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끝자락을 적시는 에메랄드 계곡
여름이 막바지에 이르면 사람들은 북적이는 해수욕장보다 숲속의 고요한 계곡을 찾게 된다. 경북 포항시 북구 죽장면에 자리한 하옥계곡은 바로 그런 갈망에 응답하는 숨은 보석이다.
지도에도 뚜렷이 표시되지 않는 이곳은 아는 사람만 찾아가는 비밀스러운 장소로, 수정처럼 맑고 차가운 물줄기가 한여름에도 시원함을 선사한다. 햇살에 반짝이는 계곡은 온통 에메랄드빛으로 물들어 ‘포항의 보석’이라는 별명을 실감케 한다.
하옥계곡이 오랫동안 원형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다소 까다로운 접근성 때문이다. 대중교통으로는 닿기 어렵고, 차량으로도 굽이진 산길을 한참 달려야 한다.
그러나 이 불편함이 오히려 사람의 손길을 덜 타게 했고, 덕분에 기암절벽과 푸른 숲, 맑은 물이 어우러진 천혜의 풍경이 고스란히 보존될 수 있었다. 도시의 소란을 벗어나 마치 신선의 세계에 들어선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이곳의 매력이다.
하옥계곡은 아이들부터 어른까지 모두를 만족시키는 천연 워터파크이기도 하다. 무릎 깊이의 얕은 물가에서는 아이들이 안전하게 놀 수 있고, 깊은 소에서는 수영과 스노클링을 즐기기에 충분하다.
물이 워낙 투명해 발밑의 작은 물고기들이 헤엄치는 모습까지 보일 정도다. 다만 바닥이 자연 그대로의 바위와 자갈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아쿠아슈즈를 준비하는 것이 안전하다. 돗자리와 간단한 캠핑 의자를 챙기면 하루 종일 머물며 쉴 수 있다.
특별한 입장료 없이 자연을 즐길 수 있는 것도 하옥계곡의 장점이다. 다만, 가져온 쓰레기를 반드시 되가져가는 작은 실천이 이곳의 아름다움을 지키는 가장 큰 힘이 된다. 자연을 존중하는 태도야말로 진짜 여행자의 덕목일 것이다.
올여름의 마지막 더위를 잊고 싶다면, 번잡한 세상에서 벗어나 숲과 바위, 에메랄드빛 물이 빚어내는 순수한 풍경 속으로 몸을 던져 보자. 포항 하옥계곡에서의 하루는 단순한 피서가 아니라, 진짜 자연이 주는 깊은 위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