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만 본 식물 만나는 가을 숲
가을빛이 가장 깊어지는 계절, 강화 교동도의 화개정원은 복잡한 예약 절차 없이 자연을 온전히 마주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인파에 휩쓸리지 않고, 천천히 오르는 모노레일 위에서 단풍 숲이 발아래로 펼쳐지는 순간, 여행자는 비로소 ‘쉼’의 의미를 깨닫는다.
정원의 정상에서는 북한의 연백평야까지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기다리고 있어, 사색과 풍경이 한 폭의 그림처럼 어우러진다.
이곳의 모노레일은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다. 19만 본의 수목과 초화류가 계절의 향연을 이루며, ‘물의 정원’, ‘평화의 정원’, ‘치유의 정원’ 등 다섯 개의 테마 공간을 천천히 가로지른다.
창문 너머로 스치는 붉은 단풍빛은 시간을 잊게 하고, 현장에서 바로 탑승권을 발급받을 수 있어 여행의 즉흥성을 더한다. 예약 걱정 없이 떠날 수 있다는 점은 화개정원의 가장 큰 매력이다.
모노레일이 도착하는 곳은 ‘화개산 전망대’다. 강화군의 상징인 저어새의 날갯짓을 본뜬 이곳은 북쪽을 향해 뻗은 부리와 시선으로 평화의 메시지를 전한다.
투명 유리로 된 스카이워크 바닥 위를 걸으면 마치 공중을 걷는 듯한 아찔함이 느껴지고, 발아래로는 단풍 숲과 교동도의 산세가 겹겹이 펼쳐진다.
11만㎡ 규모의 화개정원은 ‘역사·문화의 정원’과 ‘치유의 정원’을 비롯한 다섯 개의 테마로 구성되어 있다. 고려시대 왕족의 유배지였던 교동도의 역사를 담은 조형물과 식재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계절마다 달라지는 초화류의 색감 덕분에 봄의 화사함, 여름의 녹음, 가을의 단풍, 겨울의 설경이 이어지며, 방문할 때마다 전혀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교동면 교동동로471번길에 위치한 화개정원은 무료 주차장을 갖추고 있으며, 입장료는 일반 5,000원이다. 평일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 운영되며, 주말에는 한 시간 더 머물 수 있다.
정원을 산책하고 모노레일과 전망대를 모두 즐기려면 약 2~3시간이면 충분하다. 단풍이 절정에 이르는 10월 중순부터 11월 초 사이, 교동 화개정원은 도심의 소음을 잊게 하는 완벽한 가을 여행지로 거듭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