있었죠. 글쓰기에 대한 자신감은 바닥을 찍은 상태였고요. 


그래도 글쓰기에 대한 의욕만큼은 대단했습니다. 대화를 하다가도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면, "잠깐만요, 메모 좀 해도 될까요?"라고 물으며 대화를 끊는 친구였습니다. 글쓰기에 대한 의욕이 넘치는 친구를 보면 참 반갑습니다. 


'글쓰기에 공식이 있으면 좋겠다.' 이 청년도 불가능한 말이라고 생각하며 내뱉은 말일 겁니다. 얼마나 글쓰기가 답답하면 그런 생각을 했을까요? 글을 잘 쓰고 싶은데 매번 벽에 부딪히니 그랬겠지요. 


모든 글쓰기에 공식이 없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공식화된 글은 재미가 없어요. 너무 뻔합니다. 글이 어떻게 전개될지 뻔하면 누가 읽을까요? 예상치 못한 사건이 벌어지고 다음 이야기가 계속 궁금해야 글을 계속 읽어 나가겠죠. 


수학처럼 공식에 대입하면 답이 나오는 구조를 가진 글이 있긴 합니다. 여러분들이 신문이나 인터넷에서 자주 읽는 글인데요. '스트레이트'라고 부르는데 단순 정보를 전달하는 기사입니다. 


4부 기록하는 글쓰기에서 자세히 설명할 텐데요. 스트레이트 기사에는 '리드문 + 6하 원칙 + 내용'이라는 공식이 잡혀 있습니다. 그 틀에 맞게 내용을 넣으면 한 편의 기사가 완성됩니다. 이런 기사 쓰기에 숙련된 기자들은 취재가 끝난 뒤 스트레이트 기사를 10분~20분 만에 써냅니다. 뭐 대단한 건 아닙니다. 1년 정도 하루에 이런 기사만 2~3개씩 쓰면 누구나 그럴 수 있습니다. 


그나마 이런 공식화된 글이 지금까지 살아 있는 이유는 정보 전달에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유명 소설가 스티븐 킹은 글은 재밌거나, 유익하거나, 감동적이어야 한다고 했는데, 기사는 정보를 담고 있으니 그나마 유익한 겁니다. 여러분들이 신문을 보다가 자신에게 필요한(유익한) 기사는 자세히 읽지만, 그렇지 않은 기사는 그냥 넘겨버리죠? 그 처럼 유익한 사람에게는 아무리 재미없는 구조라고 해도 정보를 얻기 위해 그 글을 읽게 됩니다. 


제가 10년 동안 기자생활을 하다가 그만둔 것도 틀에 박힌 기사 쓰기 때문입니다. 너무 지긋지긋했거든요. 스트레이트 기사 외에도 분석기사, 종합기사, 스케치 기사, 인터뷰 기사, 기획기사, 르포 등 다양한 형태가 있지만, 기사라는 틀이 너무 갑갑했어요. 해외언론을 보면 다양한 시도를 하는 기사가 많은데, 우리나라 기사들은 너무 전형적이에요. 요즘 들어 우리나라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기사를 쓰려는 기자분들이 계시더군요. 시간이 지나면 우리나라도 틀이 깨지겠지요. 


글쓰기에는 공식이 필요 없습니다. 공식이 있다 하더라도 언젠가 깨지고 말죠. 그 공식은 한편 한편 마다 다르게 적용됩니다. 글쓰기는 그냥 살아 움직이는 겁니다. 


