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못 위에 비친 가을의 첫 색채
가을의 문턱이 성큼 다가온 지금, 붉게 타오르는 단풍 명소들이 북적이기 전에 고즈넉한 계절의 변화를 먼저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다.
경남 진주시 정촌면 예하리에 자리한 강주연못은 800m 남짓한 산책로를 따라 걷는 동안, 계절이 스며드는 섬세한 순간을 담아내는 특별한 공간이다.
산책길을 따라 들어서면 수령 500년이 넘는 고목들이 방문객을 맞는다. 아직은 푸른 잎사귀가 주를 이루지만, 잎 끝에서부터 번져가는 노란빛과 붉은빛은 곧 다가올 단풍 터널을 예고한다.
잔잔한 연못은 이 변화를 거울처럼 비추며 ‘두 번째 가을’을 준비한다. 바람 한 점 없는 맑은 아침, 물안개가 피어오를 때의 풍경은 현실보다 더 몽환적이다.
이 연못은 단순한 풍경지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강주’라는 이름은 고려 태조 23년, 지금의 진주로 개칭되기 전 불리던 옛 지명에서 비롯됐다.
군사 주둔지였던 이곳은 오랜 세월의 이야기를 품은 땅이다. 특히 산책길 한편에서 마주치는 벼락 맞은 나무는 자연의 거대한 힘과 생명의 강인함을 동시에 보여주며 걷는 이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입장료와 주차료가 모두 무료인 점도 강주연못만의 매력이다. 정자와 벤치, 잘 정비된 화장실까지 마련되어 있어 누구나 가벼운 마음으로 들러 여유로운 산책을 즐길 수 있다.
본격적인 단풍철의 인파가 몰리기 전, 가을의 첫 색을 가장 고요하게 맞이하고 싶다면 진주 강주연못이 제격이다.
천년의 역사가 잠든 연못 위에 번져가는 계절의 물감을 바라보는 순간, 당신의 마음 또한 평화로운 빛으로 물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