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깊은 곳의 가을 절경
지리산 청학동 깊은 품 안에는 마치 신화 속에서 막 걸어나온 듯한 공간이 있다. 수천 개의 돌탑 사이로 붉고 노란 단풍이 흘러내리며, 한 폭의 풍경화를 완성한다. 바로 하동 삼성궁이다.
누군가는 이곳을 ‘돌탑의 성전’이라 부르고, 또 누군가는 ‘지리산의 비밀 정원’이라 한다. 해발 850m 고지에 자리한 삼성궁은 단순한 단풍 명소가 아닌, 한 인간의 염원과 민족의 혼이 깃든 장소다.
삼성궁의 길목에 들어서면 공기가 달라진다. 울창한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돌탑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낸다. 1,500여 개의 탑은 모두 기계의 힘이 아닌 인간의 손으로, 오랜 세월 염원을 담아 쌓아 올린 것이다.
회색빛 돌무더기 사이로 스며드는 붉은 단풍은 이국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특히 연못인 마고성에 비친 탑과 단풍의 반영은 이곳을 찾는 이들이 가장 오래 바라보는 장면이다.
삼성궁은 1983년, 청암면 출신의 한풀선사(강민주)가 민족의 시조인 환인·환웅·단군을 모시기 위해 세운 성전이다. 고조선의 제천 의식이 열리던 ‘소도’를 현대에 복원하려는 염원이 담겼다.
지금도 3,333개의 솟대를 세우는 일을 목표로 조성이 이어지고 있으며, 40여 년간의 시간이 이곳을 지리산의 신성한 예술로 만들어 놓았다.
이 신비로운 공간을 찾고자 한다면 계절별 운영 시간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하절기에는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5시, 동절기에는 오후 4시 30분까지만 운영된다.
입장료는 성인 8,000원, 청소년 5,000원, 어린이 4,000원이며, 어르신과 장애인은 5,000원이 적용된다. 주차장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자가용 방문이 편리하다.
삼성궁을 모두 둘러보려면 최소 1시간은 잡아야 한다. 돌계단과 비포장 오르막이 이어져 있으니 운동화나 트레킹화를 신는 것이 좋다.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하동버스터미널에서 청학동 방면 군내버스를 타고 ‘묵계 정류장’에서 하차 후 20분 정도 걸어야 한다.
다만 버스 운행이 드물기 때문에 자가용을 추천한다. 단풍이 절정인 10월 말~11월 초 주말에는 입구까지 진입하는 데만 한참이 걸리니, 아침 일찍 혹은 늦은 오후에 도착하는 것이 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