저는 앞선 글에서 글쓰기 과정을 '메시지 정하기 - 글감 찾기 - 구성 잡기 - 표현하기 - 재고 및 퇴고'로 도식화했습니다. 글을 처음 쓰는 사람들이 망망대해 같은 글쓰기를 앞두고 막막할 때 뭐라도 참고할 수 있도록 제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해본 겁니다. 물론 글쓰기 강의에서 그런 도식화가 도움이 된다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도식화된 과정을 따라 글 한 편을 써서 피드백을 받고 나면 글은 훨씬 나아졌습니다.(사실 어쩌면 이런 도식화보다는 피드백이 더 효과가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공식이 필요없다면 글쓰기에는 정해진 답도 없습니다.(물론 맞춤법과 문법은 답이 있습니다.^^) 그냥 자신이 쓴 글이 답이에요. 그러니까 자신감 가지고 그냥 쓰세요. 그 답을 스스로 찾아야 합니다. 내가 겪은 경험, 그 경험을 통해 얻은 생각과 느낌, 그것을 글감으로 자신의 레시피로 요리해서 내놓는 겁니다. 다만 그 요리가 다른 사람에게도 맛있으리라는 법은 없습니다. 그게 어렵죠. 요리는 엄마에게 물어보거나 네이버에서 검색해서 시키는 대로 하면 비슷한 맛이 나는데, 글은 그게 안 되죠. 


내가 제시한 글쓰기 과정을 통해 글 한편을 완성했다면, 이제는 변형을 해봅시다. 변형을 거듭하면서 여러 편의 글을 썼다면, 제가 말했던 내용은 모두 버려도 괜찮습니다. 도식에 갇힌 글은 살아 움직일 수 없어요. 그 정도로 이제 글쓰기가 갑갑해지는 순간이 자신만의 글쓰기의 방법을 찾을 시간입니다. 


'아~ 이렇게 쓰면 되겠구나.' 


이렇게 '유레카'를 외치며 좋아하는 것도 순간입니다. 자신만의 글쓰기 방법을 찾았다고 하더라도 매 순간 똑같이 적용하기는 힘듭니다. '나'라는 인간은 매 순간 변하기 때문에 상황도 매번 다릅니다. 어떤 때는 손가락이 알아서 글을 쓰기도 하고 머릿속에 구상이 환하게 그려지기도 하지만, 글을 쓰려고 앉았다가 한 문장도 쓰지 못하고 멍하니 앉아 있을 때도 있습니다. 이런 수백만 가지 심정 상태에 적용할 수 있는 단 한 가지의 방법은 없습니다. 


어떤 상황이든 글을 쓸 수 있는 마법 같은 방법이 하나 있긴 합니다. 나중에 한 편의 글로 제대로 소개하려고 하는데, 맛보기로 알려드리겠습니다. 바로 '프리라이팅'입니다. 프리라이팅은 언제 어디서든, 어떤 마음 상태에서든 글쓰기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냥 내 머릿속에서 흘러가는 생각과 의식을 그대로 글로 받아 적는 작업이니까요. 그다음이 문제입니다. 프리라이팅으로 쓴 글을 어떻게 해서든지 발전시켜야 하는데, 그렇게 또 부담을 갖고(프리하지 않게) 글을 쓰려고 하면 또 한 문장도 나아가지 못하기도 합니다. 


글쓰기 강의 마지막에 늘 강조하는 말이 있습니다


'글쓰기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그러니 제가 알려드렸던 내용과 피드백은 그냥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그것을 따를지 말지는 펜을 들고 있는 여러분이 정하는 겁니다. 그래야 자신의 글이 나옵니다.'


자신만의 글쓰기 공식을 만들어보세요. 공식이 생기면 그것을 깨고 새로운 공식을 고민해보세요. 그 과정을 계속 반복해서 얻는 것이 글쓰기의 내공입니다. 결국 쓰고 또 쓰면서 자신만의 글쓰기 방법을 깨우치는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자신만의 글쓰기 방법을 찾았다면 유명한 작가가 썼다는 글쓰기 책도 별로 도움이 안 됩니다. 물론 여러 영감을 주는 열려있는 글쓰기 책도 있습니다. 자극받기 위해서라면 그런 책을 읽어도 좋습니다. 여러분이 찾은 글쓰기 공식을 저처럼 글로 표현해보세요. 여러분들이 찾은 글쓰기 방법이 저를 자극했으면 좋겠네요. 


*메인이미지 출처 : Photo by ThisisEngineering RAEng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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