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유산에서 만나는 인생 단풍
가을이 깊어지면 사람들의 발걸음은 자연스레 붉고 노랗게 물든 숲으로 향한다. 하지만 이름난 단풍 명소를 찾다 보면 입장료와 주차난, 그리고 인파로 인한 불편함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산 통도사는 이런 걱정을 덜어주는 특별한 곳이다. 대한민국 3대 사찰 중 하나이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이곳은, 입장료 없이 누구에게나 열린 문화유산으로 가을의 절정을 만끽할 수 있는 장소다.
경상남도 양산시 하북면 통도사로 108에 위치한 통도사는 가을이면 일제히 붉고 노랗게 물든 단풍으로 절정을 이룬다.
특히 입구에서부터 이어지는 ‘무풍한송로’는 통도사 단풍의 핵심 명소로, 바람이 춤추는 듯한 소나무길을 따라 걷는 길이 매력적이다.
계곡물 흐르는 소리와 새소리를 들으며 오색 단풍 터널을 걸으면 마음까지 맑아지는 듯하다. 외부 무료 주차장을 이용해 이 길을 따라 10~15분가량 걸어 올라가면, 단풍의 아름다움을 더욱 깊이 느낄 수 있다.
경내에 들어서면 통도사가 왜 ‘불보사찰’로 불리는지 자연스레 이해된다. 부처님의 진신사리와 가사를 모신 사찰로서, 우리나라 3대 사찰 중에서도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통도사’라는 이름은 진리를 회통하여 모든 중생을 제도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영축산의 산세가 석가모니의 설법지인 인도의 영취산과 닮아 있다는 점에서 유래했다.
이처럼 통도사는 깊은 불교적 의미와 역사를 품은 장소로, 단풍 속에 비친 전각과 석탑은 1,300년의 세월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2018년, 통도사는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이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그 명성에 걸맞게 경내에는 청동은입사향완 등 26점의 보물이 소장된 성보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다만, 박물관은 매주 월요일 휴관하므로 방문 전 확인이 필요하다. 또한 통도사는 연중무휴로 운영되며, 새벽 예불에도 동참할 수 있다.
사찰 내부에는 찻집과 식당, 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지만, 반려동물은 출입할 수 없으니 유의해야 한다.
만약 가을의 정취를 더욱 깊이 체험하고 싶다면 통도사 템플스테이를 추천한다. 진신사리가 모셔진 금강계단에서 명상할 수 있는 이 프로그램은 단순한 여행 이상의 시간을 선사한다.
입장료 부담 없이 고즈넉한 산사에서 단풍의 절정을 즐기고 싶다면, 통도사는 그야말로 완벽한 가을 여행지다.
수백 년 된 숲길을 걸으며 역사의 숨결을 느끼고, 불보사찰의 성스러운 기운 속에서 가을의 깊은 아름다움을 온전히 만끽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