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수십 년 닫혔던 길"… 드디어 열린 비밀의 단풍 명소

통제된 도로 위의 자연 예술

by telltrip
inje-secret-garden-military-road-guide-1.webp 인제 비밀의 정원 / 사진=산림청


새벽 공기가 서늘하게 폐부 깊숙이 스며드는 시각, 붉은 점멸등이 길게 늘어선 도로 위로 안개가 피어오른다. 해가 떠오르며 단풍이 붉고 노랗게 타오르는 순간, 눈앞의 풍경은 마치 다른 세계 같다.


이곳은 ‘인제 비밀의 정원’이라 불리는 곳으로, 수십 년간 닫혀 있던 군사작전도로가 제한적으로 개방되면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곳은 관광지가 아닌, 여전히 군 작전이 수행되는 현역의 땅이다. 아름다움 뒤에는 통제와 규율이 존재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inje-secret-garden-military-road-guide-2.webp 인제 비밀의 정원 안개 / 사진=산림청


강원특별자치도 인제군 남면 갑둔리 산122-3 일대에 자리한 이곳은 공식 명칭조차 없다. 사진가들과 여행자들 사이에서 ‘비밀의 정원’이라 불리며 알려졌고, 그 이름은 이제 하나의 고유명사가 되었다.


군사작전도로로서 민간인의 접근이 수십 년간 금지되었던 덕에,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풍경이 남아 있다.



inje-secret-garden-military-road-guide-3.webp 인제 비밀의 정원 전경 / 사진=인제 공식블로그 시모히가시 가나에


태백산맥의 높은 고도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지형은 복사냉각 현상을 만들어내며 새벽마다 짙은 안개를 선물한다. 이 장관이 바로 전국의 사진가들을 이끌어온 이유다.


대관령이나 정령치 같은 관광지와 비교하면, 이곳의 특별함은 ‘아무것도 없음’에서 시작된다. 주차장도, 화장실도, 편의시설도 전혀 없다. 좁은 갓길이 전부이며, 방문객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inje-secret-garden-military-road-guide-4.webp 인제 비밀의 정원 가을 / 사진=인제군


하지만 그 대가로 인간의 간섭이 배제된 순수한 자연을 마주할 수 있다. 개발되지 않은 도로 위에서, 통제가 만들어낸 고요한 단풍의 세계를 경험하는 일은 오히려 이곳만의 매력이자 진정한 특권이다.


이곳을 방문하려면 반드시 지켜야 할 ‘교전규칙’이 있다. 첫째, 군 장병의 통제는 절대적이다. 일출 후 군 작전이나 교통 확보를 위해 이동 요청이 있을 경우 즉시 따라야 하며, 이는 단순한 부탁이 아니라 법적 효력을 갖는 지시다. 둘째, 드론 촬영은 절대 금지다.



inje-secret-garden-military-road-guide-5.webp 인제 비밀의 정원 새벽 가을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동수


이 지역은 ‘군사시설 보호구역’에 해당해 무단 비행은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셋째, 촬영 후에는 자리를 오래 점유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위해 즉시 비워주는 ‘치고 빠지기’의 예절이 필요하다.


좁은 도로는 모두의 공간이며, 방해가 되는 주차나 장시간 머무름은 삼가야 한다.


이러한 원칙들이야말로 인제 비밀의 정원을 지금까지 지켜온 힘이다. 이곳은 우리가 정복하거나 소유할 수 있는 장소가 아니라, 잠시 허락받아 바라보는 풍경일 뿐이다.



inje-secret-garden-military-road-guide-6.webp 인제 비밀의 정원 풍경 / 사진=ⓒ한국관광공사 홍정표


군의 배려로 열린 이 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존중’이다. 셔터를 누르는 손끝보다 더 무거운 것은 이 땅을 지키는 이들의 책임이며, 자연의 고요함을 헤치지 않으려는 우리의 자세다.


통제가 만든 이 역설적인 아름다움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가을의 깊이를 마주하게 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대통령도 반했다”… 6천그루 붉은 숲길 여행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