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코스에 담긴 40년 역사와 무장애 산책로
걷는다는 행위가 단순한 운동을 넘어 마음을 비우고 위로받는 시간이 될 때가 있다. 울산 남구에 자리한 선암호수공원은 그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공간이다.
누구나 편안히 걸을 수 있는 평탄한 길, 사계절의 풍경, 그리고 산업화의 기억을 품은 역사까지. 이곳은 단순한 공원이 아닌, 도시와 자연이 공존하는 치유의 무대다.
선암호수공원은 호수를 한 바퀴 감싸는 3.6km 순환 산책로로, 성인 기준 약 1시간이면 충분히 걸을 수 있다. 경사가 거의 없는 평지라 유모차, 휠체어, 보행기 이용자도 무리 없이 즐길 수 있다.
생태 습지를 가로지르는 데크 탐방로는 ‘무장애 나눔길’로 조성되어 교통 약자까지 품어내며, 관리사무소에서는 신분증만 있으면 휠체어와 유모차를 무료로 대여할 수 있다. 가을이면 메타세쿼이아 단풍과 은빛 억새가 어우러져 걷는 내내 눈을 즐겁게 한다.
이곳이 특별한 이유는 아름다움 너머의 서사에 있다. 본래 선암호수는 1964년 울산공업단지에 물을 공급하던 선암댐의 자리였다. 40여 년 동안 철조망에 가로막혀 일반인의 발길이 닿을 수 없던 공간이었던 것이다.
2000년대 들어 댐 기능이 축소되자, 마침내 2007년 198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생태공원으로 재탄생했다. 산책로를 걷다 보면 곳곳에 남아 있는 댐 구조물이 과거의 흔적을 고스란히 전한다. 이는 단순한 산책이 아닌, 산업화와 치유의 역사를 함께 체험하는 시간이다.
선암호수공원은 연중무휴 24시간 개방되며, 입장료와 주차료가 모두 무료다. 총 329면 규모의 주차장이 마련되어 언제든 편리하게 방문할 수 있다.
대중교통으로는 삼산동에서 남구 11번 버스를 타고 ‘선암수변공원 입구’, ‘보현사 입구’, ‘호수공원 축구장’, ‘선암호수노인복지관’ 정류장에서 하차하면 산책로와 바로 연결된다.
선암호수공원은 걷는 순간마다 자연의 평온함과 40년의 이야기가 겹겹이 스며드는 공간이다. 복잡한 도심 속에서도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확실한 대안, 이번 주말에는 가벼운 걸음으로 이 특별한 산책길을 걸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