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숲 아래 붉게 타오르는 꽃무릇
전국의 꽃무릇 명소들이 인파와 차량 행렬로 몸살을 앓을 때, 충남 보령의 성주산자연휴양림은 한결 고요한 매력으로 가을 여행자를 부른다.
이곳은 소나무 숲 그늘 아래 은은하게 번지는 붉은 꽃무릇이 주인공이다. 다른 사찰 주변 명소처럼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하지는 않지만, 푸른 숲과 진홍빛 꽃의 극적인 대비가 만들어내는 풍경은 한 폭의 수묵화처럼 특별하다.
휴양림 입구 약 7,000㎡ 노송 숲에 심어진 꽃무릇은 보령시가 2011년부터 10년 넘게 가꿔온 결실이다. 매년 9월 중순이면 약 25만 송이가 일제히 개화해 숲 바닥을 붉게 수놓는다.
햇살이 소나무 가지 사이로 스며들며 꽃잎 위에서 부서지는 장면은 대규모 군락지와는 다른 서정적 감동을 전한다. 그래서 “선운사나 불갑사를 생각하면 안 된다”는 말이 나올 만큼, 이곳만의 독특한 미학이 존재한다.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그 가격이다. 성인 기준 입장료 단돈 1,000원, 여기에 소형차 주차 요금 2,000원을 더해도 3,000원이면 충분하다. 이 입장료는 꽃무릇만이 아니라 휴양림 전체를 누릴 수 있는 티켓이다.
계곡을 따라 난 산책로에서 삼림욕을 즐기고, 숲속 숙박시설에서 하루를 보내는 것도 가능하다. 꽃무릇은 단지 이 숲이 건네는 초대장일 뿐이다.
휴양림은 연중무휴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되며, 입장은 오후 5시 이전까지 가능하다. 성인 1,000원, 청소년 800원, 어린이 400원이며 보령시민은 절반 가격으로 즐길 수 있다.
주차 요금은 소형차 2,000원, 대형차 4,000원이다. 자세한 문의나 숙박 예약은 관리사무소(041-930-0770)를 통해 확인하면 된다.
“잎과 꽃이 만나지 못한다”는 꽃무릇의 애틋한 꽃말과 달리, 성주산자연휴양림의 붉은 물결은 소나무 숲과 가장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북적임 대신 고요한 숲 속에서 붉은 그리움이 피어나는 풍경을 만끽하고 싶다면, 올가을 단돈 몇천 원으로 즐길 수 있는 이 특별한 숲을 찾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