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낮엔 돈 내고 밤엔 무료?" 600년 설경·야경 명소

춘향전의 배경지였던 겨울 명소

by telltrip
gwanghallu-winter-snow-nightscape-namwon1.webp 광한루원 연못 / 사진=ⓒ한국관광공사 노명희


12월의 남원은 고요한 겨울빛으로 잠기며 광한루원을 가장 깊이 있게 드러내는 계절이 된다. 요천변의 고목들은 찬 바람을 머금고 서 있고, 연못가에는 달나라 궁전을 뜻하는 광한루가 서리 어린 자태로 앉아 있다.


조선 선비들이 꿈꾸던 이상향을 정원으로 옮긴 이곳은 설경과 야경이 모두 아름다워 겨울이면 더욱 특별한 감동을 전한다.



gwanghallu-winter-snow-nightscape-namwon4.webp 완월정 설경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광한루의 역사는 1419년 황희 정승이 유배 중 작은 누각을 지은 데서 출발한다. 이후 1444년 민여공이 중수하고 정인지가 이름을 ‘광한루’로 고쳐 부르며 새로운 경관을 완성했다.


높이 약 19m의 팔작지붕 누각은 1963년 보물 제281호로 지정됐고, 1877년에는 기울어진 구조를 바로잡기 위해 월랑이 설치돼 건축사적 의미를 더했다.



gwanghallu-winter-snow-nightscape-namwon3.webp 광한루원 풍경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광한루원의 정원은 1582년 정철이 조성하며 완성형에 가까워졌다. 요천 물을 끌어 은하수를 상징하는 연못을 만들고, 그 위에 견우와 직녀의 전설을 담은 오작교를 놓아 조선 선비들의 이상향을 구현했다.


여기에 춘향사당과 월매집 등이 더해지며 문학·역사·건축이 만나는 독특한 공간으로 자리 잡았고, 2008년에는 명승 제33호로 지정되며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gwanghallu-winter-snow-nightscape-namwon5.webp 광한루원 설경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겨울이 되면 광한루원의 풍경은 한층 깊어진다. 얼어붙은 연못에 비친 광한루와 완월정의 실루엣은 수묵화 같은 분위기를 띠고, 눈이 쌓인 오작교는 전설 속 이야기를 현실로 당겨온 듯 아련함을 더한다.


특히 눈이 내린 다음 날, 서리 맺힌 고목과 고요한 산책로가 만들어내는 정적은 이곳만의 겨울 감성을 극대화한다.



gwanghallu-winter-snow-nightscape-namwon2.webp 광한루원 전경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해가 지고 무료로 개방되는 시간대가 되면 또 다른 매력이 펼쳐진다. 조명이 켜진 누각과 다리는 연못 위에 황금빛 반영을 드리우며 몽환적인 풍경을 만든다.


달이 뜬 밤이면 ‘달나라 궁전’이라는 이름이 더욱 실감나고, 600년 전 선비들이 풍류를 즐기던 모습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계절별 운영 시간과 입장료는 명확히 구분돼 있으며, 겨울철에는 오후 6시 이후 무료로 방문할 수 있다. 눈 덮인 낮이든 조명 비친 밤이든, 광한루원은 오랜 시간이 빚은 풍경 속으로 여행자를 조용히 초대하는 공간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60대가 반한 순백 능선"해발 540m 드라이브 명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