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에 피어난 붉은 단풍
가을 단풍은 산에서만 볼 수 있다는 편견을 깨어주는 곳이 있다. 바로 인천 강화도 석모도에 자리한 칠면초 군락지다.
바다의 가장 낮은 곳, 갯벌 위에서 펼쳐지는 이 붉은 융단은 마치 바다에 단풍이 물든 듯 장관을 이룬다. 그러나 이 풍경은 아무 때나 만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루 두 번, 썰물과 해질녘이 절묘하게 맞물리는 찰나의 순간에만 모습을 드러내는 자연의 극적인 장면이다.
석모도 칠면초 군락지는 인천광역시 강화군 삼산면 매음리에 위치한다. 한때 배를 타야만 닿을 수 있었던 이곳은 2017년 석모대교가 개통되며 육지와 연결되었다.
덕분에 섬사람들만 알고 있던 비경이 세상에 알려지며 수도권 최고의 가을 명소로 자리 잡았다. 주인공인 칠면초는 계절에 따라 색이 변해 이름 붙여진 염생식물로, 여름에는 초록빛을 띠다가 가을이 되면 붉게 물든다.
이곳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물때’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밀물 때 방문하면 칠면초가 바닷물에 잠겨 모습을 볼 수 없다.
갯벌이 완전히 드러나는 간조 시간대가 바로 관람의 황금 시간이다. ‘바다타임’ 등에서 외포리 항구의 간조 시각을 미리 확인하는 것이 필수다.
특히 오후 4시 이후 해가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할 때가 가장 아름답다. 붉은 칠면초 군락 위로 금빛 햇살이 부서지고, 해가 질 무렵에는 붉은 노을과 어우러져 마치 세상이 타오르는 듯한 풍경이 펼쳐진다.
잘 조성된 데크길을 따라 걸으면 바다와 하늘, 그리고 칠면초가 만들어내는 색의 향연이 한 폭의 수채화처럼 눈앞에 그려진다. 입장료와 주차료는 모두 무료이지만, 별도의 주차장이 없어 도로변에 주차해야 한다.
이곳은 ‘강화나들길 11코스 석모도 바람길’의 일부이기도 해, 천천히 걸으며 섬의 고요한 가을 정취를 느껴보는 것도 좋다.
석모도의 칠면초 군락지는 산의 단풍처럼 늘 그 자리에 있는 풍경이 아니다. 물이 빠지고 해가 지는 완벽한 순간이 맞아야만 완성되는 붉은 바다다. 이번 주말, 자연이 빚어내는 이 거대한 예술 작품을 만나러 석모도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