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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도 보고 '이것'도 봐요" 붉게 물든 천년 고찰

추사 김정희 작품과 같이 즐기는 단풍

by telltrip
eunhaesa-pal-gongsan-autumn3.webp 은해사 모습 / 사진=영천시 공식 블로그 박은환

11월, 팔공산 자락이 붉게 물들며 가을의 끝을 알린다. 이 계절, 입장료와 주차비 걱정 없이 고요한 산사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다.


신라 헌덕왕 때 창건된 영천 은해사는 2022년 문화재 관람료 폐지로 누구나 자유롭게 찾을 수 있는 천년 고찰이 되었다. 단풍과 소나무숲, 그리고 추사 김정희의 흔적이 어우러진 이곳은 가을의 마지막 빛을 온전히 마주하기 좋은 장소다.


eunhaesa-pal-gongsan-autumn1.webp 은해사 단풍 전경 / 사진=영천 문화관광

은해사는 단순한 사찰을 넘어 깊은 역사를 품고 있다. 809년 혜철국사가 왕명을 받아 창건한 해안사가 그 시작이며, 애장왕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세워졌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수차례의 화재와 전란 끝에 1849년 중창되어 오늘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 사찰 이름은 ‘은빛 바다가 춤추는 극락정토 같다’는 뜻에서 비롯되었으며, 안개가 피어오를 때면 사찰을 감싸는 풍경이 은빛 물결처럼 출렁인다.


eunhaesa-pal-gongsan-autumn6.webp 은해사 풍경 / 사진=영천시 공식 블로그 박은환


은해사로 향하는 길은 ‘금포정 소나무길’이라 불리는 1.3km의 숲길에서 시작된다. 수백 년 된 소나무들이 만든 터널을 따라 걷다 보면 공기가 한층 맑아지고 마음이 경건해진다.


발아래 낙엽이 쌓이고 머리 위로 단풍이 흩날리는 길 끝에는 천년 고찰의 고요함이 기다린다. 이 길은 ‘팔공산 은빛 둘레길’의 첫 구간으로, 새소리와 바람소리만이 동행하는 순례의 길이기도 하다.


eunhaesa-pal-gongsan-autumn5.webp 은해사와 단풍나무 / 사진=영천시 공식 블로그 박은환

사찰 안으로 들어서면 추사 김정희의 흔적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그는 은해사 중창 당시 다섯 점의 글씨를 남겼는데, 그중 보화루의 ‘은해사(銀海寺)’ 편액은 추사체의 정수를 보여준다.


강한 획과 유려한 선이 어우러진 글씨 앞에 서면 천년의 세월을 넘어선 예술적 숨결이 느껴진다. 불광각의 편액에는 ‘빛으로 세상을 비춘다’는 뜻이 담겨 있어, 사찰을 둘러보며 그의 작품을 찾아보는 것도 은해사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eunhaesa-pal-gongsan-autumn2.webp 은해사 / 사진=영천시 공식 블로그

사찰 안쪽의 성보박물관은 무료로 개방되며, 은해사의 긴 역사를 차분히 보여준다. 동절기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운영되고, 조용한 오후에 방문하면 햇살과 함께 사찰의 평온함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11월 한 달간 진행되는 ‘행복두배 템플스테이’는 1박 2일 동안 참선과 명상, 발우공양 등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다.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시기, 은해사에서의 하루는 고요 속에 붉게 번지는 가을의 깊이를 온전히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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