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태원우변호사입니다 Dec 16. 2023
1.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 하순의 토요일 오후에는 늘 일정이 많이 겹친다.
꼭 가보고 싶고, 가봐야 하는 일정이 4개가 있는 날이다.
시간이 겹쳐서 2개의 일정을 선택하고 2개의 일정은 눈물을 머금고 포기해야만 했다.
올해 상반기 크로스핏 제스트 박스에서 진행된 다이어트 챌린지에 도전했던, 4명으로 구성된 우리 조 '괜찮아 우린 팀구잖아'의 팀장 김명환 씨 결혼식에 참석해서 축하해 드리는 일정을 선택했다.
멋진 신랑신부의 모습들을 영상과 사진을 찍어서 카톡으로 보내드렸다. 팀장님이 기뻐하셨다. 나도 행복했다.
예식 후 뷔페를 먹는데, 음식 맛이 참 좋은 곳이었다.
뷔페음식을 만든 분들과 서빙하시는 분들에 대한 예의는 최소한 3 접시 이상 맛있게 배부르게 먹어 드리는 것이다.
나는 지난 수십 년간 뷔페를 먹은 경험을 토대로
한 접시에 엄청나게 많은 음식을 담아내는 신공을 터득했다. 그러므로 나는 세 접시로 충분하다.(사실은.... 음식 담으러 여러 번 왔다 갔다 하는 시간이 아깝고 귀챦아서다.)
결혼식 후 피로연장 뷔페에 가면 나는 지인들 눈에 띄지 않는 구석자리로 가서 혼자 자리를 잡는다.
내가 먹는 음식량과 속도를 보면 지인들이 놀라서 음식을 제대로 못 드시기 때문이다. ㅎㅎ
뷔페 구석자리에 혼자 앉으면 산해진미를 우아하게 먹지 않아도 되고 게걸스럽게 많이 빠르게 먹어도 된다.
오늘 구석자리에 우연히 마주 앉게 된 60대 중반쯤 되어 보이시는 아담한 체구의 할머니는 뷔페 여섯 접시를 드셨다. ('와~ 강적이다'라는 감탄사가 저절로 나왔다)
그리고 아이스크림을 드셨다.(아... 마지막 디저트로 드시는구나.... 나도 먹고 싶다...)
그러고 나서 이번에는 각종 떡과 과일을 접시에 담아 오셔서 하나도 남김없이 다 드셨다. 입가심인 것 같았다. (와~와~)
내 평생 뷔페식당에 수백 번 와서 산해진미를 배 터지게 먹어 보았지만 먹는 양과 속도로 나를 놀라게 하신 분은 이 분이 처음이다.
강호에는 은둔고수가 많으시다.
페북계에도 글을 너무나 잘 쓰는 고수가 많은 것처럼
뷔페 음식계에도 고수가 많으시다.
나는 많이 먹는다고 자부심을 가지던 마음을 오늘부터 내려놓고 겸손해지기로 했다.
남들이 라면 1개 드실 때 나는 3개를 먹어야 배가 만족한다. 남보다 세 배는 더 많이 먹는 만큼 좋은 일도 세 배는 더 많이 해야 한다. 밥값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
이 세상에는 맛있는 뷔페 음식을 먹고 싶어도 먹을 수 없는 분들이 더 많다. 그분들의 고통을 덜어드리고 그분들을 행복하게 해 드리는 일에 나의 남은 인생과 열정과 체력을 사용하기로 다짐한다.
2.
매년 이맘때에는 북한이탈청소년들을 위한 대안학교인 '하늘꿈 중고등학교' 후원감사의 밤을 한다. 올해는 개교 20주년을 맞아 특별히 졸업생들의 순서와 감사예배로 드려졌다.
나는 이 학교의 명예교사다. 수년 전에는 진로 관련 특강도 했었다. 그 인연으로 매년 후원감사의 밤에 초대받는다.
북한이탈청소년들은 이 학교에서 많은 분들의 사랑과 기도와 후원을 통해 최고의 교육을 받으며 통일 이후 사회통합을 준비하고 있다. 오늘은 헨델의 '할렐루야'를 오케스트라 연주도 했다.
매년 참석할 때마다 감동을 받지만 올해는 특히 감동과 은혜가 더 큰 것 같다. 나의 나이가 들어가기 때문인가?
3.
대학입학동기들이 만든 자전거 동호회, '크림슨바이크'가 오늘 오후 5시 30분부터 진행 중인 송년모임에는 거리가 너무 멀고 시간이 너무 늦어져서 참석하지 못했다.
올해에는 토요일마다 일정이 있어서 토요 자전거 라이딩을 거의 하지 못해서 아쉬움이 크다.
내년 봄에는 자전거라이딩과 골프를 다시 시작하고 싶다.
그러나 크로스핏과 자전거 라이딩과 골프를 모두 다 하기에는 나의 너무 일정이 많아서 시간을 낼 수가 없다.
결국, 운동도 하나를 선택해야 하고 다른 두 개는 포기해야 한다. 그렇게 사는 것이 인생인가 보다.